창씨개명
노병철
창씨개명(創氏改名)은 조선총독부에서 조선인들의 성과 이름을 강제로 일본식으로 바꾸게 한 일을 말한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있겠냐고 생각했었는데 친절하게도 교과서에서는 이해가 쉽도록 '일본식 성명강요(日本式 姓名强要)‘라고도 설명을 해 놓았다. 더 헷갈린다. 당시 일본인들은 창씨개명하는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천하디천한 조선인들이 일본 이름을 갖는다는 자체가 불쾌했기 때문이다. 해서 데라우치 마사타케 총독은 조선인이 일본식 성명을 쓰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였다. 몇몇 친일파들이 일본에 충성한답시고 일본식으로 개명 신청을 하였다. 일부는 자식이 태어나자 일본식 이름을 지어 호적에 올리려고 했지만,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고은 시인은 다카바야시 고라스케, 이광수 작가는 가야마 미쓰로, 서정주 시인은 다쓰시로 시즈오로 바꾼 것은 일제 말기에 내선일체가 더욱 강화되고 난 뒤였다.
120여 년 전 주시경 선생은 우리 말글을 살리고 빛내려고 애썼으나 선생이 39살의 나이로 요절하시는 바람에 한글이 더 어려워졌나 보다. 나이가 육십이 넘어도 맞춤법에 자신이 없을 만큼 한글은 어렵다. 세계 주요 국가의 언어 중 영어 사용자가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가 한국어란다. 젊은 애들이 자기 나라 글인 한글이 어렵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것을 국문학자들은 듣고 있나 모르겠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멋지게 잘 만들어 놓으면 뭐 하나.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소위 조금 배웠다는 인간들은 전부 외래어 사용을 더 많이 하고 지네들의 위상을 높인다고 즐기지 않는가. 한문을 배운 세대는 한문 모르면 무식한 인간으로 생각하고 영어 배운 세대들은 영어 한마디 못 하는 사람에게 마치 원시 토착민 대하듯 한다. ‘알몸’이라고 글을 쓰면 우습게 보고 ‘나체’라고 쓰면 고급스럽게 썼다고 칭찬하고 ‘누드’라고 쓰면 세련되었다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한때 잘못’을 ‘일시적 과오’라고 쓰면 유식해 보인다나 어쨌다나. ‘피눈물’을 ‘혈의 누’라고 한 것은 문학인이다.
그리고 조직의 특권의식까지 생겨나 무지한 백성을 갈수록 쪼그라들게 만든다. 의학용어가 그렇고 법률용어가 그렇고 심지어 관공서 행정용어가 그렇다. 그래야만 특권의식이 생긴다고 믿는 모양이다. 건설 현장에서 목수가 일본말로 말하는 것은 자신의 우월감일 것이다. 최소한 이 바닥에 들어오면 이 정도 용어는 알아먹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배운 사람들은 말한다. 학교, 민족, 한국 같은 말이 다 한자어라고. 또 버스, 에어컨, 텔레비전 같은 것도 외래어라고 말이다. 순수 우리 말만 고집하면 글로벌한 세상에서 살 수 없다는 논리를 편다. 토박이말과 들온말을 구분 못 해서 생기는 무식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노엘이에요.”
인동 장씨 장제원 아들 이름이다. 노엘은 절대 노 씨가 아니다. 제시, 더원 같이 요즘 연예인들이 창씨개명을 하고 있다. '딴따라' 내지는 '광대' 취급을 받다가 요즘 돈을 많이 버는 직업군으로 되더니 선민의식이 생겼는지 창씨개명을 밥 먹듯이 한다. 옛날에 국어순화를 명분으로 연예인들 이름을 강제로 규제한 적이 있다. 김세레나가 김세나가 되었고 패티김이 김혜자로 출연하기도 했었다. 그 후 느슨해졌는지 요즘은 제 이름 가지고 노래 부르는 애들이 드물 정도다. 그렇게 이름을 바꿔야 세련되어 보이는가? 음악에 따옴표 도돌이표같이 이쁜 이름을 만든 분이 금수현 선생이다. 이분 아들이 그 유명한 금난새 선생이다. 우리 말 이름을 사용한 것이다. 더 세련되어 보인다.
첫댓글 맞아요.
우리말은 부르기도 좋고 듣기도 너무 부드러워요.
노 선생님 글을 읽고
막 똑똑해지려고
합니다.감사합니다 항상.
시절이 예전과 사뭇 달라서
가끔은 좀 우스운 경우도 있습니다.
몽골에서 다섯 살까지 살다가
부모 따라 한국에 온 아이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몽골 아이지요.
이 아이가 한국에서 몇 년 살더니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합니다.
이 녀석이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와서는
담임 선생님한테 따지는 내용인 즉.
다른 아이들은 김영수 정소영 이렇게 이름이 석 자인데
나는 왜 다섯 자에요?
이름 바꿔 주세요!
자기가 '창씨개명'해서
'최민아'로 해달라는데.
교실에서야 그렇게 '최민아'로 해도 그만이지만,
공식서류에서 최민아로 하기는 복잡한 사정이 있고.
노국장님!
창씨개명 보다 먼저 세미나 참석 댓글부터 부탁 드립니다. ^^
한글날에 딱 맞는 작품을 올리셨네요. 제 동생들은 외국으로 이민을 갔는데 모두 창씨개명 했어요. 우리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