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인터뷰] 33세의 젊은 재한조선족 사회학자
박우 (한성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에게 듣는다
10여년 전과 비교할 때, 재한조선족사회는 놀라운 변화를 보이고 있다. 국내 체류 중국동포 인구도 두 배 이상 늘어났지만, 무엇보다도 10년전 한국유학 붐을 타고 들어온 젊은 동포세대들의 활동이 눈 부시고 있다. 이미 한국에 유학생 신분으로 와서 대학 교수로 자리매김한 중국동포들도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오늘 만난 박우 한성대학교 교양학부 교수가 아닌가 생각한다.
2005년도에 서울대 사회학과 석사과정으로 유학을 온 박 교수는 2010년 박사과정 수료와 동시에 대학교수로 발탁되어 학자로서 다방면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한조선족사회 연구의 신진 학자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는 2005년 한국유학 초기 때부터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 활동에 동참하고, 중국동포 집거지인 가리봉동과 대림동을 자주 다니며 재한조선족의 삶을 연구해오고 있다.
2012년에는 연변자치주 60주년,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이하여, 조선족의 한국 이주와 정착과정을 구술사적 방법으로 기록한 재한조선족생애구술사를 편찬했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는 서울시 의뢰로 서울시 거주 조선족 생활실태 조사팀을 맡아 500여명 이상의 중국동포를 1:1일 인터뷰 또는 집담회 방식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리고 인터뷰 과정에서 알게 되었지만, 그는 재한조선족기업가 실태조사를 위해 노동자가 아닌 고용주 입장에 있는 조선족 사업가 120여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발로 뛰며 재한조선족의 삶을 연구하는 그의 열정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을 것같다. 그와의 최근 연구활동과 관련하여 재한조선족사회에 대해 2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 내용을 정리한다.
/ 인터뷰=김경록 기자
서울시 '중국동포 맞춤형 정책' 수립 위한 재한조선족 생활실태조사 펼쳐
한국생활, 재한동포 80% 이상 "살만해"
가리봉동, 대림동 중국동포밀집거주지역을 '관광자원화'로 발전시켜야
“재한조선족 동포들의 삶과 생활 상이 어떤가?” 묻는 기자의 첫 질문에 박 교수는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은 것같다. 80% 이상이 살만하다고 답한다. 이것은 재한 중국동포들의 생활이 안정적이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현재 가장 관심이 가는 지역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지역이다. 2008년 이후 중국동포 유입 인구가 갑작스럽게 늘어나면서 대림동은 일명 ‘중국동포타운’ 또는 ‘차이나타운’으로 변모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시에서도 대림2동을 지역민과 중국동포가 어울려 사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역으로 선정해, 어떻게 추진해나가면 좋을지 방안을 찾고 있다. 이는 현재 박 교수가 실시하고 있는 조선족실태조사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대림동은 중국동포들로 상당히 활력이 넘치는 곳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인 주민과 관계이다. 중국동포와 한국인 주민, 중국동포를 상대로 장사하는 한국인 영세업자와 지역주민 사이에 자주 시비가 붙고, 갈등이 생기는 것을 보게 된다.”
박 교수의 말이다. 그는 “대림2동을 주민과 중국동포가 함께 하는 지역공동체 만들기에 관심 갖고 있지만”, 대화의 자리에 가보면 “아쉬운 것은 지역전문가들이 빠져 있다.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같다”고 지적한다.
서울시의 ‘중국동포 맞춤형 정책’ 구상에 맞춰 그는 “동포밀집거주지역 내에 조선족 고령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시설을 더 늘려 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또한 중국동포 밀집거주지역의 발전방향과 관련, ‘관광자원화’를 제시한다. 중국동포 학자로서 그는 “가리봉동이나 대림동이 차이나타운으로 불리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곳을 중국인 관광객이 오도록 하는 관광자원화 개발”을 청사진으로 제시한다.
“최근 구로공단역과 신도림역 구간 사이에 중국인관광객들이 부쩍 눈에 많이 띈다. 중국인들이 서울 대림동과 가리봉동 인근 호텔로 모인다. 그 이유는 다른 지역보다도 중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지역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리봉동과 대림동은 한국의 근대화 경제발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으로 이런 지역사와 연계하여 관광프로그램을 만들면 충분히 이 지역을 관광자원화 발전을 이룰 것으로 본다”
이어 대화 방향은 지연스럽게 조선족사회의 주요변화라 할 수 있는 조선족기업가 증가현상으로 이어졌다.
박교수가 만난 120명의 조선족기업가들은 대부분 노동자신분으로 한국에 와서 자영업자로 자수성가한 사람들로, 요식업, 유통업, 서비스업(여행사, 의료관광) 등으로 크게 구분된다. 최근 중국동포사회에는 창업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 그만큼 노동자에서 사업가로 변신하고자 하는 동포들의 바람이 강하고, 또 실상 자영업을 막연하게 시작하였지만 창업교육 등을 받을 기회를 갖기 어려웠다.
지금 중국동포들은 한국에 와서 몇 년간 열심히 번 돈을 앞으로 어떻게 쓰느냐 하는 중대 기로점에 놓여 있는 것같다는 기자의 생각이나 박 교수의 생각은 일치했다. 그래서 ‘현재 재한조선족사회가 전환기를 맞고 있다’라는 공통된 인식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조선족이 한국에 처음 올 때는 노동자 신분이었지만 지금은 창업을 해 자수성가한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면서 “이것은 재한 조선족이 이주노동자 시대에서 사업가, 창업가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한다.
그리고 박교수는 “중국동포가 중앙정부에만 얘기했는데,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에 얘기할 때가 되었다.”면서 “지금껏 중국동포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어디까지나 이주민인데 하는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움추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중국동포와 내국인이 상생하는 길을 찾아야 할 때인 것같다.”고 말한다.
@동포세계신문(友好网報) 제310호 2014년 2월 11일 발행 동포세계신문 제310호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