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시에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가벼운 차림으로 여섯 시 45분에 집을 나섰습니다.
휘적휘적 걸으며 마을을 둘러보고 건널목에선 신호등에
멈춰 서서 지나치는 차량과 사람들을 바라보기도 하며
천천히 여유롭게 걸었어도 일곱 시 조금 넘은 시각에
평원공원에 도착하여 손을 씻은 다음 아파트로 갔습니다.
아이를 깨워 옷 갈아입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이랑 상의를 하고
책 읽고 싶다는 아이랑 공룡화석놀이를 하면서 옆 아파트를 가로질러
횡단보도를 건넜더니 바로 어린이집 건물이 나타났습니다.
10이라는 글자와 순번을 좋아하는 아이가 신발장에 놓인 신발을 세어봅니다.
아이들의 신발이 여덟 켤레라 레오는 아홉번 째인 셈인데 단비반 박선생님의
신발까지 아홉 켤레이니 굳이 자신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열번 째라 우기면서(?)
계단을 올라가니 담임인 이선생님이 먼저 온 아이들을 강당에서 인솔해 나오다가
"할아버지께 인사하고 함께 가."며 권하자 활짝 웃으면서 대열에 합류하였습니다.
농협에 들러 차를 한잔 마시며 이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인근의 피트니스센터로
걸어가 손가락을 떼자마자 단번에 문이 열려서 이내 골프클럽을 꺼냈습니다.
오늘따라 몸이 유연하고 볼이 잘 맞아서 20분 동안 가볍게 스윙을 마쳤습니다.
염려되는 중풍에 관하여는 어느 병원에서 상담을 하는게 좋을까 망서리면서
공감의원을 지나쳐 발안도서관에 가 <마다가스카3>와 14인의 책(한국현대사)을
대출한 다음 다이소에 들러 AAA건전지 10개와 AA건전지 20개를 사들고 귀가했지요.
쉬엄쉬엄 5리 남짓 걸었을 뿐인데도 땀이 흥건하기에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여름옷이 지천이라서 하루에 두 번씩 갈아 입어도 모자라지 않아 편리합니다.
아이에게 보여 줄 <마다가스카 3>을 컴퓨터에서 재생하고자 곰플레이어를 깔고
DVD를 돌렸더니 아뿔사~ 더빙이 되어있지 않았더군요. 한글을 아직 익히지 않은
레오가 시청하기엔 마땅치 않지만 저번에 <키리쿠와 마녀>를 볼 때에도 옆에서
자막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면서 보았던 바가 있으므로 크게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내주 월요일엔 <공룡배틀>이나 <공룡 레이싱>대신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군요.
얼떨결에 아침과 오후의 아이 당번을 모두 제가 맡게 돼 버렸지만, 자동차를 끌고
다니지 않으니 대기시간이 줄고 굳이 별도로 산책 나가야 할 필요도 없어졌으므로
이전보다 오히려 여유가 있고 오가며 다른 일을 볼 수 있기에 시간이 절약됩니다.
혼자 다니는 덕에 할매랑 함께 다닐 때 받곤 하던 스트레스도 사라져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기에 좋은 계기가 마련된 것 같습니다.
담담한 마음으로 오늘을 마련하신 주님께 감사하는 가운데 하루를 시작할 수 있고
어떤 일이건 미루지 않고 즉시 해소할 여유가 생겨서 심신이 가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