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가장 큰 화두는 서방의 대(對)우크라이나 공격용 중화기 제공과 격전지 솔레다르 전황이었다. 또 2주만에 단행된 러시아군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에 수십 명의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사망하는 참사도 충격을 안겼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 사무총장은 15일 나토의 우크라이나 중화기 제공은 더욱 확대될 것이며, 전쟁이 끝난 뒤 서방과 러시아간의 관계 정상화는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일부가 무너진 드네프르시(市) 아파트 건물의 잔해 철거및 생존자 수색 작업 과정에서 모두 25명의 시신이 확인됐다. 푸틴 대통령은 주간 시사 TV 프로그램 '모스크바 크렘린 푸틴'에서 우크라이나 특수 군사작전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암호 '마디야르'를 쓰는 우크라이나군 지휘관, 우크라이나군이 솔레다를 포기했다고 인정/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찾아내 정리하는 '우크라 이슈진단-15일'자/편집자
◇ 우크라이나 내부의 '진실 공방'들
전날(14일) 단행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드네프로시 아파트 일부가 붕괴되면서 많은 사상자를 냈다. 우크라이나 측이 '러시아의 테러 공격' 혹은 '전쟁 범죄' 운운하며 러시아를 거세게 비판하면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몰아붙이고,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는 게 당연(?)한데, 진행 상황은 모두의 예측을 벗어나고 있다. 참사 발생의 원인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우크라이나 지도부에서 벌어지는 있다.
발단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거친 입'으로 불리는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고문의 원인 분석에서 시작됐다. 드네프로 아파트 붕괴 직후 아레스토비치 고문이 "아파트는 러시아 미사일을 요격하는 우크라이나군의 방공망 가동 과정에서 피격됐다"고 주장한 것. 전혀 예상치 못한 그의 발언은 현지 언론에게도 놀라움을 넘어 충격을 안겨줬다.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은 거세게 들고 일어났고, 보리스 필라토프 드네프로 시장은 국가안보국에 즉각 '대응'(반역죄?)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공군도 아레스토비치 고문의 발언을 즉각 반박했다.
입구가 완전히 내려앉은 드네프로 아파트/사진출처:텔레그램 t.metymoshenko_kyrylo
아레스토비치 고문의 주장은 이렇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X-22'(이때 X는 러시아어 철자, '하'라고 읽는다)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방공시스템을 가동했고, 격추된 러시아 미사일이 아파트 건물을 때렸다".
필라토프 드네프로 시장은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아파트 건물을 향해 'X-22' 미사일이 발사한 것"이라며 그를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몰아세웠고, 우크라이나 공군 측도 "우크라이나는 'X-22' 미사일을 격추할 방공미사일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진실은 과연 어디쯤 있을까?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러시아어판)은 15일 'X-22 미사일을 요격할 수단을 갖지 있지 않다'는 우크라이나 공군의 발언을 과거의 발표를 보면 믿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군은 지난해 5월 30일 오데사 상공에서 X-22 미사일 격추를 주장하며 그 잔해를 보여주었고, 그 해 6월 29일에는 흑해에서 날아온 X-22의 격추 사실을 알렸다. 또 이틀 뒤인 7월 1일에도 키예프 주둔 101보안여단이 '이글라 휴대용 대공미사일'로 이 미사일을 격추했다고 보고했다.
이후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보고서가 잘못되었으며, 우크라이나는 그러한 미사일을 격추한 적이 없다"며 "부정확한 보고서들"이라고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우크라이나의 X-22 미사일 요격 사실을 주장하는 아레스토비치(오른쪽) 인터뷰 장면/사진출처:스트라나.ua
진실 공방은 아레스토비치 고문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러시아 미사일의 격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공개하면서 '정치적 공방'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그는 "방공 미사일부대 장교 출신인 친구가 피격 당시 주변을 걷고 있었다"며 "그는 폭발음이 두 번 들었는데, 첫 번째 폭발로 방공망이 가동됐고, (두번째 폭발로) 미사일이 격추된 것으로 확신했다"고 소개했다.
스트라나.ua는 그러나 "아레스토비치 고문의 친구 이야기는 믿기 어렵다"면서 두 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선 대통령실과 우크라이나 군부 간의 알력설이다. 우크라이군의 성공적인 반격 작전 이후, 인기가 치솟는 잘루즈니 총참모장 등 군부를 견제하기 위해 그가 대통령실을 대표해 이야기를 지어냈다는 주장이다. 부정확한 정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보고받은 X-22 미사일 격추 사실을 실수로 밖으로 내밷었다는 가정이다. 그 사실을 숨기려다보니, 뒤늦게 친구를 등장시켰다는 것.
러시아는 '드네프르의 비극'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5일 "우크라이나의 군사 지휘 및 통제 시스템과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타격이 전날 단행됐다"며 "지정된 모든 목표가 타격을 받고, 공격 목표는 달성됐다"고만 짧게 발표했다.
솔레다르 시가전을 준비하는 우크라이나군 병사/캡처
솔레다르 전황은 놓고는 우크라이나군과 현지 종군 기자간에 또 다른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스트라나.ua는 15일 "아침까지도 솔레다르 방어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 우크라이나군 지휘관(암호명 마디야르, Мадьяр)이 저녁에는 최후 방어거점인 '소금광산 7번' 지역을 빼앗겼다고 말했다"며 "전투는 이제 솔레다르 바깥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의 패퇴는 현지에 있던 온라인 매체 '쩬조르넷'(Цензор.нет '검열'이라는 뜻) 유리 부투소프 편집장이 전날(14일) 이미 보도한 내용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이 전황을 속였다는 뉘앙스를 짙게 풍겼다. 우크라이나군 합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직도 솔레다르를 포기하지 않았으며, 공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투소프 편집장의 반발은 신랄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군이 솔레다르를 점령했으며 우크라이나군의 패배"라며 "이제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그는 "솔레다르에서는 패배했다"며 "전황에 대한 정직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군대의 조직및 지휘, 지휘관의 임명 및 교체, 병력 교체및 증원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방 언론도 이미 우크라이나군이 솔레다르 함락이후 다음 격전지인 바흐무트를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스트라나.ua는 썼다.
드네프로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진행되는 잔해 철거및 생존자 구조작업. '현대' 중장비도 동원됐다/사진출처:우크라이나 대통령실
-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무너진 드네프로 아파트에서는 지금까지 25명이 사망하고, 100명 가까이 부상했으며, 40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건물 잔해를 치우고, 생존자를 찾기 위해 수색작업이 계속될 수록 희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군이 솔레바르에 이어 바흐무트에서도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5일 서방이 조만간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더 많이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한델스블라트지 인터뷰에서 "최근 일부 국가(영국과 폴란드, 리투아니아)의 중화기 제공 약속은 중요하며, 조만간 더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는 20일 독일 람슈타인 미군기지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소통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군사 지원을 승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가 약속한 보병 전투 차량(장갑차)도 이에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영국 국방부는 런던이 주력 전차인 '챌런지'에 이어 '아파치 헬기'를 키예프(키이우)측에 제공할 것이라는 '미러'지의 보도를 부인했다고 스카이뉴스가 전했다.
- 벨라루스 접경 우크라이나 로브노(리브네)주 군사 행정 책임자인 비탈리 코발은 "벨라루스 국경지대에서 대전차 방어 시설이 건설되고 있다고 말했다.
벨라루스와의 국경지대에 건설중인 우크라이나의 대전차 방어진지/사진출처:우크라 로브노주지사 텔레그램
전용기 탑승 직전 '모스크바 크렘린 푸틴' 프로그램과 인터뷰하는 푸틴 대통령
- 푸틴 대통령은 주간 시사 프로그램 '모스크바, 크렘린, 푸틴'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특수 군사작전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역동적으로 발전되고 있다며 "국방부와 군 총참모부의 계획내에서 모든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드미트리 로고진 전 러시아 연방우주청 대표는 러시아의 무인 전차 '마르케르'(마커)가 특수 군사작전 지역에서 시험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에 참가한 러시아 대표 안나 린니코바와 우크라이나 대표 빅토리아 아파나센코는 본선 진출(16명)에 실패했다. 그러나 린니코바가 (탈락자) 합동 사진 촬영시, 우크라이나 동료 옆에 서려고 다가가자 아파나센코는 옆에 있던 동료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도록 붙잡았으며, 반대 쪽에 서 있던 미스 콜롬비아와 자리를 바꾸는 등 러시아 대표와 가급적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