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열고 닫는 문 (행시)
바 라지 않아도 계절은 찾아오고
람 람한 세월 속에도 마음은 자라나네
이 제는 억지로 붙들지 말고 흘려보내며
열 린 문으로는 따뜻한 햇살을 맞이하고
고 요한 문틈으로는 삶의 지혜를 배우며
닫 힌 문 앞에서도 낙심하지 말지니
는 은한 바람 따라 또 다른 길이 열리네
문 득 깨닫노니, 열고 닫음 모두가 하늘의 뜻이더라
《漢詩散策》
바람이 열고 닫는 문(書春陵門扉)
주돈이(周敦頤, 송나라)
有風還自掩 (유풍환자엄)
無事書常關 (무사서상관)
開闔從方便 (개합종방편)
乾坤在此間 (건곤재차간)
■ 풀이
바람이 불면 문은 저절로 닫히고
별일 없으면 늘 문을 닫아 두네.
문을 열고 닫음은 형편에 맡길 뿐,
천지의 이치가 이 안에 담겨 있네.
■ 해설
이 시는 송나라의 대표적인 유학자이자 성리학의 선구자인 주돈이가 자신의 거처 문에 써 붙인 글이라고 전해집니다.
겉으로 보면 단순히 문을 열고 닫는 일상을 노래한 것 같지만, 그 안에는 깊은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바람이 불면 문이 닫히고, 필요할 때는 열립니다. 시인은 이를 억지로 조작하거나 고집하지 않습니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문이 열리고 닫히도록 내버려 둡니다.
마지막 구절인 **"건곤(乾坤)이 이 사이에 있다"**는 하늘과 땅, 곧 우주의 이치가 이 작은 문 하나에도 깃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작은 일상 속에도 자연의 법칙과 삶의 진리가 숨어 있다는 깨달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 감상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수많은 문을 열고 닫습니다.
어떤 때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하고, 어떤 때는 닫아 두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억지로 열거나 닫으려 하면서 스스로를 힘들게 합니다.
주돈이는 "억지로 하지 말고 자연의 이치에 맡기라"고 말합니다. 바람이 불면 문이 닫히듯, 때가 되면 열릴 문은 다시 열리게 마련입니다.
짧은 시이지만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가라는 깊은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 삶의 교훈
억지로 하지 말라
인연도, 기회도, 관계도 때가 있습니다.
억지로 붙들면 오히려 상처가 됩니다.
마음의 문을 지혜롭게 열고 닫아라
누구에게나 문을 열 필요는 없고,
누구에게나 문을 닫을 필요도 없습니다.
작은 일상 속에서 진리를 발견하라
거창한 곳에만 진리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문 하나, 바람 한 줄기 속에도 하늘의 뜻이 깃들어 있습니다.
자연의 흐름을 믿어라
조급함은 마음을 어지럽히지만,
순리에 따르는 삶은 평안을 가져다줍니다.
■ 한 줄 묵상
"문을 여닫는 작은 일에도 하늘과 땅의 이치가 담겨 있듯, 평범한 일상 속에도 삶의 진리는 숨어 있다."
출처: 하루한수 한시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