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과 일일이 계약서를 쓰는 건 아니지만 내가 맡은 일을 게을리 했을 때는 계약을 위반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해요."
불편을 겪고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많다.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유창훈 남양주남부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장(61세)은 그런 점에서 남다르다. 그는 불편한 몸으로 인해 신호를 오래 기다리기 힘든 어르신들의 무단횡단 사고를 줄이기 위해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장수 의자를 발명하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조차 휴대 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시민들을 지켜야 한다며 바닥형 보행 신호등을 도입하는 데 애를 썼다. 이외에도 범죄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특수 형광 물질을, 실종자 수색에 드론을 국내 최초로 활용했다. 그는 시민의 불편함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본다.
"욕 안 먹는 경찰은 일을 제대로 안 하는 거라고 봐요. 가만히만 있으면 욕 먹을 일이 없죠. 시민들은 급한 일이 생기면 112에 전화하잖아요. '감사합니다.'라는 인사 한마디와 손 흔들며 웃는 시민들의 환한 얼굴을 만날 때면 큰 보람을 느껴요. '내가 할 일을 제대로 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경기도 가평의 한 작은 마을에서 자란 그는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면 장사하는 어머니를 따라 오일장에 다니며 일을 도왔다. 그가 경찰을 꿈꾼 데는 어머니와 또 한 사람의 영향이 컸다.
"어느 날, 장에서 돈을 챙겨 어딜 다녀온 어머님이 세상에 참 이상한 순경도 다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돈을 줘도 받지 않더라면서. 그 뒤로 '너도 이다음에 커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경찰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신 게 마음에 남았어요. 무작정 법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어려운 사정을 배려해 실수를 넘어가 주는 경찰이 그 시대에는 흔치 않았거든요. 한 사람의 선한 영향력이 저한테까지 온 거죠"
그는 말도 많고 사고도 잦은 시장에서 어머니와 함께한 경험이 경찰 생활에 큰 자양분이 됐다고 했다. 경찰이 된 이후에도 방범 시설이 잘 갖춰진 동네보다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사는 한데로 눈길을 돌렸고, 먼저 다가가 말을 걸며 그들의 마음을 살폈다.
"경로당이나 유치원, 학교를 찾아가요. 원체 주민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요.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아이디어가 안 나와요. 치안 서비스의 공급자인 경찰이 '이 서비스 받아.'라고 하는데 수요자인 국민이 필요 없다고 하면 의사소통이 안 되는 거잖아요. 가려운 데를 긁어 줘야지, 가렵지도 않은 곳을 긁으면 아프잖아요.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문제점과 해결책이 보여요. 그간 많은 걸 해결한 건 아니지만 궁리해 낸 것들 가운데 몇 가지를 실행할 수 있어서 뿌듯해요"
건장한 사람에게는 거추장스러운 시설물일 수 있지만 장수 의자를 개발한 것도 다리와 허리가 아파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기 힘든 어르신의 입장을, 실종자 수색에 드론을 동원한 것도 실종자 가족들의 바람과 심정을 헤아렸기에 밀고 나갈 수 있었다.
"나는 경찰관 옷을 왜 입고 있을까. 시민들이 덥거나 추운 날에도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으로 식구들과 삼겹살도 사 먹고 여행도 다니는데, 나는 지금 이 옷을 왜 입고 있을까, 항상 생각해요. 경찰 업무를 크게 나누면 예방 업무와 범인을 검거하는 진압 업무가 있는데 저는 둘 중 예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예방은 결과를 증명하기가 어려워서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죠.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는 범죄는 하나도 없어요. 잊어도 그때 감정은 남으니까요. '그 사람들을 위해서 일해야지, 현실적인 것에 부딪혀 실행하지 않으면 내가 생각하는 가치가 무너진다, 그러니 늘 지금 해야 한다.'라고 생각해요"
시민들의 환한 모습이 원동력이라는 그는 경찰이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가리지 않고 하며, 경찰이 다른 중앙 부처에 국민의 편리와 안전을 도모하는 시책을 귀띔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동료들에게도 보고 듣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눈 감지 말라고 말한다.
"국민들과 일일이 계약서를 쓰는 건 아니지만 내가 맡은 일을 게을리 했을 때는 계약을 위반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해요.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왜 있는지 어느 순간 망각하는 거죠. 쉬는 날 깔끔하게 쉬고 근무하는 날만큼은 온 힘을 쏟아야죠"
그는 마침 인터뷰 바로 다음 날 퇴임식을 앞두고 있었다. 그간의 어려움을 이겨낸 방법을 물으니 '정공법(正攻法)'이라고 답했다. 특별한 방법 없이 좌고우면(左顧右眄) 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 그는 중간에 어떤 장애물이 있든 국민을 위해서라면 끝을 보는 우직한 경찰관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경찰을 꿈꾸는 사람이나 경찰이 하는 일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저는 경찰을 탤런트라고 표현해요. 경찰관으로 자리를 잡고 관심 있는 분야의 자격 요건을 갖추면 다양한 곳에서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요. 매력적인 직업이죠. 퇴임을 앞두고 시원섭섭하지 않냐고들 물어보는데 섭섭하진 않고, 시원하긴 하네요. 욕을 먹고 힘들었어도 못 해본 건 없는 것 같아요. 무슨 일을 하든 제 이익이 아닌 국민을 위해서 원 없이 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해도 언제나 '당신이 생각한 게 맞다.'라고 말해 준, 제 든든한 지원군인 집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그는 서로를 인정하고 응원해 준 선배,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도 자기만의 정공법으로 세상을 바꿔 나갈 그의 삶이 기대된다.
글_김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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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
쿠인 님 !
좋은 하루보내세요 ^^
좋은글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
동트는아침 님 !
날씨가
아직은 많이 쌀쌀하지만
마지막 겨울인만큼,,
소중한 사람들과 따듯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보시기 바랍니다
~^^
좋은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시길....
반갑습니다
목자 님 !
고운 걸음주셔서
감사합니다 ~
편안하고 여유로운
복된 하루보내세요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감동방에 좋은 글 고맙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많이 풀린 듯 합니다
늘 건강 조심 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 하세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반갑습니다
핑크하트 님 !
고운 멘트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월대보름의 좋은 기운으로
모든 소망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