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호루에 취해서 (행시)
망 : 망호루 난간에 기대어 서니 서호의 물결이 은빛으로 빛나고
호 : 호수 위 검은 구름도 한순간 바람 따라 흩어지네
루 : 루각에 올라 술잔 기울이니 세상 시름 멀어지고
에 : 에워싼 풍광 속에 시심이 절로 피어나네
취 : 취한 듯 깨어 있는 마음으로 자연을 벗 삼아
해 : 해맑은 웃음 남기며 오늘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네
[漢詩散策]
망호루에서 취하여(望湖樓醉書)/蘇軾소식(송나라)
검은 구름 먹구름 되어 채 앞산을 가리기도 전에
구슬인 양 하얀 빗방울이 뱃전에 후드기네
땅을 말 듯 바람 불어오다 휘익 흩어지더니
망호루 아래 물이 하늘과 맞닿아 하나 되네
● 원문
黑雲翻墨未遮山(흑운번묵미차산)
白雨跳珠亂入船(백우도주난입선)
券地風來忽吹散(권지풍래홀취산)
望湖樓下水如天(망호루하수여천)
● 해설
이 시는 송나라의 대문호 소식이 서호(西湖)의 망호루에서 술에 취해 바라본 여름 소나기 풍경을 즉흥적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첫 구에서는 먹물을 쏟아 놓은 듯한 검은 구름이 몰려오는 모습을 그렸고, 둘째 구에서는 굵은 빗방울이 배 위로 튀어 오르는 역동적인 장면을 묘사합니다.
셋째 구에 이르면 강한 바람이 불어와 구름을 순식간에 흩어 버리고, 마지막 구에서는 비가 그친 뒤 호수와 하늘이 한빛으로 이어진 광활하고 맑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짧은 네 구절 안에 먹구름 → 폭우 → 강풍 → 청명한 하늘이라는 자연의 급격한 변화를 생생하게 담아낸 명시입니다.
● 감상
이 시를 읽으면 마치 한 폭의 수묵화가 눈앞에서 움직이는 듯합니다.
비가 내릴 때는 세상이 온통 어둡고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바람 한 줄기에 구름은 흩어지고 다시 푸른 하늘이 드러납니다.
인생도 이와 같습니다.
지금의 근심과 어려움이 영원할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걷혀 버리고 맑은 하늘이 찾아옵니다. 소식은 자연의 변화 속에서 세상사의 이치를 발견하고, 변화 자체를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여유를 보여 줍니다.
● 교훈
"먹구름이 영원히 하늘을 덮을 수는 없다."
살다 보면 갑작스러운 비바람 같은 시련을 만납니다. 그러나 시련은 지나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 것.
인생의 변화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 것.
비가 그친 뒤의 맑은 하늘을 기다릴 줄 알 것.
소식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구름도 비도 바람도 결국 지나간다.
그러니 오늘의 걱정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맑아질 내일을 믿으며 살아가라."
이것이 「망호루에서 취하여」가 오늘 우리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입니다. ·
출처: 하루한수 한시365
첫댓글
망망한 서호의 물결 위로 저녁노을 곱게 번지고,
호수에 비친 하늘의 그림 보며
루각에 기대어 잔을 기울이니 시 한 수 절로 떠오르고,
에워싼 바람결 따라 마음은
구름 따라 흘러간다
취한다 술에 아름다운 풍경에
하염없이 호수에 빠져
여기가 무릉도원이라 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