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조약돌을 손에 들고 있었을 때
나희덕
산책길에 조약돌을 주워 왔다
수많은 돌 중에
왜 하필 그 돌을 주머니에 넣었을까
내가 돌을 보는 게 아니라
돌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고 느낄 때
돌을 집어드는 것은
돌의 시선을 피하는 방식인지도 모르지
특별할 것 없는 그 돌은
나에게로 와서 비로소 돌이 되었다
이름을 붙이거나 부르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돌은 나의 바깥, 차고 단단한
돌은 주머니 속에서 조금씩 미지근해졌다
얼마 전 바닷가에서 그 조약돌을 손에 들고 있었을 때 느꼈던 것이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것은 어떤 들쩍지근하고 메슥거리는 기분이었다. 얼마나 불쾌한 기분이던지! 그것은 그 조약돌 때문이었다. 틀림없다. 그 불쾌함은 조약돌에서 내 손으로 옮겨온 것이다. 그래, 그거다, 바로 그거야. 손안에서 느끼는 어떠한 구토증.*
조약돌은 그곳에서 이곳으로 왔고
그곳의 냄새와 습기 또한 이곳으로 옮겨왔다
나의 돌이 아니라 그냥 돌이 될 때까지
나를 더이상 바라보지 않을 때까지
그때까지만 곁에 두기로 한다
방생의 순간까지
조약돌은 날개나 지느러미를 잃은 듯 거기 놓여 있을 것이다
* 사르트르, 『구토/말』, 이희영 옮김, 동서문화사, 2017, 27쪽
나희덕
충남 논산 출생.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가능주의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