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술령/ 권기만
진정한 어깨는 산에 가면 있다
어깨가 되는 것들엔 서로를 믿고
어깨를 빌려주는 어울림이 있다
처음부터 같이 걸어온 추억이 있다
치술령에 올라 동해를 바라보면
바다와 산이 서로의 어깨를 걸고
세상을 밀고 가는 것이 보인다
함께 어울리면 가벼워진다고
어깨를 짚어오는 망부석,
산에 올라보면 무거운 것은 다 들킨다 내려놓으라는 말은 없어도 기어이 다 부려놓
고 가라고 땀구멍 활짝 열어제친다 먼 산 넘어 구불구불 달려온 길이 흔들림이 아니
라 출렁임이라고 산다는 건 어깨에 어깨를 거는 것이라고 진정한 어깨가 그리운 날
배낭 둘러메고 치술령 오른다
오를수록 출렁이는 어깨, 먼 바다에 헹구고
하산하는 길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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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권기만
언제 저렇게 많은 알을 슬어 놓았을까
식탁 위 고들고들한 밥
형광등 불빛 오밀조밀 들어앉아
금세라도 깨어날듯 꼬물거린다
말간 빛의 알갱이
한 숟갈 떠 입에 넣는다
생의 막장마저 물어뜯는 것일까
공복의 창자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요동친다
찬밥 한 덩이로 버티기엔 너무 먼 하루
가다가다 어깨 처진 그믐 같은 슬픔,
한번 더 불어터지고 있다
식탁 위, 섬처럼 떠 있는 밥그릇
살갗도 대지 않고 언제
저렇게 많은 허기를 고봉으로 낳았을까
삭발한 희망 한 덩이로 웅크린 반달
갱도에 비추는 흐린 램프 같다
어디든 막장이라고 꾸역꾸역 안전모를 눌러쓴다
몇 번의 굴절을 더 거쳐야
더운밥 둘러앉아 먹을 수 있을까
막삽 같은 숟가락으로 눈물을 캔다
한때 물렁했던 기억
갱차에 퍼담는 반지하 거실
어깨 처진 슬픔, 한번 더
불어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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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단: 월간 [문학저널]
* 동인: 울뫼/ 두레문학/ 시와 사람들
* 울산대학교 평생교육원 시 창작과 수료
* 울산기능대 평생교육원 문예 창작과 수료
* 현재: 시산맥회 회장
* 현재: (주) 현대자동차 근무
* 현재: 두레문학 운영위원
* 개인서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