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결혼은 두 남녀가 어떻게든 접촉하여 서로를 좀 알고 나서 이루어지는 것이 상례입니다. 물론 대부분 서로 사랑하기에 결혼이라는 합의점에 이르게 됩니다. 사실 그렇게 서로 좋아해서 결혼을 한다 해도 십년 이십 년 그 이상으로 길게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옛날에야 그럼에도 서로 참고 버티며 한평생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몇 년이 되든 서로 마음이 틀어지면 언제고 헤어집니다. 결혼을 처음부터 헤어지자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살다보면 서로 적응하기 어려운 일들이 생깁니다. 참다못하여 아픔을 감내하고 이혼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혹 부부 사이에 자식이라도 있다면 조금 더 까다로워집니다.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도 특히 양반집 자녀들은 본인의 의사보다 부모의 의사가 더 중했고 가문을 잇는다는 명분이 더 강했습니다. 그래서 신부든 신랑이든 첫날밤에 비로소 보게 된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남녀가 마주볼 일도 없고 그것이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가문을 이어가는 일이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자기 집안을 이어갈 아들을 낳아줄 만한 규수를 찾으면 그만입니다. 본인들의 사랑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런 문화 속에서도 남녀의 사랑이 나타날 수 있는 기회는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야기도 생기고 그런 이야기를 남몰래 들으려고도 하고 그것을 책으로도 만들었습니다. 사랑 이야기는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인기입니다.
전혀 모르던 남녀가 사랑해서 결혼하여 한평생 해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역사이고 대단한 이야기입니다. 많은 남녀가 그맘때 꿈꾸어보는 동화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문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라면 이루기 어려운 꿈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환경을 이겨내고 사랑을 실천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더욱 사람들을 감동시켜줍니다. 또한 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에도 비슷한 꿈을 심어줍니다. 꿈과 현실은 다릅니다. 그리고 실제 사랑을 해본 사람은 그 꿀 같은 맛과 더불어 쓴 맛도 알게 됩니다. 대화 속에 나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평화를 잃어.’ 경험해본 사람은 압니다. 좀 과격한 말이라 생각되지만 일리도 있습니다. ‘사랑은 위험한 정신질환’이랍니다.
처음에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문화를 따랐습니다. 아마도‘카즈’가 결혼을 결정한 것은 그 이유일 것입니다. 그래도 보기는 했답니다. 화면으로. 세상이 발전하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제는 화면으로도 통화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짧게 교제하고 결혼으로 들어갑니다. 소꿉친구였던 ‘조이’가 따라갑니다. 마침 결혼을 주제로 한 기록영화를 만들려던 참이었으니 때가 잘 맞았습니다. 영국에서 파키스탄으로 함께 갑니다. 그리고 카즈의 약혼녀와 가족들을 만납니다. 조이가 궁금해 한 것은 이런 결혼이 가능한가? 행복할까? 어떻게 이루어지는 결혼문화인가? 등등입니다. 그리고 이 결혼의 당사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만족해하고 행복할까, 하는 것이 궁급합니다.
양가 가족들은 모두 기뻐하고 만족해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결혼 축제가 열립니다. 대단합니다. 아마도 기본 사흘의 과정이 있는가봅니다. 결혼식 당일을 기준으로 그 전날의 행사가 있고 그 다음날의 행사가 있습니다. 나름의 그 날의 이름들이 있기도 합니다. 아무튼 사흘에 걸친 큰 축제입니다. 조이는 가족 중 딸이 자기 사랑을 좇아 가족을 떠난 이야기도 듣습니다. 더구나 종교적으로 다르기에 집안 전체가 반대하였고 그 맨 앞에 가장 어른인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쫓아낸 셈이지요. 그들 문화에서 우선은 종교입니다. 타 종교인과의 결혼은 결납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집과 사랑하던 가족을 떠나야 했습니다. 근래에는 손자까지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 시대에 아직도 존재하는 폐쇄된 사회를 보여줍니다. 그래도 변화를 막지는 못합니다. 특히 젊은이들 세계는 달라집니다. 세계를 보고 들으며 의식과 문화가 변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노인들의 시대는 가고 있습니다. 세대는 바뀔 것입니다. 시대의 주인공들이 바뀌는 것입니다. 잔치가 진행되는 가운데 조이는 카즈의 약혼녀가 몰래 다른 남자와 통화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아마도 사랑하는 사이 같습니다. 그런데 강제결혼을 당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카즈는 행복하다고 합니다. 물론 그 앞에서 약혼녀도 그렇다고 긍정합니다. 조이의 보기에는 전혀 아닌듯한데 말입니다. 또 한편 조이 자신이 혼란에 빠집니다. 카즈와 오랜 시간 함께 하였기에 말이지요.
관습, 의식, 문화, 그리고 종교 등 우리를 얽어매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은 그것들과 다르게 가고자 할 때가 있습니다. 그 강력한 힘이 바로 사랑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때로는 가족을 떠나게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감동으로 다가오지만 당사자는 때로 목숨을 거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프고 힘듭니다. 가능하면 양편이 이해하고 서로 가까이 다가오기를 바랍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말입니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고집, 선입관, 전통과 관습 등등. 우리는 왜 매여서 살아야 할까요? ‘척 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 행복일 수 있습니다. 영화 ‘왓츠 러브’(What's Love Got to Do with It?)를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