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 사도 요한 신부
한가위
요엘 2,22-24.26ㄱㄴㄷ 요한 묵시록 14,13-16 루카 12,15-21
“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하고, 확마다 햇포도주와 햇기름이 넘쳐흐르리라”(제1독서).
한 해 동안 공들인 수고의 결실을 거두는 명절 한가위입니다. 오늘 밤 떠오를 한가위 보름달처럼,
여러분들의 마음 또한 주님께서 베풀어 주신 수확의 기쁨으로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추석은 풍성함을 만끽하는 명절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우리가 거둔 풍요로운 결실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여 보도록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는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둔 부유한 농부가 그 소출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그의 생각을 드러내는 표현들 속에서 우리는 그의 관심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 (……)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여기서 ‘모아 두다’ 또는 ‘쌓아 두다’라는 표현이 두드러지게 많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유한 농부의 관심사는 수확한 것을 모아 두고 쌓아 두는 일이었습니다.
모아 둔 것을 앞으로 어디에 쓸지에 대한 고민은 크게 없어 보입니다.
그의 고민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장소가 좁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이전 곳간들을 허물고
더 큰 곳간들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데에 그치고 맙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으는 데만 마음을 쓸 뿐,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는 별로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모아 두고 쌓아 두는 것 자체가 목적일 수 없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
우리가 지향하여야 할 바는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되도록 현세에서 누리는 풍요로움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여 봅시다.
인천교구 정천 사도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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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원 베드로 신부
한가위
요엘 2,22-24.26ㄱㄴㄷ 요한 묵시록 14,13-16 루카 12,15-21
가족과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과 사랑을 나누는 한가위에, 교회는 하느님께서
인간의 노고를 축복하시고 손수 풍성한 결실을 내주셨음에 감사드리며(제1독서 참조),
세상에서 고생한 의인들을 그분께서 수확하여 거두시는 심판의 때를 선포합니다(제2독서 참조).
오늘 복음은 그러한 하느님의 심판을 합당하게 준비하는
삶에 관한 가르침(루카 12,1─13,9 참조)입니다.
부자의 속마음에는 유독 ‘모으다’(17.18절)와 ‘쌓아 두다’(19절) 같은 표현들이 가득합니다.
자신이 거둔 소출이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라는 감사의 마음은커녕, 그 재산에 기대어 안심하고
즐길 생각뿐입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하느님도, 나눔을 실천할 이웃도 없습니다.
더 벌어서 계속 더 큰 곳간을 짓고 그것을 채우는 것이 목적이 되어 버린 탐욕은 인간의 영혼을
좀먹는 가장 큰 유혹이며 악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부자를 “어리석은 자”,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꾸짖으십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이 세상이 아니라 하늘 나라에 줄지 않는 보물을 쌓으라고 자주 말하면서
(루카 12,33; 16,9; 18,22 참조), 그 방법으로 이웃에 대한 자선을 제시합니다.
한편 잠언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가난한 이에게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주님께 꾸어
드리는 이, 그분께서 그의 선행을 갚아 주신다”(19,17).
모을 줄만 알고 통장에 찍힌 금액에서 만족과 안정을 찾는 세속적인 부자가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감사와 믿음 그리고 이웃을 향한 나눔과 자선을 통하여 가진 것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하느님 나라의 부자로 살아갑시다.
대구대교구 강수원 베드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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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식 토마스 신부
한가위
요엘 2,22-24.26ㄱㄴㄷ 요한 묵시록 14,13-16 루카 12,15-21
민족의 큰 명절 한가위입니다. 한가위에 가족과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쁨과 형제애를 나누는 것은 큰 즐거움입니다. 그리고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과 조상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은 우리의 도리입니다.
주님께서는 복음을 통하여, 우리도 당신을 따라 사랑을 실천하라고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복음은 아름다운 이론이나 추상적인 방법론이 아니라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구체적인 길입니다.
명절에 가족이 함께 모여 나누는 사랑은 신뢰를 쌓고, 소통을 통하여 이해와 깊은 유대를
형성합니다. 하상욱 시인은 가족을 ‘영어’ 같다고 하였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게 표현이 잘 안 되기” 때문이랍니다.
또 때로는 ‘한국어’ 같다고도 합니다.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참 모르겠기” 때문이랍니다.
우리 가족은 어떠한가요? ‘영어’ 같은가요? ‘한국어’ 같은가요?
우리가 마음으로 대화한다면 우리 가족은 영어도 한국어도 아닌,
‘나눔과 희생을 통한 사랑의 언어’와 같을 것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풍성한 수확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이를 이웃과 나눔으로써, 어리석은 부자가 되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풍요로운 한가위에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우리의 마지막 날을 생각해 봅니다.
인생의 마지막 날 죽음 앞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받은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이고, 우리는 하느님 덕분에 살아갑니다.
하느님과 이웃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사랑을 나눈다면 더욱 행복한 한가위를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원주교구 신우식 토마스 신부
오요안 신부의 가톨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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