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 나는 만화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열혈만화라고 표방하던 많은 만화책들의 테마는 그 시절 내가꿈꾸는 것과 확실히 맞물러있었다. 그당시에 봤던 인디아나 존스와 더불어, 내가 늘 갈망했던 꿈과 희망과 모험 - 사실 그 시절 그다지 자유가 없는건 전혀 아닌데도, 그런것들을 접하다보면 내가 참 뭐하나 싶긴 했다 - 을 참 각양각색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목마른 사막여우가 오아시스 귀퉁이를 발견하듯이 접한 만화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상남이인조 였다. 성남에 살던 난, 얼핏 성남이인조로 보이던 그만화책을 정말 애향심에 빌렸다가 일본의 상남이라는 지역이란걸 알고 나름 좌절에 빠졌던 기억이 새록새록거린다. 그러나, 내용은 참으로 신선하다 못해 그것이 그리고 있는 스케일에 몸서리 쳐야했다. 혈기왕성한 어린것들이 가위바위보 중 바위만으로 짱을 가르는 것만 보다가, 오토바이를 매개로 누가 진짜인지 가르던 그들의 이야기는 신선하다 못해 신세계를 접한 듯한 표정으로 읽어야했다.
지금도 그런 열혈만화들은 삶의 자극제로서 오가는 지하철이나 야밤에 읽는 그 아슬한 맛을 오롯히 기억하게끔 만든다. 스포츠가 인기 있는건, 승부를 가를수있는 장소와 시간과 정당성을 합법적으로 부여하기 때문이다. 단지 싸움이라는 본능적 폭력성을 극대화한 방법이외에도, 오토바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뭉치고, 웃고, 울고, 심지어 위계를 나누고 등등 일련의 사회적경험을 창출한다는게 그나마 더 문화인이라는 타이틀을 걸어줄만했나보다. 아주 유아적인 발상으로 내가 이학교를 접수한다 식의 수많은 만화컨셉을 순간 바보로 만들만큼. 그래서 열광했다. 모든 열광의 전개가 그렇듯, 열광은 또 다른 식의 자아형성에 결정적 기여를 하게 되었다.
상남이인조는 영길과 용이 라 불리는 두 청소년과 그들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이들의 청소년 보고서이다. 모든 청소년들이 다 싸움을 하거나, 위계를 선정하거나, 진정한 우정에 관한 고찰이라든가 등등의 경험을 하지는 않지만, 만화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지금은, 그러니까 십대의 이 시절은 너무나 아름답고 좋은 추억만 가득한 시절이라고, 지금 안하면 평생 느낄수 없는 그 순간을 위해 우리는 치열하면서도 바보같이 산다 - 다소 십대범죄의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멘트와 일맥상통하긴 하지만 어쨌든.
자, 상남이인조라는 만화를 관통하는 테마는 청소년기만큼이나 위험하고 스릴있으며 성취감이 있다는 바로 오토바이질주이다. 너무나 달은 구석이 있는 청소년기와 오토바이질주는 그 순간에 테마곡을 오버랩해서 전혀 이상스럽지 않은 애증의 형제같은 느낌마저 준다. 주인공들은 말한다. 오토바이를 타면서 얼굴의 근육을 스치는 이 바람과, 헤드라잇 물결, 바퀴의 마찰음, 끊이지 않는 웃음. 등등. 만화 그랑죠에서 주인공이 타던 전자동 스케이트보드 이후로 처음 갖고싶다고 느껴질만한 묘사였다. 정말로 이 만화의 작가는 오토바이를 좋아하는구나 - 후에 알고보니 폭주족을 해봤다더라. - 싶을 정도로.
왕비호 처럼 말해볼까나. 폭주족? 누구? 아, 그 왜 혼자타긴 쪽팔리고 그렇다고 돈은 많고 끼리끼리모여서 최고인양 질주하는 꼬마애들? 너희, 한국에서 폭주족이라고 불리는 꼬꼬마와 그 일당들아. 오토바이에 여자나 적재하지말고 개념이나 적재해보시지.
아직도 그 만화에서 기억나는 건, 오토바이를 참으로 사랑하는 여자처럼 묘사했다는것과, 질주를 사랑했던 만큼 자신의 질주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다는것. 집회라고 일컫는 특정한 일시와 장소에 모여서 행진을 하는 것 자체를 싫어라 하는 생각조차 가지고 있지 않는 내가, 갑자기 생뚱맞게 그들에게 키보드육두문자를 난리고 있는 이유는, 정말 오토바이를 사랑하는 많은 순수한 이들마저 폭주족이란 이름아래 묶어 욕을 드시게 했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보자. 티비에서 어설프게 한 모자이크 너머로 오토바이 운운하며 자신감을 올라간 입꼬리 만큼 보이며 어떠한 죄책감도 없이 인터뷰를 하는 그들아. 자기네만 재밌으면 됐지 왜 난리들이야. 솔직히 너희도 부러우면서 - 라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데, 즐길거리는 공유하지 않으면 범죄라는걸 기억해야한다. 상남이인조에서는, 그래 가상속 두명의 청소년들은 오토바이를 타면서 일반차 앞에서 롤링을 하거나, 길가는 시민들에게 타액을 뱉거나, 뒤에 여자태우는게 오토바이커들의 의무인냥 행동하지는 않는다. 최소한의 자존심이 있다는 걸 왜 모를까. 매너게임, 매너플레이, 모든 행동은 매너가 있어야한다. 남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다. 즐길거리을 유지하기위해, 인정은 못받을지언정 부끄럽지는 말아야 한다는걸 우린 기억해야한다. 정말 오토바이 질주를 순수하게 좋아한다고 주장하고 싶으면 당당해져라 모든 행위에 대해. 그리고 끊임없이 질문해라. 내가 하는 행동이, 앞으로 몇년후에라도 손색이 없는 기억일까. 술자리꺼리로도 욕먹을 짓은 하지 말자. 최소한의 가치는 지키자.
좋아하는 이유만으로 정당화 시킬수 있는건 매일 컴퓨터게임을 하던 내 조카의 논리와 다르지 않는다. 좋아하면 좋아하는 그것에 자존심을 걸자. 이렇게까지 하면서 난 좋아하는걸 한다 - 라는 논리를 부여해보자. 좋아하는 것을 하기위해 이정도는 지킨다. 이정도는 감수한다. 이정도를 할만큼, 난 좋아한다 - 라고 왜 말을 못하나. 그리고, 자신에게 되물어보자. 오토바이 그 자체의 질주를 좋아하는지, 아님 오토바이를 핑계로 여러가지 부산물을 좋아하는건지. 만약 후자라면 스스로 범죄임을 알고 알아서 숨어라. 창피하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색다른 부킹외엔 부여할 목적마저 없다.
현 폭주족이라 불려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 이들에게 상남이인조를 추천하고 싶다.
자칭 폭주족꼬꼬마들아. 상남걔네들은 꿈과 자존심이라도 있었지. 너흰?
첫댓글 ...? 폭주족은 단순히 의제 전달 수단으로서만 사용된건가?
거기에 좀더 감정적으로. 폭주족에게 상남이인조 만화책을 보여주고싶다는 얘기
그럼 재미있다고는 하겠지만...(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