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족보는 “다윗의 자손”이라는 호칭으로 시작합니다. 다윗의 히브리 말 이름이 가리키는 숫자 ‘14(4+6+4: דוד[代])×3’의 도식은, 다윗의 자손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완전한 구원 섭리로 오신 온 세상의 임금이시요 구약 시대부터 예언되신 메시아이심을 드러냅니다. 족보에는 특히 요셉이 “마리아의 남편”으로 소개되면서, 독자의 주의가 온전히 마리아에게로 쏠리게 합니다. 메시아가 다윗의 고향인 베들레헴에서 나신다는 미카의 예언과(제1독서 참조), 하느님의 다스림과 영원한 평화를 가져올 임마누엘 아기의 탄생에 관한 이사야의 예언(마태 1,23; 이사 7,10-17; 8,23ㄴ─9,6 참조) 모두에 등장하는 그 ‘여인’은 바로 주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입니다.
성경에는 마리아의 탄생 이야기가 없지만, 외경(外經)인 야고보 원복음서에 부유하고 경건하였던 요아킴과 안나 부부가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며 자식을 청하였을 때 천사에게서 아기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계시를 받고, 아이를 낳지 못하는 안나가 기적적으로 마리아를 얻게 된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비록 이 외경의 내용 때문만은 아니지만, 교회는 구세주의 탄생을 오래전부터 섭리하신 하느님께서 아기의 어머니 또한 신중히 마련하셨음을 믿어 고백하며, 오늘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을 경축합니다.
작고 연약한 아기 마리아의 탄생으로 이어진 하느님의 구원 섭리를 기억합니다. 때로는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아주 작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들 가운데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현존과 섭리를 우리가 발견하고, 그 뜻이 이루어지도록 협력하는 이 시대의 ‘마리아’로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강수원 베드로 신부)
첫댓글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