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공짜 히트텍’ 1시간 만에 ‘순삭’”. 어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한 매체의 뉴스 꼭지 제목이다. 먼저 ‘히트텍’과 ‘순삭’이라는 두 단어에 관심이 갔다. 유니클로가 일제 의류 메이커니, 눈치로 ‘히트텍’은 열이 나는 옷이겠거니 짐작했는데 역시나 발열내의였다. ‘순삭’도 눈치로 ‘순간 삭제’ 아닐까 생각했는데 역시 그 뜻인 모양이었다. 저 제목을 해석하자면 유니클로의 공짜 발열내의가 1시간 만에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뜻인 게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리 공짜가 좋다지만 밸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 사람이 너무나 많구나 싶어서다. 지금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에 치러지고 있는 전쟁과 같은 상황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안 가기 등 노 재팬이 불붙었었던 게 불과 서너 달 전 일이다. 일본인들이 한국인은 냄비근성이라고 야유해도 여전히 일본 제품을 사고 일본에 여행 가는 사람이 많대서 속상했었다.
그런데 이런 공짜 마케팅에 자존심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달려간 꼴이니 일본인들이 우리 한국인을 얼마나 멸시할 것인가 생각하니 속이 다 뒤집힌다. 젊은이들이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노 재팬은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할 때 중장년 세대가 저 히트텍이란 걸 ‘순삭’시켰지 싶다. 지소미아 종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일본과 첨예한 힘겨루기를 하고, 미국의 압력이 거센 때라 모두가 한마음으로 정부에 힘을 모아줘도 부족할 텐데 정말 어이가 없다.
저런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과거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지 않았을까 여겨질 정도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배움이나 교양 정도가 다르겠지만 최소한 나라를 위해 뭘 하고 말아야 할지 정도는 알 터인데 저런 형편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확인하자니 치미는 울화를 억누르기가 쉽지 않다. 저들의 얄팍한 공짜 마케팅에 곳곳의 유니클로 매장이 북새통을 이뤘다니 국민성이 일시에 농락당한 듯해 내내 씁쓸함을 지우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