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부끄러운 말이지만, 저는 웬만하면 편하게 살고싶어 합니다.
걸을텐가? 아니면 차를 탈텐가? 라고 묻는다면
열에 일곱번은 차를 선택할 것입니다.
많이 걸어버릇 하지 않아서이고, 게으른 탓이겠지요.
그러나 거창에 와서야 새삼스레 하게 된 생각이 있습니다.
복지관의 차를 타고 마을에는 가급적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마을분들께 되도록이면 최대한 눈에 띄고 싶지 않습니다.
사랑의 열매가 그려지고 어디어디복지관이라는 글자가 새겨지고
멀리서 보아도 한눈에 복지센터 차라는 것을 알 수있는,
복지관에서 온 사람이라는 티를 내고 싶지가 않습니다.
사실 평소에는 복지관 차를 타 볼 기회가 자주 없었기에
이런 생각을 미처하지 못하거나,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했었는 듯 합니다.
그러나 이 곳에서 선생님과 함께 걸어서 어르신을 찾아뵙고 주민들께 인사하고 동네를 산책하고,
때로는 생활관리사 어머님들이나 선생님과 함께 복지관 차를 타면서
차를 항상 멀직이 주차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부분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활동은 저희 농활팀 내 짜여진 팀이 각자 재량껏 다니는 활동이라
버스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어르신이 계신 곳은 가조면에 들어서기 직전, 동내리라는 곳입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한 20분 정도를 걸어야 합니다.
그 정도를 걸어서 동네 입구에 들어섰습니다.
때마침 동네입구에 아름드리나무 아래 쉼터에는 어르신들이 모이셔서 점심을 드시려하셨습니다.
멀직이서 낯선 젊은학생 둘이가 걸어 마을로 들어오니 다들 쳐다보십니다.
어르신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어르신들이 어디서 온 누구냐 물으십니다. .
읍에 있는 노인복지센터에서 백○○어르신을 뵈러온 학생입니다. 라고 인사했습니다.
그 양반 보러왔구만. 잘 왔네. 앉아서 쉬다가라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르신 뵙고 와서 또 들리겠습니다 인사하고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러다가 사회사업 대안학교 시간에 들었던 약장수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대안학교 시간에 프린트물로 나누어 주신 것인데, 요결을 찾아보니 내용이 수정되어 그 부분이 빠진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은 약장수가 오면 좋아합니다.
저희 할머니를 생각해 보니 정말 오전에 나가셔서 저녁 즈음에나 오시기에
뭐하다 오셨는지 여쭈니 약장사한테 가서 놀다왔다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약장수가 뭘 어떻게 잘 놀아드리하는지 저는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할머니는 약장수한테만 다녀오시면 휴지와 조랭이떡 등 뭔가를 항상 가져오셨다는 것은 기억합니다.
이거 사오신 거냐 여쭈면 그냥 줬다 합니다.
약장수는 약을 팔려고 뭔가를 자꾸 나누어줍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은 그것을 좋아하십니다.
재미있게 해주고 뭔가를 자꾸주니 싫을리가 없습니다.
어찌보면 복지관은 현대판 약장수가 아닐까요?
어르신께 무언가를 자꾸만 줍니다. 어디 데려가고 공짜로 밥도 주고 반찬도 주고 뭘 자꾸 줍니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도 잘 걸어줍니다.
싫을리가 없겠죠.
그치만 복지관의 그런 행태는 어르신들의 자존심과 인격을 가져갑니다.
약장수는 돈을 가져가지만
복지관은 돈으로는 절대 비교할 수 없는 가장 귀한 것들을 쏙쏙 뽑아갑니다.
낯선 두 젊은이의 등장에 어르신들이 모두 누군가 하십니다. 궁금해 하십니다. 어디서 온 누군지 물으십니다.
어르신들의 그런 모습은 저에게 기분좋은 경계심입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우리가 누구인지 물어봐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백○○어르신을 뵈러왔다하니 마음열고 맞아주시는 어르신들이 좋습니다.
마을어귀에서 낯선이의 등장에 경계하시고 궁금해 하시는 어르신들께
제가 누구인지 인사드리고 나누면서 관계를 맺어나가는...
그런 사회사업이 재미있다, 좋다, 해야겠다라고 한번 더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었습니다.
저희를 맞아주신 동네 어르신들 속에서 저는
차타지 않고 동네를 열심히 걸어다니는 사회복지사가 되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첫댓글 약장수와 복지관이 가져가는 것...절묘하군요. 주는 것만 생각해 보았는데, 가져가는 것이 더 무섭군요.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의 다문화가정을 방문하는 일을 할 때, 신분증을 패용하게 되어 있거든요. 어느 날인가 외부기관에 동반이동 할 때 '내가 어디서 나온 사람인지 티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여겨졌습니다. 동사무소, 출입국관리국, 영사관, 도서관, 학교, 시장 등 신분증 달지 않고, 팔장끼고 다니니 친구처럼 정겹더군요. 요즘은 자전거로 이동하니, 고향에서 자전거와 오토바이 타던 생각이 나시는지, 수업 후 문앞에서의 배웅시간이 길어집니다. 샛별의 걸어다니는 사회복지사, 지지합니다.
배웅 시간이 길어진다는 말이 짠합니다. 선생님.
좀 그렇지? 나도 보통 헤어질 땐 잘 돌아보는 편인데...이 분들과 헤어질 땐 일부러 돌아보지 않으려고 해. 마음이 아파서...모퉁이 돌아서 살짝 엿보면 하염없이 서 있을때도 있거든.
자전거를 타셨다는 선생님의 글을 보며 새삼스럽게 서울에서도 자전거 타고 다닐 수 있구나, 차타고 전철타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 타거나 걸어서 다닐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전거타고 동네를 다니시는 선생님을 뵙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 선생님의 지지와 격려- 큰 힘이 됩니다- 열심히, 부지런히 걸어다니는 사회복지사 되고싶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감사합니다^ㅡ^
걸어다니면 몸도 좋고 정신도 좋고 기분도 좋습니다. 걸어다니면 보이고 들리고 알게 됩니다. 걸어다니면 주고받는 정도 많아집니다. 자동차도 유익이 많지만 그래도 두 다리로 사회사업 하고 싶습니다. social walker 발로 뛰는 사회사업가는, 특히 농촌사회사업가는, 걸어다니거나 자전거 타고 사회사업 하는 게 어떨까요?
걸어다니며 인사드리면, 동네 마을 어르신들께서도 낯선 다른 마을 젊은이를 이해하는 마음이 커집니다. / 가조면 동례리 중평마을에서 가조 면 5일장에 어르신을 찾으러 갔었습니다. 갈 때, 어르신 이웃댁 친구분이 차를 태워주셨습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마을 입구 아름드리나무에 계신 동네 어르신들이 지나가는 차 안을 물끄러미 바라 보시며 말씀 나누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당장의 편안함, 행운에 즐거워하다 마을 이웃과의 관계, 평판을 나쁘게 하는 것은 아닐지... 장에 계시지 않았던 어르신 덕분에 마을에 다시 돌아와 아까 못다한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제서야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농활팀에게 부끄럽습니다. 농활팀 오기 전에 차타고 다녔습니다. 농활팀 덕분에 많이 걷고, 버스 타고, 차 얻어 타고... / 농활팀 다녀가고 걸어다니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걸어 다니려 부단히 애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