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 이념공세 벌이는 국방부, 역사부터 제대로 바라보라
홍범도 장군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 두 점, 이들 자료들은 천안 독립기념관이 소장 중이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육군사관학교가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추진하면서 때아닌 역사 논쟁이 한창이다. 특히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주도한 이가 뉴라이트 성향의 나종남 육사 군사학과 교수임이 <경향신문> 단독 보도로 드러나면서 파문은 더 커지는 양상이다.
천안 독립기념관은 홍범도 장군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 두 점, 그리고 1922년 1월 원동민족혁명단체대표회 개회식 영상, <홍범도 일지>, <대한독립군 유고문> 등을 소장하고 있다. (‘원동’이란 러시아 극동지역을 뜻하는 옛말이다 – 글쓴이)
이 자료들은 반병률 한국외국어대학교 사학과 교수가 2018년 7월 러시아 국립 사진·영상물 보관소에서 발굴한 것이다. 반 교수는 이들 자료들을 지난 2021년 7월 홍범도 장군 유해봉환에 발맞춰 천안 독립기념관에 기증했다.
여러 언론을 통해 수차례 언급됐지만, 다시금 저간의 사정을 살펴보자.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로 드는 이유는 소련공산당 가입·활동 이력이다.
하지만 1927년 홍범도 장군이 소련공산당에 입당한 건 사실이나, 목적이 독립운동 발전에 있었다는 게 역사학계의 전반적인 해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1920년대 소련공산당은 미국과 이념전쟁을 벌일 위치에 있지 않았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엔 미국의 동맹국이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미국은 전쟁을 수행하면서 이른바 '무기대여법'을 근거로 소련에 군수물자를 아낌없이 지원했다는 사실이다. 홍범도 장군의 소련공산당 이력이 문제라는 국방부의 인식대로라면 미국 역시 소련공산당을 지원한 ‘반국가세력’인 셈이고, 따라서 미국에 주한미군 철수를 촉구해야 한다.
국방부 발 역사 논쟁에 보수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8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범도 장군은 해방 2년 전에 작고하셨으니 북한 공산당 정권 수립이나 6.25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은 별다른 공산주의 경력도 없는데 왜 이 영웅들의 흉상까지 철거한다는 것인지도 이상하다. 이 분들의 흉상을 철거하면 강군이 되는 것인가?”라고 직격했다.
반병률 한국외국어대학교 사학과 교수가 2018년 7월 러시아 국립 사진·영상물 보관소에서 발굴해 천안 독립기념관에 기증한 ‘홍범도 일지’ Ⓒ 사진 = 지유석 기자
앞서 적은 반병률 교수는 홍범도 장군 자료를 기증하고 이어진 특별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간 봉오동전투는 전투의 규모만 부각됐었다. 그런데 이 전투는 일본 정규군을 격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당시 독립군이 정규군을 맞상대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뜻이다."
적어도 홍범도 장군은 독립운동에 생을 바쳤고, 그가 지휘한 '봉오동 전투'에선 군 역사상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다. 소련공산당 가입 이력을 문제 삼는 국방부의 태도는 지나치게 단선적이고, 역사적 맥락을 거세한 단순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홍범도 장군 사진은 천안 독립기념관을 찾으면 만날 수 있다. 흉상 철거에 앞서 국방부 장관 이하 군 수뇌부가 독립기념관을 찾아 홍범도 장군 유품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역사를 똑바로 배우기 바란다. 적어도 독립전쟁 영웅 앞에서 부끄러운 후배 군인이 되어선 안되지 않은가? 더구나 어깨에 별을 단 장성이라면 말이다.
우리 시민들 역사 국방부의 시대착오적 이념 논쟁을 계기로 더 많이 홍범도 장군을 알아갔으면 한다. 게다가 독립기념관은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천안에 있으니 배움의 기회는 언제든 열려 있다. 적어도 독립운동가 앞에서 부끄러운 후손은 되지 말자.
첫댓글 역사를 똑바로 배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