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죤의 눈물만 보이는가?
강을 복원하고 살린다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운하이든 아니든 이름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복원도 아니고 살리기도 아니니 반대하는 것이다.
강을 따라가다 보면 모래밭도 있고 자갈밭도 있고 갈대밭도 그리고 습지도 있다.
이들은 강의 악세서리가 아니다. 이곳을 흐르면서 강물은 보다 맑고 깨끗해진다.
이것이 살아있는 강, 생명의 강의 모습이다.
갈대밭과 습지는 밀어버리고 모래와 자갈을 깊이 파내고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두
는 것은 치유 불능의 불구로 만드는 행위다.물을 가두고 있는 보는 콘크리트 어
항 일 뿐이다.
흘러야 강도 살고 강변의 생명체도 살 수 있다. 강물은 흘러야 한다.
얼마 전 낙동강 공사 현장에 나타난 정부 최고위인사가 그랬단다. 어항은 크면
클수록 좋다고 말이다.
세간의 <어항>이라는 비유를 인정한 셈이다. 4대강 살리기가 실은 4대강 어항
만들기라는 것은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왜 일까? 그래야 나중에라도 할 말이
있을 거다. 실언은 아닌 것 같다. 노회하다.
내가 평소에 자주 찾는 남한강에는 강물을 가로막는 3개의 보가 설치되고 보의
제방을 따라 자전거 길이 그리고 중간 중간에 생태공원과 체육시설이 만들어 진다. 이
것이 '살리기'의 전부이다.
조감도를 보면 한껏 모양을 낸 콘크리트 보와 그곳에 가득찬 물이 전부이다.
옛 강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아름답던 강변 모래밭 또한 흔적도 없다.
한마디로 강이 사라진 것이다. 뭐가 복원이고 뭐가 실리기인가? 명색이 <살리
기>라고 하는데 그래도 설마 했다면 "속았다"다.
보의 특징은 물을 흘러보낼 수 있는 가동보이며 보의 상단에는 교량이 있고 가
장자리에는 어로라는 것도 있다.
교량은 보수를 위한 크레인과 자전거 그리고 방문객을 위한 것이고, 어로는
물길이 막혔으니 물고기의 통행을 위한 길이다.소수력발전소도 있다. '이포보
의' 경우 교량 폭은 7미터 길이는 744미터다. <보>라기보다 <댐>이다.
3개의 보 중 하나인 이포보 아래에는 팔당댐이 있다. 상류에는 충주댐과 조정
지댐이 있으니 남한강은 어떤 모습일까?
댐들을 잇달아 붙여 놓은 모습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수심 6미터 정도
의 거대한 수로 중간 중간에 ‘보’라는 칸막이를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거대한 수로의 한 칸, 한 칸이 모두 인공호수이다.
더 이상 강은 없다. 강은 그 이름을 잃었다. 강은 죽었다.
바지가랑이를 걷어올리고 뛰놀던 그런 강은 없다. 물에라도 한번 들어가고자
한다면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행복의 강, 희망의 강이란다. 죽이기를 살리기
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들 못할까? 더 있다. 소통, 체험의 강, 공감의 강, 전부
소제목이다.'육갑 한다'다.
아마죤의 눈물은 보이고 4대강의 눈물은 보이지 않는가?
강이 신음하며 비명을 지르는데도 부득부득 살리기라며 북한의 속도전 하듯
밤낮, 휴일도 없이 무서운 기세로 밀어 붙이고 있다.
그것도 4대강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거기다가 처방도 똑 같다.
콘크리트 보가 병든 강을 치유해주는 무슨 요술방망이라도 되는 줄 아는가
보다. 지금 여기가 아마죤이다.
살리기만도 아니란다. 좋다. 그럼 어디 한번 물어보자. 수도권의 식수가 부
족한가? 그냥 마시기에는 좀 꺼림칙하다는 말은 들어 보았다. 농업용수가
부족한가? 땅이 없어서 농사를 못 짓는다는 말은 들어 보았다. 홍수 예방 때
문인가? 장마철 폭우로 잠수교가 물에 잠기는 것은 보았다.
한강 다리 아래를 도도히 흘러 그냥 서해로 빠져나가는 것이 다 물이다.
여기를 살리는 것이 진정한 실리기이다. 현재 남한강 수질은 몇 급수일까?
1급수이다. 그럼 목적은 무엇일까? 이도저도 아니니 남는 것은 <전시효과>
뿐이다.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거 말이다.
강이야 죽든 말든 겉만 번지르르한 그래서 그럴듯한 장관을 연출하고 싶은
거다.그렇치 않은가? <살리기>는 거짓 명분이고 <보이기>가 실제 속셈이
아니냐고 묻는 거다.
항장무검(項莊舞劍), 고사성어이다. 겉의 명분과 실제 속내가 다르다는 뜻
이란다. 하여간 임기 내에 끝낸단다.
자기 현시욕이 도를 넘었다고 해야 하나?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여행 중
에도 꼭 들고 다녔다"고 하던데 '글쎄다'다.
여하튼 <타기>하나는 좋을 거다. 자전거타기, 오리보트타기, 수상스키타
기, 유람선타기 그런 거 말이다.
작년 말 여론조사 결과 4대강 중단, 축소가 73%이다. 이를 홍보 부족 때문
이라고 생각한다면 무슨 병인지는 몰라도 병이 깊은 거다.
27%에게 들려 주고 싶다. 일제 강점기 때의 일이다. 창경궁에 동물원을 만
들고 벗나무를 심었다. 봄이 되면 궁궐의 벚꽃이 장관을 이루었다.
백성들은 벚꽃에 취해 무얼 잃었는지를 잃어버렸다. 총독은 미소를 흘렸다.
지금은 복원됐다.
어떤 대학 교수가 그랬단다. 모래와 자갈은 당신 것이 아니라고. 세상은 조
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자손에게 빌린 것이라는 말이 있다.
진정 살리고자 한다면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맡큼만 삽질을 해야 한다.
밥을 죽으로 만들기는 쉽다. 그러나 죽을 다시 밥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
하다. 마찬가지이다. 콘크리트 어항은 다시 강으로 복원하는 것은 거의 불
가능하다.
대동강아, 청천강아! 너희는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된다. 그곳에 인간 망종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돈이 썩어날 일은, 썩어날 일은 전혀 없단다.
세종시 '백년대계(?)'라면 4대강 '만만년대계'이다.
강이 큰 것도 죄라면 죄다. 그러나 죄에 대한 대가치고는 너무나 큰 재앙
이다. 차라리 로마를 불태운 네로 황제가 훨씬 더 이성적이다.
여주 강천에 있는 야만의 현장을 찾은 작가회의 한 회원의 글이다.
<봄기운 받아 쑥빛으로 단장하고 계실 당신이 이 어쩐 일입니까? 당신을
지키지 못한 마음에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자꾸만 눈길이 발끝으로 떨어
집니다.>
옮 긴 글 / 남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