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응모 싱글룸 - '러브홀릭' 이재학 & 헤어디자이너 예원상

[오뎅국물]

독특한 싱글룸 두곳

마음의 목소리를 듣는 방 ‘러브홀릭’ 이재학
아침잠 많은 뮤지션의 사적이고 내밀한 작업실. 막 잠에서 깨어난 그의 공간은 ‘봄날의 곰 ’처럼 나른했다

about My Desk
“복층 오피스텔인 이 집에 이사 온 지는 1년 반 정도 되었다. 원래는 작업실로만 쓸 생각 이었기 때문에 집 꾸밈의 제1원칙을 ‘작업하기 편한 공간 만들기’로 삼았다. 가구 만드는 것에 워낙 관심이 많아 작업대와 녹색 소파를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다. 러브홀릭 3집에 실린 ‘녹색 소파’란 노래는 직접 만든 소파가 마음에 쏙 들어 만들게 된 곡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게 공간의 상태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의 상태다. 쉽게 말해 악기와 씨름하며 만든 노래보다 예전 여자친구와 놀다가 ‘내 가 노래 만들어줄게’하고 만든 곡이 더 많고, 그런 곡이 더 좋다. 머리보다 가슴에 의지해 작업하는 사람인지라 마음을 메마르지 않게 보 살피는 게 더 중요하다. 이 공간은 그렇게 보살핀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들어주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about His Creativity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은 예민한 눈을 갖기 마련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시각 디자인을 하는 사람은 비 례, 색이 주는 느낌을 캐치하는 눈을 가졌을 테고, 무용가는 신체가 가진 선을 다른 사람보다 더 예민하게 볼 줄 알 것이다. 노래를 통 해 자신의 정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이재학이라는 뮤지션은 ‘마음을 주고받는 일’에 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촉수를 가진 듯했다. 자신이 가장 크리에이티브해지는 순간이 언제냐고 묻자 “친구들과 술 마시고 들어와서 신나는 기분일 때, 그리고 좋아하는 여자와 전화 통화하고 난 후”라는 솔직한 대답을 내놓는다.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자신의 마음속에 남긴 잔상을 창작의 소스로 사용하는 것. 그래서 그에게 음악을 만드는 일은 곧 자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그는 현재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영화 음악은 대중의 요구보다 창조적인 작업에 대한 욕구를 우선시할 수 있어 좋다. 영화음악 작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길 들려주 다 갑자기 “제일 좋은 게 뭔지 아세요? 사람들이 ‘감독님’ ‘감독님’ 하면서 깍듯이 불러주는 거예요”라며 착해 보이는 눈으로 웃는 그.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믿음과 기대를 보내줄 때 창작욕이 더 불타오른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언제까지나 ‘마음을 주고받 는 일’에 무뎌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지금처럼 마음 동하는 음악을 오래도록 만들어주기를 말이다.
1 러브홀릭 2집에 실렸던 ‘Sylvia’의 악보. 자신의 음악적 정서가 가장 잘 표현된 멜로디라고 생각했는데, 영화 <마법사들>에 사용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격려를 받 았다. 2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음반들. 장식과 수납을 겸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나의 아름다운 이발소 헤어 디자이너 예원상
이발사와 함께 늙어가는 빈티지 이발소. 음악을 크게 틀자 천장에 달린 카바레 조명이 돌기 시작했다. 이 공간, 신난다.

about My Desk
“뉴질랜드에 갔을 때 무척 오래된 이발소에서 일하고 있는 백발의 할아버지 이발사를 본 적이 있다. 가죽 의자와 거울 등 이발소 안의 물건들이 그 할아버지와 같이 늙어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아주 먼 미래에 저런 모습이 되 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난겨울 처음으로 갖게 된 작업실을 빈티지풍의 이발소 컨셉트로 꾸민 건 그런 이유에서다. 16년 동안 헤어 작업을 했는데 어시스턴트 시절 청소를 정말 호되게 많이 했다. 내 작업대가 생긴다면 정리와 청소가 필요 없는 것으로 만들겠다고 결심 했다. 주인의 손길이 녹아 있다면 물건들이 아무리 뒤섞여 있어도 고유한 아우라를 드러낼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중고 TV, 샴푸대, 캐비닛 등 모든 아이템을 직접 리폼해 나만의 흔적을 남겼다. 거기에 외국 출장길에 모아온 소품이 하나 둘 더해졌다. 스타일, 컬 러는 제각각이지만 ‘나’라는 사람의 손길을 통해 한자리에 모인 물건들. 이제 이 공간은 나와 함께 늙어갈 채비를 마쳤다.”

about His Creativity

그는 패션 잡지 화보와 광고를 통해 감각적인 헤어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헤어 트렌드는 대개 패션 트렌드를 따라가기 마련이고,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트렌드를 그대로 수용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창조성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판이 마련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창작’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갈증이 날 수밖에 없다. “12년 차 정도 때까진 제 안의 창작욕을 헤어스타일링 하는 것으로만 풀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일에만 몰두하고 매달렸어요. 이제는 헤어 작업은 평생 제가 안고 갈 취미생활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욕심을 버리고 있어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감’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걸 알게 됐고, 그 감이라는 건 일에만 매달린다고 좋아지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 깨달음 후 다른 사람의 작업을 보거나 외국 화보를 보는 대신 종종 작업실 꾸미기와 같이 자신의 머릿속에 있던 그림을 그대로 실현할 판을 벌여 올인한다. 누군가는 돈 낭비라고 욕하지만 오토바이 도 시시때때로 튜닝한다. 다른 사람 혹은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할 때의 희열을 아는 것. 그를 보면 그것이 크리에이터가 되 기 위한 기본기라는 생각이 든다.
1 군대 이발병 시절 사용하던 헤어 드라이어. 그의 말대로 함께 늙어가는 중이다. 2 작업실 문에 걸어둔 이발기. 프레임만 덧대 근사한 오브제로 변신시켰다.





기획 : 최혜진 ㅣ포토그래퍼 : 이진하 ㅣ쎄씨ㅣpatzzi김은정

[오뎅국물]

집안의 소품이 독특한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