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토
오늘은 거창 고 11회 동창회 날이다.
대평 리 서민 불고기 집에서 6시 30분에 모인다.
장소를 몰라 일찍 출발한 나는 자리 예약을 위해 30분이나 일찍 나온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를 만날 때 마다 파크골프나 치면서 매일 만나 건강관리나 하자는 말에
친구는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면서 지금 우리 나이에 농사일을 누가 좋아서 하겠는가며 정색을 한다.
친구는 부자 집 귀공자로 태어나 고대까지 나왔지만 은퇴 후 불루베리 농장(1천3백주)을 한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이것저것 농사일에 너무 힘들다며 좋은 투자처가 없을까 진지하게 묻는다.
그동안 모아 놓은 재산을 주식투자로 다 날리고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 싫다한다.
그런데 20년 동안 지금도 주식투자 연구 중이라는 말에
그러면 이제는 주식투자로 돈을 많이 벌었겠다. 는 나의 말에
주식투자로 돈 번다는 것은 개미투자가들에게는 불가능 일이라 한다.
그런데 20년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도 아직도 밤이면 주식투자에 눈을 뗄 수가 없다 면서
소액투자라도 벌어볼 수 있을까 메 달린다며 풀이 죽는다.
은퇴 후 한 해 농사일을 돕든 마누라는 두 번 다시 시골생활이 싫다고 서울에서 산다고 한다.
장소를 몰라 늦게 도착한 친구는 전세 사과농장을 한다.
올봄에 마누라가 사과 꽃 속기를 하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오른쪽 팔꿈치 박살이 났다.
올해 부사 사과 1천 박스를 했는데 4천 5백 받았다 한다.
이것저것 제하고 나니(전세. 인건비. 농약. 장비. 기타) 작년부터 적자가 늘어난다며
몇 주 전 사과 판매를 하고 밤늦게 돌아오다가 졸음운전으로 차가 굴러
마누라는 어깨가 박살이 나고 갈비뼈까지 부러지고 본인은 머리가 깨져 피를 낭자하게 흘렀다 한다.
지금 이렇게 살아 참석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적이라 한다.
나와 같이 중앙 대를 나온 친구는 거창 여고 교장 은퇴자로 죽을 때까지 연금이 3백 50원 나온다.
절친 박 장로는 한양 대 출신으로 혜성 여자 중학교 교장 은퇴다.
모인 동창들이 노후 연금이 있는 친구들은 황금기 노후요, 노후 준비 연금이 없는 친구들은
생활고로 전전긍긍이다. 나이는 들고 육체적 한계는 하루가 다른데 속수무책이라 한다.
이제는 모두 내려놓고 황금기 노후를 보내도 부족한 시간대에 육체적 노동이라도 해야
연명이라도 할 수 있다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다면 행복이 따로 없다.
이제 건강관리에만 신경을 써도 부족한 시간에 하루 종일 중 노농 농사에 파 묻혀 살아야 하는
친구들을 만날 때 너무 미안하고 부담스럽고 죄스럽다.
내가 얼마나 차고 넘치는지, 내가 얼마나 풍족한지, 내가 얼마나 부요한지,
내가 얼마나 건강한지, 내가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인지, 새삼스럽게
주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친구들에게 왜 파크골프 치러 나오지 않는 가고 만날 때 마다 야단을 쳤는데
친구들아 정말 미안하고 죄스럽다. 나를 용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