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괜찮으리 시골 학교 교장 발 빠른 사람들은 이미 다 떠나고 게으른 사람들만 아직 몇 남아 산과 들을 지키고 있는 산골 전교생이 모두 십여 명 학년과 반 구분도 없이 한 교실에서 오순도순 지내는 그런 평화의 학교 거기 교사이며 교장이며 사환인 그런 삶도 괜찮으리 얘들아, 오늘은 개울가로 가자 못생긴 물풍뎅이가 얼마나 헤엄을 잘 치며 늘 보는 여뀌풀이 얼마나 예쁜 꽃을 감추고 있는지 가서 찾아보자꾸나 책에 담긴 말들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단다 그것들은 탐욕과 논리로 너희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타고난 너희들의 천진과 평화를 더럽힐 뿐 믿을 만한 가장 정직한 책은 너희 곁에 저렇게 펼쳐진 산과 들이란다 굳은 땅을 뚫고 돋아나는 어린 싹들 햇살에 반짝이는 곤충들의 투명한 날개 허공을 맴도는 수리의 날카로운 눈매 황소의 단단한 뿔 향긋한 쑥 냄새 종달새의 간지러운 지저귐 모두가 다 너희들의 정직한 스승이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너희들의 눈과 귀를 열게 하는 것일 뿐 교장은 종일 뒷짐이나 지고 서서 흘러가는 구름이나 바라보고 서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