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뉴타운 재개발 3구역은 70~80대에 지어진 노후주택으로 빼곡한 한남동의 달동네다. /최동순 기자 © News1 |
사업시행인가 앞둔 한남 뉴타운, 기대감↑
강동권 뉴타운은 '침울'…출구전략 후속조치 마련해야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힐스테이트' 초입. 고급 아파트 밀집 지역을 지나면 가파른 구릉 지대에 빼곡히 들어선 허름한 주택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장이 포함된 이곳은 말 그대로 '달동네'였다. 슬레이트와 오래된 기왓장을 얼기설기 엮은 허름한 지붕의 집들은 대부분 70∼80년대에 지어진 노후주택들이다.
한남동 재개발 구역은 한남역을 경계로 맞닿은 고급 단독주택촌과 브랜드 아파트 밀집지역에 비해 워낙 주거환경이 열악해 개발사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의지도 강한 곳이다. 여기에 서울의 대표적인 대규모 재개발 구역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한남3구역으로 쏠리고 있다.
이날 찾아 본 한남역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에서도 한남3구역 매물은 나오는대로 소진되면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모습이었다. 특히 서울시 재정비소위원회에서 이 사업장의 용적률이 종전 210%에서 231%로 상향조정하는 계획안이 통과되면서 매수문의가 더 늘어났다는 게 이 지역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남동 서울정수기능대학 인근 J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됐지만 한남3구역은 한강변에 위치한 데다 이태원 등 명소와 인접해 사업이 완료되면 동부이촌동에 버금가는 고급 주거지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용적률이 상향조정되면 사업성도 다소 늘어나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업장 중 하나"라고 말했다.
◇뉴타운도 "되는 곳은 된다"…사업성 따라 천차만별
한남3구역은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이라는 '풍파' 속에서도 사업이 순항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정비구역으로 손꼽힌다. 최근 용적률 상향조정이라는 호재를 등에 업은 조합은 올해 안에 사업시행인가를 받는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사업추진에 한층 더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같은 뉴타운 구역이라도 입지와 수익성에 따라 사업추진 속도에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주택경기 침체라는 복병을 만나 대부분의 뉴타운 사업이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지만 지분가치가 높은 몇 개 구역은 오히려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J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한남3구역의 재개발 지분가는 저점을 찍었던 지난해보다 약 5%∼10%가량 올랐다"면서 "주택경기 침체 이후 뉴타운·재개발 구역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지분가치가 상승한 것은 그만큼 사업성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재개발 사업의 지난달 기준 지분가격은 3.3㎡당 평균 2456만원으로 전월보다 1.9%가량 하락한 상태다. 반면 한남3구역의 지분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소폭 상승한 3.3㎡당 4726만∼5214만원 사이를 오가고 있다. 재개발 지분가격이란 사업지에 있는 상가·연립·다세대·단독주택의 지분값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지분가격이 상승하면 그만큼 수요자들이 재개발 사업의 투자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사업시행인가를 준비하고 있는 조합 측은 우수한 수익성과 함께 조합원들의 개발 의지가 사업 순항의 밑거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남 3구역 조합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하루빨리 재개발을 마무리 짓자는 분위기가 강하다"면서 "주민들이 개발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비대위 비율도 적어 사업이 타 구역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강동권 뉴타운 '침울'…대안 사업 개선해야
뉴타운 사업이 답보상태에 있는 강동구 천호뉴타운 일대는 한남3구역과 상반된 모습이다. 천호뉴타운 1·2·3구역은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4·5·6·7 구역은 사업해산 절차를 밟고 있어 개발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하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천호동의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장이 죽다 보니 투자 움직임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과거 개발이 한창 추진됐을 때 올랐던 가격도 쉽게 내려가지 않아 거래경색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뉴타운이 무산되면 결국 노후 주택지가 그대로 남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이 지역의 주택시장은 더 침체될 수밖에 없다"며 "도로와 기반시설 등을 확충하는 대규모 개발사업 없이는 부동산의 가치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사업해산 절차를 밟고 있는 사업장의 주민들 사이에서는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가로정비 및 주거환경정비 등 대안사업을 좀더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천호뉴타운 인근의 한 주민은 "뉴타운 사업이 해제되면서 서울시는 저리의 융자를 해 줄테니 빚내서 집을 고치라고 하는데 달동네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면서 "주인이 집수리하려 해도 그 기간동안 세입자들은 어디에서 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천호동 일대는 산지에 위치해 계단으로 이뤄진 폭 4m 정도의 골목이 미로처럼 이어진다. 이런 구조 때문에 대안 사업이 적용되더라도 제대로 된 건축이나 집수리가 어렵다는 게 주민들의 대체적인 목소리다.
이 주민은 "주거환경정비는 단순히 집을 고치는 것을 넘어 도로 확충이나 공원 조성 등의 기반시설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뉴타운 구역에서 해제되더라도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이 많은 곳은 개별적으로 민간 정비사업을 손쉽게 추진할 수 있는 쪽으로 출구전략의 후속조치가 보완되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