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씨가 한국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된지 열흘이 되어가지만 그에 대한 논란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입니다. 그에 대한 유명 선수출신들의 잇딴 폭로와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금껏 국내외적으로 한번도 본 적도 경험한 적도 없는 상황입니다. 축구에 조금이라도 실질적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홍명보씨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의 대표팀 감독을 시샘하는 그런 차원이 절대 아닙니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과거의 행적과 상황이 하나둘씩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나는 홍명보씨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아마튜어 관객중 한명입니다. 한국팀이 잘하면 즐겁고 잘못하면 짜증나는 그런 부류의 인간입니다. 하지만 이번 상황만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그와 함께 2002 월드컵에서 동고동락하고 가장 지근거리에 있었던 박지성 이영표씨 등이 거론하는 홍명보씨의 과거 행적도 문제지만 그가 가진 최대의 결점은 바로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국대감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술적인 면에서 뛰어나면 통솔력이 부족하거나 덕장이지만 지장 또는 맹장은 되지 못하는 경우도 전세계 국대 감독들 가운데 즐비합니다. 하지만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역대 세계적 감독들의 공통점은 바로 리더십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조직을 이끄는데 리더십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함입니다. 리더십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희생하고 오로지 팀과 선수들의 결속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때 가능한 것입니다. 리더십은 책임감과도 비슷합니다. 자신의 영달이 아닌 오로지 팀의 승리를 위해 헌신할 때 리더십을 표출되는 것입니다. 홍명보씨의 리더십 여부는 바로 그가 국대감독으로 선임됐을 때 언론과 역대 축구선수들의 반응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한 나라를 리더하는 정치적 리더들이 결정되었을때 언론과는 몇달동안 밀월관계가 형성됩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시스템을 위해서 어느 정도 당사자의 약점이나 결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입니다. 새로운 리더가 좋은 분위기에서 새출발을 하도록 배려하는 차원이기도 합니다. 국대감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과거에 이런 저런 불미스런 일을 했더라도 어느정도는 묵인하고 새롭게 팀을 이끌 시간적 공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홍명보씨 선임에는 그런 여지가 없었습니다.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을 필두로 집중적인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일반인들은 상상을 못했던 과거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를 지도했던 과거 외국감독도 지적에 가담하는 모양새입니다. 웬간하면 함께 경기장에서 그야말로 결사항전을 치뤘던 옛 축구대표 동료들은 그냥 묵인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그런 가운데는 현재의 대한축구협회가 깊숙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바로 홍명보씨를 국대감독으로 선임하는 과정이 너무도 무책임하고 일방적이었다는 강한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아시안컵 파동때 핵심 주체였습니다. 감독 클린스만과 축협회장이 벌이는 희대의 코미디 극에 축구팬들뿐 아니라 온 국민이 놀아난 형국이었습니다. 그 이후 축협회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분위기가 대단했지만 회장은 그냥 눌러앉더니 이제 또 다시 낡은 관운장의 청룡언월도를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축협이 벌이는 행위에 대한 지적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그냥 단순한 협회가 아닙니다. 한국 스포츠협회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거대한 힘을 발휘하는 그런 시스템입니다. 5일시장 떠돌이 장사꾼 조직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당연히 그 시스템에는 감독선임에 필요한 납득할만한 절차와 과정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번 감독 선임에서 그런 과정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협회장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제대로 된 협회를 만들겠다는 말이 너무도 가증스럽게 여겨지는 이유입니다.
축협은 비난의 여론이 거세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감독 선임을 확정했습니다. 하지만 축협의 그런 조치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아니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입니다. 리더의 덕목과 자질이 송두리채 사라진 그런 분위기속에 한국축구대표팀이 제대로 된 경기를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도 가증스런 일입니다. 온 국민과 팬들의 축하와 격려속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이뤄내기 힘든 것이 축구국가대표 경기입니다. 한국과 상대할 각국들도 온힘을 기울여 월드컵 지역예선전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한시가 급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감독은 만신창이가 되어있고 국민들의 응원의 힘도 급감하고 대표선수들의 사기도 추락해 있는데 어떻게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홍명보씨와 축구협회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이제 국회에서도 축협과 홍감독을 불러 그동안 제기된 사안들에대해 따지겠다고 나섰습니다. 홍감독과 축구협회를 두둔하는 편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스스로는 억울하거나 짜증나는 일이겠지만 한국 축구의 앞날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상의 길인지를 하루속히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2024년 7월 1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