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역사가 오래된 싸움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부부싸움이다. 소크라테스나 제갈공명조차도 천하의 악처 때문에 다투기 일쑤였고, 가끔은 나라와 나라간의 전쟁으로 비화될 때도 있었지만,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의 사소한 의견충돌이 대세를 이룬다. 그 이유야 어쨌든 서로 다른 성장과정을 거친 두 외계인 - 금성인과 화성인 - 의 한집살이는 이미 선전포고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런 시한폭탄속에서 경제, 성격차, 권태 등 각종문제들이 카운트 다운을 결정하며 결국 부부싸움이으로 귀결된다.
이 영화의 존 스미스, 제인 스미스도 일반적인 부부싸움의 패턴에서 벗어나질못한다. 이름부터 한국식으로 수정하자면 김철수 김명희 라는, 지극히 평범한 - 그래서 특이한 - 이름의 소유자들이 등장한다. 콜롬비아의 생고한 그 곳, 보고타에서 만난 그와 그녀는 이름과 달리 너무나 특화된 서로의 매력에 빠져들고, 결혼이란 나름 종착지에 도달한다. 그리고 영화는 하나의 흥미로운 절정을 보여준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 - 아주 당연하게도, 속절없이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귤까듯 까발릴수 있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부부는 일심동체라지만, 하나의 마음에 여러개의 비밀의 밤이 있다는 건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다. 이 스미스 부부도 서로간에 비밀이 존재한다. 영화적 허구에 기대어, 규모가 큰 비밀이지만.
킬러계의 두 거물이 알고보니 부부였단다. 이들은 그 진실을 안 순간부터 숙명적 결말로 치닫게 된다. 존재의 부정이 절대적이어야 할 킬러세계에서 서로의 존재가 들통이 나고, 그것도 한이부자리를 덮는 사이였다는 사실은, 이들에게 부부싸움이라는, 사소하지만 거창한 전쟁을 유발시키게 된다. 이 이면에는 결혼 5~6년차된 부부가 가질수 있는 일상의 단조로움과 동시에 발생된 권태기가 전제 되어있다.
다른 부부라면 이런 전쟁 와중에 남편의 외도라든가 부인의 춤바람, 기타등등의 결정적 요인이 발견돼 주유소에서 불꽃놀이하는 식의 형국으로 치닫던가, 아님 서로간의 숨어있던 1인치의 애정을 발견하여 곱게 키우던가 식으로 결말을 맺지만,이 영화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하는 극단적 상황에 충실하면서 영화제작비를 마음껏 쓸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씨익)
그러나 우리가 한가지 간과했던 사실이 있었으니,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것이다. 물론 지하철 자리하나 양보안하는 각박해진 요즘 세상에서 때론 걷잡을수 없는 사태까지 가는 상황도 꽤 있기는 하지만 조상들의 혜안은 놀라울정도로 정확했다. 치고박고 싸워도 결국 화해의 무드를 만드는게 부부들의 일상이라는것을 명심하자. 이 영화도 그점을 배반하지 않는다. 총을 쏘고 칼을 휘두르고 이종격투기를 하여도 서로를 부둥켜 안는 장명은 너무나 작위적이면서도 당연하게 다가온다. 그나마 관객들의 눈을 끌어잡는 것은 바로 두 배우 -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화면 가득한 카리스마 덕분이다. 만약 이 두 배우가 아니라면 참 뻔한 영화가 되엇을 것을.
젊은 부부의 과격한 부부싸움과 동시에 찾아오는 사랑의 재확인 이라는 테마는 영화전반을 관통한다. 엔딩부분으로 치닫으면서 비현실성이 너무 부각돼 재미가 반감된다는 단점도 두 카리스마연인의 일러스트와 현란한 CG, 물량공세, 위트있는 대사와 상황설정으로 잘 포장되었다. 브레드와 안젤리나가 극한의 전성기일때 보여줄수있는 팔팔함을 동반한 매력만으로도 이 영화는 나름 빙점을 찍었다. 그런면에서 오프닝과 엔딩의 투 신은 현실과 영화를 넘나드는 두 커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Pz.
덧. 신교대 강당에 우릴 종이처럼 구겨넣어서 본 영화인데, 그때 난 개인적으로 최고시설이라 생각하는 CGV 상암2관에 있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에헤?)
첫댓글 내가 그걸 CGV 상암에서 봤는데. 묘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