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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끝나자마자 김여사 저격 한동훈, 문제있다
10·16 재·보궐선거는 작은 규모에 비해 큰 관심을 모았던 정치 이벤트였다. 결과는 좌우 진영의 교착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자 ‘텃밭’을 지킨 것이다.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는 국민의힘, 전남 영광과 곡성군수는 민주당이 원래대로 가져갔다. 심지어 서울시교육감조차 다시 좌파 성향이 뽑혔다.
이번 선거는 기존 구도를 뒤흔들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했으나 별다른 이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호남에서 지역 발판을 마련하고자 안간힘을 썼던 조국당은 현실적인 한계를 절감했다. 영광군수 자리를 노리고 선거 몇 달 전부터 현지에 전국의 당원을 집결시키는 등 제도권 발판 마련에 혈안이 됐던 진보당도 허탈해진 모습이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선거 결과보다 그 결과를 해석하는 정치적 복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어느 한 쪽의 승리로 끝났다면 해석이 간단하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결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선거 끝나자마자 김건희 여사를 향해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은 우려스럽다.
한동훈 대표의 발언은 이번 선거 결과를 자신에 대한 여권 유권자의 지지로 해석하는 것이다. 자신의 김건희 여사 비판을 여권 유권자들이 지지한다고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인정의 의미도 분명히 포함되어 있다.
한 대표는 재·보궐선거 이후에도 ‘국민 눈높이’를 다시 거론했다. 김건희 여사를 비판할 때 자주 꺼내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 표현에는 엄격한 법적 기준과는 무관한 포퓰리즘이 깔려 있다.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김 여사를 일단 유죄라고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런 포퓰리즘에 무릎 꿇으면 인민재판으로 가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된다.
한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국민 눈높이를 거론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한 대표 본인은 1년 7개월 동안 법무부 장관에 재직하면서도 이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권 중진 권성동 의원은 "법무부 장관 시절 한동훈 대표께서는 왜 국민의 눈높이를 존중하지 않았나. 그 시절 헌신짝이 왜 오늘은 금과옥조로 바뀌었나"라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대다수 의원들의 시각도 비슷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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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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