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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개인정보DB 브로커에게 접근해 구매하는 상황.
"어떤 것 찾으세요? 대출·게임·쇼핑몰·직업·지역·연령까지 다양하게 있어요."
채팅창 너머의 개인 정보 판매
브로커는 어떤 정보든 넘길 수 있다며 자신만만해했다. 개인 정보 1650여건의 시가(市價)는 10만원.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개인
정보 판매자를 찾고, 채팅을 통한 흥정 과정을 거친 뒤, 거래를 마치기까지는 1시간이 걸렸다. 백화점 진열대처럼 의료·보험·금융
정보를 고르는 식이다. 명품(名品)의 가격이 비싸듯, 정보도 자세하고 최신 자료일수록 단가(單價)가 비쌌다. 치과·한의원 진료
기록은 1000건에 5만원으로 거래됐다. 여기에는 "사랑니가 났는데 아프시다고 함" "6월 29일 전화로 임플란트 상담" 같은
의료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이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항목이 보험회사 정보다. 이용 보험회사, 가입한 지점과 보험 상품명(名),
납입 형태와 기한까지 포함된 정보다.
23일 본지 취재팀 확인 결과, 다양한 종류의 개인 정보 유통 시장이 놀라울
정도로 발달해 있었다. 개인 정보 브로커와 접촉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특정 키워드로 검색만 해도
"대출디비(DB)·통신디비·게임디비 등 팝니다"라는 글이 일거에 떴다. '디비'란 개인 정보를 뜻하는 은어(隱語)다.
이
날 오후 2시 30분쯤 메신저에 이들이 올린 아이디를 등록, 채팅으로 대화를 걸자 "기본 1만건에 30만원, 2만건은
50만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자가 구매를 망설이자, 브로커는 54건의 개인 정보가 담긴 파일을 '샘플'이라며 보내오기도
했다. 의료 정보도 있느냐고 묻자 대뜸 "치과 아니면 한의원요?"라는 말을 했고, 5만원을 입금하자 1000여건의 개인 정보를
즉각 보내왔다. 거래 건수는 무제한(無制限)이나 다름없었다. 돈을 더 얹어주면 몇십만 건이든 보내주겠다고 했다.
최근
유출된 국민, 롯데, 농협카드의 개인 정보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2명의 브로커는 각각 "한 달만 기다리면 구해주겠다"
"가지고는 있으나 시기가 시기인 만큼 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유출된 정보는 휴대전화 판매업자나 게임 아이템 매매상들이
주로 사간다고 한 브로커는 귀띔했다. 스포츠 도박 '토토'의 정보는 도박 사이트 운영자 등이 구매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