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僧舍(제승사) 행시
題 : 제목 하나 붙여도 마음은 산사에 머물고
僧 : 스님 발자국 따라 고요한 길을 걸으며
舍 : 사는 뜻을 묻는 순간, 흰 구름이 답하네
題 : 푸른 산 깊은 곳에 작은 뜻을 적어 두니
僧 : 스님 물 길어 돌아오는 발걸음 한가롭고
舍 : 사립문 너머 피어오른 연기 따라 마음도 쉬어 가네
이숭인의 「제승사」에 담긴 맑고 고요한 산사의 풍경과 은은한 선취(禪趣)를 담아 보았습니다. �
【漢詩散策】
題僧舍(제승사)/陶隱 李崇仁(도은 이숭인 고려)
山北山南細路分(산북산남세로분)
松花含雨落繽紛(송화함우락빈분)
道人汲井歸茅舍(도인급정귀모사)
一帶靑烟染白雲(일대청연염백운)
【漢詩散策】
題僧舍(제승사)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
山北山南細路分 (산북산남세로분)
산 북쪽과 남쪽으로 가느다란 길이 갈라지고
松花含雨落繽紛 (송화함우락빈분)
비를 머금은 송홧가루가 어지러이 흩날린다.
道人汲井歸茅舍 (도인급정귀모사)
수행자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 초가 암자로 돌아가고
一帶靑烟染白雲 (일대청연염백운)
한 줄기 푸른 연기가 흰 구름마저 물들인다.
◇ 풀이
이 시는 산중 암자의 한적한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산길은 이리저리 갈라져 있고, 봄비를 머금은 송홧가루가 바람 따라 흩날립니다.
스님은 말없이 우물에서 물을 길어 초가로 돌아가고,
암자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푸른 연기는 하늘의 흰 구름과 어우러집니다.
시인은 특별한 사건이나 화려한 경치를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된 평화로운 순간을 보여 줍니다.
◇ 감상
이 시의 아름다움은 **'고요함'**에 있습니다.
산길도 소리 없이 갈라지고, 송홧가루도 조용히 떨어집니다.
스님은 묵묵히 물을 긷고, 연기는 하늘로 오릅니다.
아무것도 서두르지 않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인
"한 줄기 푸른 연기가 흰 구름을 물들인다."
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땅에서 피어오른 작은 연기가 하늘의 구름과 하나가 되듯이,
수행자의 소박한 삶도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지를 보여 줍니다.
작은 것이 큰 것과 어우러질 때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집니다.
◇ 우리 삶에 주는 지표
1. 삶은 빠름보다 고요함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늘 바쁘게 살아갑니다. 그러나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차 한 잔 마시는 시간, 창밖의 나무를 바라보는 순간,
가족의 안부를 묻는 짧은 전화 한 통 속에도 평화는 깃들어 있습니다.
가끔은 산중의 스님처럼 걸음을 늦추어야 합니다.
2.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삶이 아름답습니다.
시 속의 스님은 큰 깨달음을 설하지 않습니다. 그저 물을 길어 돌아갈 뿐입니다.
하지만 그 평범한 모습이 오히려 깊은 수행이 됩니다.
우리 또한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해내는 것, 그것이 삶의 가장 큰 수행일 수 있습니다.
3. 작은 선행도 세상을 물들입니다.
한 줄기 연기가 흰 구름을 물들이듯, 작은 친절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
정성 어린 기도 한 번이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고 세상을 밝힐 수 있습니다.
마음에 남는 한마디
"산길은 갈라져도 마음은 흩어지지 말고,
연기는 하늘로 오르되 욕심은 내려놓아라."
오늘도 조용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한 줄기 맑은 연기처럼 세상을 따뜻하게 물들이는 하루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출처: 韓國漢詩眞寶 七言絶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