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의 생사여부를 모르는 일만큼 힘들게 하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자식 잃은 부모는 생업을 제치고라도 찾아 나서는 것입니다.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자식이 당할 고통을 생각하며 잠이 오겠습니까? 말 그대로 살을 에는 고통이 쉬지 않고 이어질 것입니다. 차라리 전단지를 들고라도 거리를 헤매는 편이 낫습니다.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이겨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고통스러운 그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라도 헤매는 것입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으며 여기저기 붙이며 돌아다닐 때는 그나마 조금 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밤이 이슥하여 집에 돌아와 자리에 누우려면 밀렸던 아픔이 가슴을 찢습니다.
함께 했던 동료들은 돌아왔습니다. 한 동안 아프기도 했지만 아무튼 세월은 조금이라도 생각을 멀리하게 해주었습니다. 물론 언뜻 언뜻 떠오르는 기억이 시간을 멈추게도 합니다. 때로는 꿈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눈앞에서 떨어져야 했던 그 순간, 그리고 적들에게 둘러싸이는 것을 보면서 떠나야 했던 순간이 가슴을 찢습니다. 조금만 더 버텼다면, 조금만 더 서둘렀다면 하는 안타까움에 몸서리를 칩니다.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오랜 시간 떠나지 않습니다. 2년 3년 지나며 그래도 정부의 노력으로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습니다. 거의 포기하고 아니 어쩌면 잊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랭크’의 아버지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다시 그곳으로 가자고 합니다. 확실한 단서도 있으니 함께 가자고 합니다. 그 지역을 그래도 잘 아는 사람들이고 프랭크와 끝까지 함께 했던 전우들입니다. 그 아버지는 옛 전우들이 어느 정도 죄책감도 가지고 있으리라 짐작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살아 돌아온 자들의 죄책감이지요. 차마 함께 하지 못하겠다고 거절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듯합니다. 그래서 찾아왔을 것입니다. 어쩌면 믿고 찾아온 것입니다. 어떻게 거부하고 물리칠 수 있겠습니까? 미안함을 가지고 잊으려 발버둥 치며 사느니 차라리 현장으로 달려가서 구출해보려고 애써보는 편이 나리라 생각해봅니다.
나라에서도 한 동안 노력했습니다. 글쎄, 얼마나 했는지는 모릅니다. 따지고 보면 그다지 실리가 없는 사업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정부가 추진해야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생사도 장소도 확실치 않은 포로들 구해내는 사업은 그야말로 미지수의 사업입니다. 시간, 경비, 인력 등등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그것도 전쟁이 끝나고 벌써 5년 이상이 되었다면 사람들에게서도 잊어지고 있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대상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족에게는 다릅니다. 차라리 전사했다는 통보라도 있다면 나을 것입니다. 얼마간 슬픔에 싸이겠지만 도리 없이 잊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죽은 사람은 결코 돌아올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애쓴 보람이 있어서 항공사진을 얻어냅니다. 포로수용소를 찍은 사진에는 암호 같은 모습이 보입니다.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자식이 아는 지식으로 판단하건대 우연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현장을 알리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들고 자기처럼 전쟁 포로로 잡혀간 아들을 기다리는 사업가를 찾아가 도움을 얻습니다. 같은 처지인 만큼 아들을 찾을 수만 있다면 모든 재산이라도 걸 것입니다. 이 퇴역 대령의 하는 일을 지켜보던 정부에서는 극구 말립니다. 당연하지요. 괜스레 평지풍파 일으키는 사건이 될 것입니다. 국제분쟁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개인의 일로 인하여 정부와 국가가 곤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결국은 모두 준비하여 현장에 다가가는 이 개인 특별부대(?)를 가로막습니다. 비싸게 장만한 고급 장비들은 모두 압수당합니다. 게다가 인접국 태국에서 당장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체포하여 현지 나라에 구금한다고 합니다. 거기까지 와서 그리고 시간 들여 훈련까지 마친 마당에 그냥 포기하고 돌아갑니까? 어떻게 마음을 모아서 공을 들였는데 현장을 목전에 두고 그만둡니까? 역시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보너스 받은 돈을 털어내어 구식 무기라도 구입합니다. 잠깐 도둑도 되고 범죄자(?)도 되어 안내인까지 사서 라오스 국경으로 들어갑니다. 이제부터는 전쟁입니다. 현장 훈련은 다 했지만 가는 길은 생소합니다. 그래도 유능한 안내자를 만난 것은 행운입니다.
결국 아들을 찾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구출한 포로를 통하여 확실한 소식을 듣게 됩니다. 자기를 살려준 은인이랍니다. 프랭크는 몸이 많이 아파서 견뎌내지 못했답니다. 살아 돌아온 장병들은 영웅이 되어 가족의 품안으로 돌아갑니다. 자금을 대주었던 사업가도 아들을 맞습니다. 그러나 로즈 대령은 빈손입니다. 아들이 사망했다는 소식만 가지고 돌아온 것입니다. 한 가지 덕을 보았다면 이제부터는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으리라는 기대입니다. 알지 못했을 때의 불안은 없을 것입니다. 영화 ‘지옥의 7인’(Uncommon Valor)을 보았습니다. 1984년 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