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연극, 음악, 각종 대중연예 등 관객의 주목성을 업으로 하는 이들을 우린 흔히 예능인이라고 합니다. 예능이라는 단어가 사실 예술이라는 단어와 그 의미로는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좀더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재기와 예술적 능력을 오락적인 요소에 국한한 협의의 뜻으로 해석되었지요. 그게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예능인, 예능버라이어티쇼, 예능국의 어간단어를 뜻하는 예능의 쓰임새입니다.
예술인과 예능인을 비교해볼때 전자를 광의의 뜻과 더불어 혜원 신윤복의 화풍을 연상케 한다면, 후자는 단원 김홍도의 화풍을 떠올리게 합니다. 채색과 먹선의 연상이랄까요. 흔히 표현하는 수사법으로 귀족적인 면과 서민적인 면의 차이겠지요. 허나, 둘다 조선시대 후기의 풍속화가 - 혜원 신윤복의 경우엔 좀더 논의가 필요할테지만 - 라고 인정받는 점에서 대중과의 호흡은 불가분이라 여겨집니다. 작가 이정명의 소설 바람의 화원에서 표현하는 둘의 관계는 그래서 한번 눈여겨볼 필요가 있지요. 사실이든 아니든, 그 둘의 화합이 대중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니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논외로 칩시다. 지극히 사견이니까.
요즘 예능인 이라는 말이 다른때보다 부쩍 많이 언급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워낙 공중파의 예능프로그램들이 포멧의 변주를 극적으로하여 시청자의 주목을 끌고있고, 더군다나 워낙 시국이 예능판처럼 버라이어티하다보니 너도나도 예능인이라 자처, 또는 타처하는 분들이 많아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예능프로그램의 시시일비와 희비애락이 그날 각종 포털사이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을 보고, 요즘 예능대전이라 떠드는 각각의 목소리에 귀를 한번 기울어보았습니다.(물론, 술자리에서) 개인적으로도 예능프로그램의 매니아를 자청하는 이로서 호기심을 사춘기소년처럼 억누를 수 없기에 말이지요.
서론이 길군요. 제 특기이자 취향입니다. 하.
예능인에 대한 가역적 고찰이라는 테마는 생각지도 않았으니까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예능인이란 간단명료합니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중점으로 그 역활을 다하는 이가 바로 예능인입니다. 워낙 두리뭉실한 개념이라 각종 방송에서도 자신이 대중예술에서 업으로 하는 이를 제외한, 예능에 특화된 이들 - 쉽게 말해 생계형 출연 - 을 예능인라는 자막을 곱게 붙이고 있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유재석을 예능인라고 쉽게 부르지만, 그렇다고 최근 예능에 눈을 뜬 윤종신을 그냥 예능인이라 지칭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십대를 벗어나지 않은 이들에겐 예능인라는 이미지가 훨강하겠지만, 주옥같은 가사와 멜로디를 창조했던 지난날의 윤종신에게 가요의 이미지를 저버리라는 것은 서인영에게 신상이 아닌 중고품을 추천하는 것만큼 쉽지않은 일입니다.(과연!)
현대판 아크로폴리스라 불리는 각종 포털과 사이트, 한잔의 여유를 들이마시던 카페에서의 잡담, 술자리의 뒷담화, 메신저의 만담공유 등등 이야기꺼리가 있는 곳에선 어김없이 한번을 들을법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는 방송에서는 그렇게 안보였는데, 실제론 @#$@#$하더라. 식의 루머성, 또는 사실성 발언 등등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저도 워낙 말하고 듣는 - 저학년때부터 말하기듣기 교과서를 심화학습한 덕분에 - 걸 좋아하는 성격인지라, 각종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소소한 일상, 남녀간의 숙명, 나는 #47973;미? 등의 주제를 두고 백분뒷담화를 일삼습니다만 - 지난날의 저를 반성하는 자리가 아니라서 생략하겠습니다. - 어쨌든, 저도 방금 그 주인공 언급에 대해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가볍게 즐길 거리니까요.
하지만, 이건 아니올시다 하는 부분은 바로 예능의 이미지와 현실과의 부조화에 따른 괴리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배우처럼 배역의 성격이 정해져있고, 그것이 편마다 이어지지 않고 독립적인 캐릭터화이기에 다음 작품에서 얼마든지 변화시킬수 있지만, 예능을 주로 하는, 업으로 하는 이들은 예능계라는 큰 판에서 자기의 캐릭터화를 확실히 구축하기에 관객 및 시청자로 하여금 그 케릭터의 이미지가 현실과 별반 다를것 없다는 환상을 심어줍니다. 배우가 악역으로 크게 자신을 알리고 나서도 일견 어려움이 있어보이지만 그럼에도 차직작에선 선한 역할로 사랑받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수 있지만, 예능판에서의 케릭은 그 프로그램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차기 프로그램에서도 그 이미지를 소비해야하는 경우를 왕왕 볼수 있습니다. 유재석에게 새로운 프로그램의 MC를 시키거나, 새로운 체험 버라이어티에 섭외시킨건 그의 재치있고 안정적인 이미지를 원해서지, 드라마나 영화처럼 작품의 케릭을 주어 다른 이미지로 환골탈태해라 식의 예상을 한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국민MC 유재석의 결혼식에서 수억의 협찬을 거부한 기사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은 역시 유재석씨, 최고 등등 이었습니다. 평소 프로그램의 이미지와 더불어 실생활에서도 겸손을 유지하고 하다못해 최고의 대우을 받으면서도 국산차를 애용하는 모습등이 적나라하게 공개된 가운데, 수억의 협찬거부라는 사실에 더욱 별모양을 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모두 이렇게 헤피엔딩은 아닙니다. 최근 신정환은 행사 한건당 4천만원이상을 받고, 2년 넘게 열애한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각종 방송에서 열애설 운운한 것을 이유로 질타당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결국 이런이야기입니다. 평소 신정환의 이미지가 타인에게 구박받거나, 소시민적이고, 친근한 동네 형 같았는데 위 2개의 사건은 그런 이미지와 상반되거나 그럴여지를 남기는 것이라는 겁니다. 평소 신탁개그(컨츄리꼬꼬)를 좋아하는지라 신정환에게 닥친 이러한 사건을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시청자라 자처하시는 분들이 손석희씨 어조를 따라한듯한 어조로 요목조목 그의 행적에 비난하는 것을 보고 이미지와 실재의 혼동에서 오는 논리의 부재라 여겼습니다. 한마디로 너는 나에게 !!@#!@ 였는데 알고보니 !@#!@#였구나. 넌 미워. 이런식의 논리말입니다.
지극히 단순하게 생각하면, 예능인의 이미지는 예능판에서의 이미지이지, 그 이상 그 이하의 것도 아닙니다. 비난과 호통, 악역을 자처하는 이라고 해서 실생활과 연관짓는 건 아주 위험한 발상이지요. 그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제재를 받을 만한 일을 했을 경우는 이미지를 막론하고 지탄받아야하는 건 미국산쇠고리를 어쩔수없이 꺼리는것 마냥 당연한겁니다. 그러나, 단순히 방송이미지와 실재이미지와 매치 - 개인적으론 이것마저 이해가 가지를 않지만 - 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도급의 발언을 일삼는건 그다지 설득력있어 보이질 않습니다. 차라리 좀 깨더라 식의 수위를 지킨다면 이해나 가지만, 여자친구가 있으니 열애운운했던 것과 이미 아니라는 기사가 났음에도 행사비의 거품에 대해 왜들 그리 리플들을 다실까나.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기위해 방송중에 열애 운운 분위기를 풍긴것이지, 실제 여자친구가 있으니 방송중에도 지조를 지키라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서 부터 혀를 차야할까의 고민을 해주게 만들고, 속칭 신정환 급이상의 예능인들이 행사시 받는 액수의 시세를 다 알지도 못하는 가운데 단지 돈의 액수에서만 그에게 돌을 던진다면, 이건 가진자의 대한 막연한 피해의식의 발로라고 밖에 표현할수 없을 뿐 싶습니다. 엠씨몽의 흡연사건은 흡연이 문제가 아니라 흡연이 찍힌 방송이 편집되지 않은체 나간것이 잘못이고, 이경규의 호통은 재미요소이지 권력의 남용이 아니며, 유재석이라고 방송처럼 늘 웃으며 다니지 않고, 강호동 루머는 아직도 웃기니 넘어가고 등등 이미지와 실재의 혼돈은, 너무나 잘나보이는 엄마 친구아들(일명 엄친아)이 알고보니 나에게 돈이 없어 담배를 빌리는 녀석이었다 식의 결말로 귀결되기 쉽습니다. 돌이켜보면 실제와 이미지가 겹칠정도로 케릭터를 사실성있게 잡았구나 - 식의 생각도 해보았지만 맹목적인 논리의 부재는 여전히, 여전히 아쉽기만 합니다.
요컨데, 실제와 환상의 구분은 스스로가 알 수 있는 상식선에서 얼마든지 할수 있는 문제이고, 문제제기에 앞서 논리의 지참은 필수라는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굳이 예능인에 국한되어 주구장창 설명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사회가 예능판이고 그 예능판에 속한 우리도 어찌보면 예능인이기에 포괄적이고 항구적인 시선에도 타인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이 비애를 끌고오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뭐, 결국 신정환이 좋아서 발끈했다는 이야기인데, 쑥스럽네용.
팬저
덧. 생각해보니, 실체와 이미지의 차이는 저 먼 그리스적 철학자부터 촘스키까지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한 부분이니
구분하는게 쉽지는 않겠군요. 그렇다고 억지로 그 둘을 속아줄수는 없지요.
덧덧. 한강의 야경은 참 좋긴한데, 모기가 많다. 이젠 지겹다.
덧덧덧. 아, 쓸데없이 길어.ㅠ
첫댓글 아, 겁이 쏘리.ㅋ 토감방이 좋아서리. 리플달아. 스크롤압박이러면 난 그대에게 데이트 신청하겠어
난 그런 협박에 굴하지 않아. 스크롤압박 패스. -뭐랄까, 굳이 예능인만의 비애가 아니지 않나 싶달까. 평상생활중에서도 많이 맞닥트리는 문제잖아 저건? 일일히 계도하기에는 그 대상성이 상당히 불확실하고 특정적이지 않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예능인에 대한 집단적 개인사상폭행은 뭐...
이미지는 어차피 다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요?
요지는 왜 그것을 인물에게 강제하려 하느냐는 거죠.
재미있는 글이군요... 그런데 뭐 이미지는 우리가 달고 사는것이라.. 떼어 낼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다고 봅니다.... 다만 '통제할 수 있다' 고 '생각'할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