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휠체어 장애인 문화제(미술전시회)를 준비하는 윤숙! 언제나 그렇듯이 진지하면서도 활달한 모습으로 자기의 일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찾아간 손님(?)을 위해 갖은 예(?)를 다하더군요. 윤숙이 자칭 "깡통"이라 부르는 콘테이너박스는 예상했던 것보다 낡아보였고, 집안의 편의시설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윤숙의 보금자리는 윤숙만을 위해 존재하는 너무나 소중한 윤숙의 자치(自治)공간이라는 사실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생활과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실질적인 자립의 공간이었습니다. <중략> 일산이 초행인, 더구나 길치인 손을 위해 자유로 입구까지 자신의 차를 몰아 길을 안내해주고, 손들의 다음 목적지인 윤수의 집에 무사히 도착했는지를 확인해주는, 내가 사랑하는 자유주의자의 모습은 참으로 매력적이었습니다.
윤수 공주의 집은 교통방송에서만 듣던 오목교 근처에 있었습니다. 다부지고 용의주도한 성격에 손들의 더딘 초행길을 참지 못하고 이미 아파트 주차장까지 나와 기다리고 있더군요. 첫눈에, 투명한 광택이 묻어나는 최신의 빨간 전동휠체어만 눈에 들어오더군요. 과연 어디서 어떻게 구했을까? 고급 자동차 시트처럼 보이는 의자, 뒤쪽 상하로 달린 깜빡이(?) 공주답게 특별주문 했다고 하더군요. <중략> 공주의 집은 몇년째 바지런히 살림을 살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집과 별반 다를게 없었습니다. 공주가 자신이 겪고있는 생활의 희노애락을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리고 현관에 전동휠체어만 없다면, 아마도 장애가 있는 사람이 이 집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공주와의 접견은 시간을 넘기면서 이루어졌고 연신 진지한 이야기가 오고갔습니다. 집을 방문하길 참으로 잘 했다는 생각과 조만간 다시 만나야겠다는 좋은 느낌을 갖고 집을 나섰습니다.
녹녹지 않지만 멋지게 제삶(자립생활)을 사는 윤숙과 윤수을 각자의 처소에서 대면하는 일은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큰일 회원 모두들 한번 꼭 찾아가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