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일에 한번 하얀 밤을 세우는데도
근무하며 세우는 밤과 집에서 맞이하는 새벽과는 분명 어떤 차이를 느낀다.
택시를 타고 신설동역으로
3호선을 기다리는 종로3가역에는 잠이 덜깬 지하철이 더디도 온다.
06:10분 에델바이스를 지나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산모퉁이 술집을 지나며 헤드렌턴을 꺼내다 확인한 시각이 06:25분
몸에 열기가 느껴질 무렵
눈앞에 뭐가 반짝여 고개를 들고 쳐다보니 불이 붙은 붉은 별들이었달까...
봉분이 없어진 제단을 바삐 지나고
저 앞에 수리봉이 희미하게 다가올 무렵 이름없이 깊은 잠에 든 묘지를 지난다.
힘들었지만 그 앞에서 어쩐지 쉬고 싶지 않았다.
느낌이 따뜻한 바위를 보고 곰보바위도 할만하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허연 김을 내몰며 발걸음을 재촉하여 그 바로 밑에 도착한 시각이 06:46분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물 한모금 적시고.....
북악스카이웨이를 따라 자연이 그린 검은 선이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빛나고...
동이 틀 무렵이 제일 어둡다고 했던가...
서대문의 밤은 아직 깊고.. 아직은 날이 밝을 기미가 없다.
처음 동작이다.
넨장할 발이 안올려진다.
양쪽발을 바꿔가며 고전하다가 간신히 한발 올라서니 양쪽발이 딱딱하니 굳었다.
펌핑이 온겔까.... 이제 한 발자욱 띤것 뿐인데...
다행히 달달달~~ 오토바이는 타지 않는다.
그 다음엔 발을 어떻게 짚었더라...??
왼손은 홀드가 있는데 오른쪽이 마땅한 게 없다.
몇번 동작을 반복하다가 오른쪽 위로 닥터링을 찾았다. 손을 쭉 뻗으니 간신히 손에 대인다.
볼것없다. 완력으로 땡겨 오를 수밖에..
바닥도 보이지 않는데 오래 머물수록 힘이 빠지겠지..
휴~ 그 다음부터 폭폭 패인 곰보바위는 가벼워 보인다.
헤드랜턴을 휘저어 왼쪽 오른쪽을 살펴가며 차분히 올랐다..
목이 따갑다. 갈증이 난다. 쉽게 올건데 괜히 고생한게 아닐까....
수리봉에서 바라본 서울시 야경을 바라보며
오늘만큼은 여기에 내가 제일 먼저 섰다는 감격에 젖어본다.
갈길이 멀다. 저쪽 보현봉 너머로는 이미 여명이 달려오고 있다..
07:06분 수리봉을 내려서니 랜턴을 챙겨 넣어도 되겠다.
향로봉을 리지하고 정상에 오르니 구파발쪽에서 화염이 쏟는다.
빨간 불빛이 보이고 뒤이어 녹번쪽에서 달려가는 소방차 소리가 웽웽 거린다.
향로봉에서 넘실대는 응봉능선 그리고 의상능선의 파노라마는 감격적이다.
북한산의 주인격인 백운대와 만경대 그 사이로 인수도 얄궂게 고개를 뾰죽 내민 모습이다.
비봉!
왜 비봉이라 했을까...?
단순히 추사 김정희가 밝혀낸 진흥왕순수비가 자리한 곳이라서 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좀전에 족두리봉에서 바라본 비봉은 향로봉의 앞에 서 있었다.
저 멀리 백운대에서 바라보는 비봉은 분명 사모바위를 앞질러 서 있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야간산행을 하며 보았던 비봉의 모습은 흡사 봉우리 전체가 하늘로 날아 오르는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 비봉은 역사의 숨결이 살아 움직이는 그런 산봉우리였던 것이리라.
비봉 정상에 선 시각이 08:04분
사모바위를 08:16분에 지나고 승가봉에 오른다.
통천문을 지나 마지막 문수리지를 남겨두고 08:37분 따뜻한 물 한잔을 넘긴다.
문수봉 정상 깃대에 오른 시각이 08:55분
쪽두리봉 - 향로봉 - 비봉 - 사모바위 - 승가봉 - 통천문 - 문수봉
정상에 2시간 30분만에 도착한 것이다.
빠른걸까 느린걸까... 그다지 서두른다는 생각은 없이... 마냥 걸었는데
문수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저쪽 보현봉 정상에 사람이 보인다.
오잉!
저곳에 어떻게 올랐을까...
사자능선을 타고 오른걸까... 휴식년제 구간인데 한둘 씩은 오르는 사람이 있나보구나....
한 30분 쉰것 같으다.
밑에 동네엔 오늘이 월요일이라고 아직 출근길이 바쁠 시간인데....
09:00에 정상에 서고보니 여유가 늘어진다.
꿀물을 조그마한 보온병에 챙기고
김밥 반줄에 곶감, 귤, 감, 떡을 준비해 갔는데 곶감하고 귤이 맛있다.
감은 누가 깎아서리 입에 넣어준다면 모를까... 별반 맛이 없다.
대남문을 지나 보현봉을 지날 즈음 성벽 넘어로 이리저리 지리를 살펴본다.
넘어갈만한 곳에는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는데 사람이 지나다닌 흔적이 보이는것도 같고....
저 보현봉을 언제한번 뎀벼볼까...
괜한 욕심에 한번 해보고 싶은 객기도 들고....
맘 맞는 사람 두엇하고 아침 일찍 사자능선으로 들어선다면
줄을 가지고 이러저리 탐색을 해가며 오르더라도 오전중에 충분히 정상을 치겠는데...
성벽을 따라 한두걸을 걸어도 본다.
고개를 쭈욱 빼서 자꾸 보현봉을 건네본다. 이미 마음을 뺏긴것도 같고....
아무튼 못들어가게 하니깐 괜히 밟아보고 싶은 남자의 정복욕이 발동을 하는것일까..
09:40분 대성문으로 내리기로 한다.
전번에 국민대 정릉쪽 북악 매표소로 내린 기억이 있는데
이번엔 제일 긴 코스로 천천히 내리기로 한다.
대성문을 지난지 얼마지않아 일선사라는 절을 발견했다.
내친김에 시간도 되겠다. 천천히 경내를 살피는데 주지가 비구니인듯 싶고....
절 뒤쪽 어딘가에 보현봉으로 오르는 길이 숨어 있는듯 하여 약사암 주위를 서성이기도 하고..
보현봉 밑에 자리잡은 이곳의 옛지명은 보현사였다 한다.
보현과 문수는 부처님이 설법을 구할때 좌우를 보필하는 수제자였다고...
그래서 높이가 비스무리 하구나...
저쪽 원효와 의상봉이 마주보며 쌍벽을 이루는 것처럼...
형제봉으로 내리며 이상하게도 계속하여 보현봉을 쳐다보게 된다.
전망이 좋겠다싶은 바위에는 일부러 올라가 보현봉을 돌아보았다.
형제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보현봉 밑 북한산 일대가 내년까지 휴식년제 구간...
2000년부터 시작되었으니 분명 보현봉을 오르던 산꾼들이 더러 있을법도 한데.....
11:20
평창동 형제봉 매표소로 내리는 동안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보현봉이 머리속에도 가득 찼다.
올림피아호텔앞에서 버스를 타고 종로까지 나오고
시간 나는김에
국립의료원에 들러 전에 만경대 리지를 하다 추락한 홍주대장님을 문병했다.
한라병원에서 뇌수술을 하고
국립의료원 흉부외과 중환자실로 옮겨 폐에 고인 물을 빼내고
중환자실에서만 두달... 이제 곧 일반병실로 옮긴다는데....
홍주대장님은 2년전 나에게 리지라는 것을 처음 가르쳐 줬던 분이다.
관악산 범봉, 오봉, 원효 염초를 함께 했었는데....
지난 10월 초순이던가.
만경대 리지 도중 추락하는 일행을 구하려다
무려 60m를 굴렀는데 어쩌면 살아있는게 기적인지도 모른다.
병원에 있는 두어달 동안 껍데기만 남을 정도로 몸이 야위고 흰머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아직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코로 액체를 주입하는 식이다.
기억도 오락가락.. 이어지지를 못하고 가끔씩은 상가집에 가야된다면 헛소리를 한단다.
이제까지 치료비만도 돈 천만원이 들었다는데.. 그래도 살아있어서 기쁘단다.
집에 오니 13:30분
14:00~17:00까지 낮잠을 세차게 때렸다.
왜냐하면 어제저녁 23:00 넘어 잠을 이뤘는데 새벽 03:00에 깼거든......
다소 뻐근했지만 그래도 실내암장에 나가 운동을 하고 왔다.
다들 볼더링 연습을 하느라 난리다.
회원이 많다보니 벽마다 두세개씩 볼더링을 만들어 그룹별로, 난이도별로 연습하도록....
사람이 많을 때는 한 40명 정도 되나보다.... 뽁짝뽁짝하다.
글을 남기는 내가 이상한건가...
괜히 혼자 도배한다는 소리 들으면 안되는데....^^
어제 회장님도 30기 선배님들과 수리봉에서 자를 묶었다고 바람이 전하던데........
~~~..새해 일출은 동해 두타산으로 잡으려 계획중임다.^^...~~~~
첫댓글 이제 바람과도 내통하니 산신이 다 되었구먼!!! 몰래 산에가서 허튼짓(?) 못하겠써....
ㅋㅋㅋ 퐁라라 아주 좋아 ! 자유 총각일때가 제일 좋지....ㅋㅋㅋ 열시미 하시더라고 내년엔 좋은데 마니마니 다니더라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