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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묘량서국민학교19회 원문보기 글쓴이: 이상금
키나발루봉 등정기(말레이시아 사바주 4,095.2M) (2005.6.11-15,4박5일 22명 영광15명,서울7명) 2005.6.11(토) 어둠의 적막에 잠겨있는 새벽! 잠을 설치다 깜빡 잠이 들었다 깜짝 놀라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새벽 4시에 탁상시계의 알람을 맞춰놓고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설레이는 가슴이 허락치를 않는다. TV을 켜고 이리저리 체널을 돌려보지만 도통 눈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혹시나 빠진 준비물이 없나 머릿속에 하나하나 그려보며 체크해 본다. “빠진게 없는 것 같다”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는데 어쩌나 하고 창문을 열고 하늘을 쳐다본다. 비는 개여 있고 안개만 자욱이 대지를 덮고 창문사이로 시원한 새벽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등산화는 여행가방에 넣고 샌달을 신고 가려 했는데 어제 내린 비 때문에 샌달을 신고 가는게 뭔가 어색한 것 같아 샌달도 가방에 넣고 운동화를 준비해 놓는다. 새벽 4시! 맞춰놓은 탁상시계의 알람소리가 적막의 고요함을 깨운다. 마누라가 눈을 비비고 안방에서 나와 아침을 준비한다. 아침밥은 가다 휴게소에서 먹어도 됀다구 더 자라구 해도 아무 말없이 주방에서 덜거덕거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아마도 멀리 떠나는 사람에게 따뜻한 밥을 먹여 보내려는 아내의 사려 깊은 마음이러니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여 온다 자식들은 장성하여 다 떠나고 단둘이서 넓은 집안을 지켜왔는데 몸도 성치 않는 집사람을 혼자 남겨두고 나홀로 떠나려니 죄송함과 걱정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마음속으로 “미안허이”하고 사죄를 해본다 화장실에 들어가 고양이 세수를하고 복장을 챙겨입는다. 마누라가 챙겨준 따뜻한 아침과 비타민,글루코사민,느릎나무 환약을 먹고나니 이제 4시40분! 떠나려고 현관을 나서려니 “벌써 가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다시 주저앉아 TV를 본다. 한동안 침묵이 흐른다. 문득 먼훗날 둘중 하나가 먼저 떠나면 혼자서 어찌 이적막하고 외로움을 이기고 살아갈꼬 하는 생각을 해본다. 홀로 시골에 계시는 어머님에게 불효를 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이제 4시45분! 다시 일어나 “갔다올께”하고 운동화를 신고 현관을 나선다. 등에 배낭을 메고 손에 여행가방을 끌고 어둠속을 가르며 아파트 마당을 걷는다. “드르륵 드르륵”여행가방 끄는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리는 것 같다 여행가방을 소리나지 않게 들어본다. 뒤에서 창문여는 소리가 발길을 잡는다. 되돌아보니 아내가 떠나는 내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어둠속에서 손을 흔들어 주고 걸음을 재촉하여 우체국 앞에 나와 보니 벌써 몇분의 일행들이 나와서 서성이고들 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오지 않은 몇 분을 기다리며 전화연락들을 한다. 05시 10분!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인천공항을 향하여 어둠을 가른다. 영광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곧게 뻗은 서해안고속도로를 한참을 달리다보니 동녘 하늘의 밝은 햇살이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모두들 잠을 설쳤는지 고요속에 눈을 감는다. 07시정각! 서산휴게소에 잠시 차를 멈춘다.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반 공기쯤 먹고 숟가락을 놓았다. 입안이 까실까실하다. 커피한잔에 긴 여정의 남녘을 담아본다. 다시 휴게소를 빠져나와 한참을 달리다보니 차내가 소란해진다. 일행 중 한분이 여권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다. 황당하다. 집으로 연락해서 택시로 인천공항까지 가져오도록 하고 계속 연락을 취하며 공항을 향하여 달린다. 뭔지 몰래 불안한 마음이 가슴을 짓누른다. 하지만 당사자는 얼마나 황당할까하고 모두들 안심을 시켜본다.
09:00!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서울에서 온 여행사 사장과 일행 6분을 만나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짐을 부친 뒤 출국 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으로 들어간다. 여권이 도착하지 않은 분은 일단 짐을 부치지 않고 시간 내에 도착하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양주 1병을 면세점에서 사와 한잔씩 나누며 무사 여행을 빌어본다. 일행 중 한분이 소주도 몇병 사왔다 소주 사오신분이 양주에 소주를 마시고 나더니 좀 취하나보다. 11:00! 탑승이 시작된다. 우리 일행은 이륙시간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탑승하지 않고 여권이 도착하지 않은 일행을 기다린다. 11:15분! 일행 중 한분이 그분을 발견하고 소리를 지른다. “저기 오신다” 모두들 일어나 박수를 친다. 모두들 상기된 모습으로 말레이시아항공기(MH065)에 몸을 싣는다.
11:50분! 굉음과 함께 인천공항의 활주로를 이륙한 항공기는 구름사이를 헤치고 남쪽으로 기수를 잡고 비행한다. 항공기 차장밖으로 서해안의 들과 산 섬들이 나래를 펼친다. 어렴풋이 낮익은 우리고장의 하늘을 지나 계속 남진하다 구름속으로 몸을 감춘다 종종 구름사이로 이름모를 섬과 해안선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또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숨바꼭질을 한다. 오후 4시35분!(현지시간 3시35분)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바루국제공항에 4시간45분의 날개짓을 접고 열대의 땅에 몸을 내린다. 흠뻑 습기 머금은 후덥지근한 바람이 우리 일행의 몸을 휘감는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버스에 오르니 현지 가이드(이광재 34세)인 한국 청년이 반가이 맞이하며 마이크를 잡고 자기소개를 한다. 우린 미지의 땅에 도착함을 자축하면서 도착 주 한잔씩을 돌린다. 가이드 왈 “뒤에서 뭣들하시지요”하고 눈을 흘긴다. 내가 나서서 “도착 주를 해야 무사 여행이 된다”고 해서 한잔씩 한다구 둘러댄다. “그래요” 하더니 계속해서 보르네오섬(세계에서 3번째 큰섬, 3분의 2는 인도네시아, 3분의 1은 말레이시아 사바주에 속함)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코타키나바루란? 코타-지역명, 키나-차이나(중국), 바루-과부란 뜻으로 즉 중국과부촌이란 뜻이란다. 바다는 남양만으로 진주양식이 유명하다하며, 이곳 사바주는 말레이시아 13개주중 하나라 한다. 종교는 이슬람회교이고, 인종분포는 원주민이 60%,중국화교가 30%,기타10%로 구성되어 있으나 경제는 중국화교가 거의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문자는 영어와 말레이시아어를 사용하고 국민성은 낙천적이다고 한다. 기후는 우기와 건기로 나뉘며 11월부터 2월까지 우기이고 나머지는 건기라한다. 주요 풍습으로는 오른쪽 손은 밥이나 음식을 먹을때 주로 사용하고 왼쪽 손은 화장실에서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어린아이가 예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줄때는 꼭 오른손을 사용해야지 왼손을 사용하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고 가이드의 충고의 한마디다. 벼농사는 일년에 3번을 짓는 3모작이고 물가는 우리나라의 약 80%정도 이며 산유국으로 기름값(휘발류 400원, 경유 350원정도)은 아주 싼 편이나 수출은 하지 않는다 한다. 금기 식품으로는 술, 돼지고기, 개고기라 한다. 가이드의 안내 멘트가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를 실은 버스는 어느덧 도심을 벗어나 안개가 자욱한 꾸불꾸불한 산악지대로 접어든다 안개와 비 햇볕이 번갈아가며 계속 교차되는 가운데 갑자기 왼쪽 차창 밖으로 석양의 노을진 햇볕에 빛을 발하는 웅장하고 경외로룬 자태를 드러내는 거대한 괴물과 같은 화강암의 산이 우리 앞으로 다가온다. 숨이 막힐 것 같다. 모두들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댄다 바로 우리가 가야할 키나바루봉이다 버스를 세우고 구름옷을 수시로 갈아입는 신비의 대상을 향하여 모두들 포즈를 취해본다. 아! 오메이! 오메이! 이것이 무엇이당가! 한참이나 넋나간 사람들처럼 신비로움에 젖어 있던 우리를 향하여 “이제 차에 오르세요”하는 가이드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릴때 우린 내일 그대의 품에 안기리라는 약속을 가슴에 새기며 차에 오른다. 우리를 실은 버스는 오늘밤을 묵을 1400고지의 호텔을 향하여 계속 구부러진 산길을 오른다. 19:11분! (현지시간 18:11분) 해발 1400고지에 위치한 “선원(仙園)호텔”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몸을 씻은 다음 내일 등정에 필요한 물품과 호텔에 두고갈 물품을 분류하여 챙긴다. 호텔의 저녁식사는 중국식이다. 맛은 한국 사람들을 위하여 향신료를 치지 않아 먹을만하다. 가지고간 소주와 맥주를 주문시켜 한잔씩 곁들이면서 저녁을 마쳤다. 여기서도 한국인들의 국민성은 여지없이 들어났다 “건배” “위하여“ 주위의 관광객들의 시선이 따갑다. 광영선배, 나, 대홍동생과 함께 한방의 침대 2개에서 잠을 청해본다. 밖이 소란스럽다. 일행중 젊은 부류들이 1차로는 부족한가보다 광영선배의 이가는 소리와 대홍후배의 가느다란 코골이 소리를 자장가 삼아 어느덧 꿈의 나락으로 빠져든다. 2005.6.12(일) 눈을 떠보니 한국시간으로 아침 5시(현지시간 4시)고향에서 습관이 되어서 어김없이 5시에 눈을 뜬다 화장실에 다녀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는데도 일행을 깨운다. 대홍동생이 “영감탱이 잠도 없어”하고 애교 섞인 핀잔이다. 창문을 여니 고산지대의 서늘한 밤바람이 폐속 깊숙이 파고든다. 상쾌하다. 발코니로 나가 아직 채 동이 트지 않은 산속마을의 불빛을 향하여 셔터를 눌러본다. 대홍동생이 팬티바람으로 발코니 모퉁이에 서서 사진을 찍어 달라 한다. 대홍 동생이 이글을 보면 서운해 할지 모르지만 꼭 한 마리의 작은 킹콩새끼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 같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동생미안) 동이 터오고 주위가 밝아온다. 대충 몸을 씻고 산책을 나가보니 일행 중 몇 분이 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들도 호텔을 배경으로 한 컷씩 기념사진을 남긴다. 저쪽 공터에 꽤 많은 사람들이 체조를 하는가 하면 보이지 않는 쪽을 향하여 계속 셔터를 눌러댄다. 우리 일행도 궁금하여 그쪽으로 가본다. 지척에 키나바루봉이 아침 햇살에 빛을 발하고 구름이 거대한 몸을 휘감는다. “장관이다” 자연의 위대함에 또 한번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천길 낭떠러지로 이루어진 저곳을 과연 우리가 무사히 등정을 마칠 수 있을지 덜컥 겁이 난다. 9시28분(현지시간 8시28분) 아침을 마치고 등산에 필요한 물품만 배낭에 챙겨 넣고 버스에 올라 키나부르국립공원 리셉션으로 출발한다. 9시32분 리셉션(1500고지)에 도착하여 가이드가 입산신고를 하는 동안 우리일행은 기념사진에 열중이다. 각자의 명찰을 발급받고 원주민인 산악가이드 3명( 라단, 로니, 빼때로스)을 배정 받아 산행준비에 임한다. 이중 로니라는 친구는 200여회의 정상을 다녀왔다고 한다. 모두 박수로 환영한다. 다시 버스에 몸을 싣고 15분쯤 비탈진 산길을 달려 1800고지인 등산 출발점에 이른다(10:49분) 10:53분 정상을 향하여 출발이다. 1명씩 명찰과 명단을 대조하며 통과 시킨다 제일 후미로 출발점을 통과한다. 떠나오기 전 인터넷을 검색하여 고산병 대처법에 대하여 조금은 알고왔다. 서두르지 말아야지를 되 뇌이며 아주 천천히 계단을 오른다. 약 10분쯤 오르니 신동준 후배가 계단 모퉁이에 기대여 땀을 훔치고 있다. 이 친구는 일행중 산행경험이 가장 적은 친구다. 이번 등정에 참여하기 위하여 피나는 노력을 한 것 같다. 조금 더 오르니 제1휴게소가 나온다(11:17분) 먼저오른 일행들이 목을 추기며 기다리고 있다. 약간의 휴식을 취한뒤 다시 제2휴게소를 향하여 출발이다. 서로 격려하며 “천천히 천천히” 속도를 조절한다. 내려오는 외국인들과 포터들에게 인사를 나누는 여유를 가져본다 제2휴게소 도착(11시29분) 차고 있는 고도계를 보니 해발 2000미터를 가르킨다. 식수를 보충하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길 양편에 40-50미터를 족히 넘는 나무들로 협곡을 이루고 있다. 구불구불하고 습기를 흡뻑 머금은 길을 계속 오르니 어제 올랐던 서양인 산악인들이 내려온다. 김성운 회장님이 한 예쁜 서양 아가씨와 사진 찍기를 원한다. 얼른 카메라를 꺼내 한컷 찍는다 참고로 성운 회장님은 사진을 찍기 위해 비상식품을 모두 아가씨들에게 나누어 주어버렸다 한다(형수씨가 보면 난 몰라) 제3휴게소 도착(11:55분 2185m) 모두들 힘이 드나보다 숨을 헐떡이며 땀범벅이 되어 휴게소 난간에 몸을 기댄다. 서울에서 오신 5분과 우리일행 몇분이 벌써 앞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다시 식수를 보충하고 제4휴게소를 향하여 발길을 옮긴다. 산안개가 몸을 감싼다 땀으로 뒤범벅이 된 몸속으로 한기가 느껴진다. 안개 자욱한 길을 한참을 오르니 제4휴게소간 눈에 들어온다. 붉은 차도르를 쓴 회교도 여성들이 휴게소 밖 길가에 앉아 쉬고 있다. 셔터을 누르니 후레쉬 불빛이 뻔쩍한다. 놀라서 쳐다보며 방긋 웃는다 제4휴게소 도착(12:36 2415m)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다. 배낭을 내려놓고 식수를 받아다 목을 추긴다. 인근 주변국 여성인듯한 중년의 검은 차도르를 쓴 여성과 번갈아가며 기념사진을 찍는다. 제5휴게소에서 점심이 약속되어 있다. 다시 지친 발걸음을 천천히 옮긴다. 점점 주변의 나무들의 키가 작아지고 이끼류가 많이 보인다. 약간의 허기를 느껴 비상식을 먹으려다 귀찮아 그만둔다. 약간의 머리에 어지러움증이 오는 것 같다. 이게 고산병 증상이 아닌가 의심해본다. 제5휴게소 도착(13:08, 2585m) 보이지 않게 앞서가던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다. 도시락을 꺼내고 우선 소주를 한잔씩 한다. 금방 땀이 식으니 한기가 엄습해와 윈드 자켓을 꺼내입고 점심을 먹는다. 한국식당에서 주문하여 가져온 도시락이라 생각보다 다양한 반찬 메뉴를 갖추고 맛도 괜찮다. 포터에게 짐을 맡긴 조관일 선배와 서울에서 오신 69세의 아주머니는 아직 식사를 못하고 있다. 여행사 사장과 가이드 그리고 포터1명이 도착하지 않아서다. 먼저 온 일행이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에서야 이들이 도착하였다. 기다려 같이 출발하려 했으나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그들의 식사광경을 뒤로 한체 제6휴게소를 향하여 출발이다(13:31분) 5휴게소에서 약 100여 미터를 오르니 출발점에서 4㎞란 안내 표지판이 서있다. 이곳의 표지판은 ㎞가 앞에 쓰여지고 숫자가 뒤에 쓰여진다. 앞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하룻밤 안식을 취할 산장(군팅라가단산장)과 숙소(라반나타호텔)는 약 2㎞ 남았다 평지나 고도가 낮은 산 같으면 금방 오를 수 있으련만 까마득하게만 느껴진다 오르막길을 조금더 오르니 공사장이 보인다. 아마도 호텔 비슷한 숙소를 짓나보다 머리에 어지러움과 다리의 무기력증이 점점 더해지고 뭔지 몰래 기분 나쁜듯한 현상이 나타난다. 경사가 약간 심한 언덕 받이에 일행들이 쉬고 있다. 같이 합류하여 조금 쉬려는데 일행이 출발한다. 나와 신동준 후배는 더 쉬어가기로 한다. 광영선배도 다시 주저앉는다. 광영형 안색을 보니 좀 이상하다. 창백한 얼굴에 입술이 하얗게 변해있다. 어지럽고 토할 것 같다 한다. 조금은 심각하다. 조금더 쉬기로 했다 한 10여분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천천히 출발한다. 금방 호흡이 가빠온다. 고산증세를 잊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며 아주 천천히 짧은 보폭을 유지하지만 계속되는 돌계단에는 속수무책이 되고 만다. 쉬는 시간은 길어지고 걷는 시간은 점점 짧아진다. 길가에 곱게 피어있는 고산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아본다(2730m) 안개비가 나뭇가지에서 두두둑 두두둑 떨어져 얼굴과 몸에 부딪쳐 차가움을 전해온다. 배낭의 카바를 씌워 젖지 않도록 한다. 이제 주위의 나무들은 고사목이나 키가 작은 고산목들이 주를 이룬다. 짙은 안개속에 허옇게 드러낸 고사목에 이끼 꽃이 흐늘거리는 것이 꼭 흉가의 거미줄처럼 스산하다.(2800m) 한참을 오르니 자욱한 안개사이로 제6휴게소가 보인다.(14:25분 2830m) 앞서가던 일행들은 지나쳐 가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서양인 몇몇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뒤따라오던 광영형과 동준동생이 보이지 않는다. 식수를 보충하고 한참을 기다리니 아래쪽에서 쉬고 올라온다한다. 계속해서 전진이다. 이제 5㎞지점(2860m) 앞으로 산장까지 1㎞남았다. 뒤떨어져 식사하던 일행들이 올라온다. 띵하니 머리가 아파온다. 발걸음이 내 의지대로 되지 않고 자꾸 비틀거려진다. 광영형을 바라보니 더욱더 힘이 들어한다. 괜찮아야 할텐데 걱정이다. 약 100미터마다 쉬어가기로 한다. 쿠알라룸프르에서 온 학생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제7휴게소에 도착했다(15:10, 3080m)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멀게만 느껴진다. 걷는 거리는 자꾸만 짧아지고 쉬는 시간은 길어만 진다. 자욱한 안개 사이로 양철 지붕을 한 건물이 보인다. . “저기 집이 보인다”고 소리쳤더니 가이드가 조금만 더 가면 산장이라 한다. 아마도 기상관측소인가 보다. 풍속. 풍향계가 설치되어 있다 다시 몇 분을 숨을 헐떡이며 걸었을까 산장이 보인다. “다왔다”하고 소리친다 상기된 모습으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산장(군팅라가단)입구에 도착하여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광영 형이 기어코 토하기 시작한다. 한참을 토하고 난 형에게 물을 건넨다. 얼굴이 창백하다. 입술이 하얗게 변색 되어있다.(16:00, 3282m) 산장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산장안으로 들어서니 일행들이 박수로 맞이해준다. 일행들은 이미 샤워를 마치고 소주한잔씩 했다며 김한길 선배가 술을 권한다. 시원한 맥주였을면 얼마나 좋을꼬 하는 생각을 해보고. 두어잔 받아 마신다. 속이 후끈 달아오른다. 샤워를 하려는데 숙소에 가서 하자고 한다. 산장에서 약 200여 미터 떨어진 숙소에 여장을 풀고 샤워를 마치니 한기가 느껴진다 겨울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내일 입을 몇 가지 옷가지를 빨아 숙소난간에 말린다. 오후 햇살이 따갑다 아스라이 산 아래로 뭉게구름이 피어오른다. 세삼 높이 올라와있음을 실감한다. 기념사진을 몇컷 찍고 다시 산장으로 내려가 시원한 맥주에 저녁을 마쳤다. 산장의 창문사이로 구름바다가 펼쳐지고 산과 들이 숨바꼭질을 한다. 다시 숙소로 올라와 내일 새벽2시에 기상을 약속하고 잠들을 청해본다. 1실에 2층 침대가 2개 비치된 숙소는 쾌쾌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른다. 추울까봐 자켓을 입고 누웠는데 낡은 모포에 구질구질하다. 바지를 벋어 던지고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허사다. 순간 다리위로 뭔가가 기어 다닌다 바퀴벌레인 것 같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비몽사몽간에 잠이든 것 같다. 밖이 소란해짐을 느낀다. 기상시간이 아직 남았는데 산행준비들로 부산하다. 모두들 잠들지 못하고 뜬눈으로 지새웠나보다 끓인 물에 컵라면 한개 씩을 해치우고 현지가이드와 산행가이드를 기다린다. 3시30분(현지시간2시30분) 2.7㎞거리에 있는 정상을 향하여 출발이다. 일행중 조관일 선배님은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숙소에 남기로했다. 머리에 헤드렌턴을 켜고 헉헉거리며 나무계단을 계속 오른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이 답답하다. 한번에 100미터 전진이 어려울정도로 급경사에 호흡곤란이 온다 로프를 잡고 위험한 경사면을 지나 또 나무와 돌계단, 과연 일출전에 정상에 도착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한참을 오르다보니 관목지대가 끝나고 평평한 길이 나타난다. 저 앞에 불빛이 보인다.마지막 정상 입산 확이작업을 하는 사무소다. 어둠속에서 불을 밝히고 혼자앉아 등반자 하나하나 이름을 대조 확인한다. 식수를 보충하고 다시 출발이다.나무 한 그루 없는 언덕받이 화강암지대가 앞을 가로막는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화강암 암반지대 지루하기 그지없다. 저멀리 길을 안내하는 산악가이드의 불빛만 아련하다. 여행사 사장과 현지 가이드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정상까지는 가지 않으려나 보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숨이찬다. 약100여미터 전진에 약 5분씩 휴식이다. 고지대의 세찬 찬바람이 더딘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군데 군데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돌무더기와 바위 뒤가 있어 서로 몸을 맞대고 웅크리고 앉아 휴식을 취한다. 걷는데 평형감각이 자꾸 흐트러지고 호흡곤란과 두통이 온다. 문득 광영형이 걱정이 되어 불러본다 뒤따르고 있다. 다행이다. 대홍동생도 불러본다 다들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 앞으로 한걸음 한걸음 발을 옮겨놓는다. 몇발자국 못가 헉헉거리며 “5분간 휴식”소리가 연발한다. 고도계를 보니 거의 4000미터 넘은 것 같다. 일행 중 지금 우리의 속도가 너무 빨라 정상에서 추위에 떨어야 할 것 같다한다. 우린 바람 피할 곳을 찾아 쉬기로 하고 커다란 바위 밑에 모두 몸을 맞대고 휴식을 취한다. 연양갱 하나를 광영 형이 꺼내 둘이 나누어 먹어본다. 맛있다. 조금은 허기가 졌나보다. 10여분의 휴식속에 뒤따르던 외국인과 일행들이 속속 도착이다. 다시 저 멀리 아른거리는 헤드렌턴 불빛을 좇아 길을 나선다. 이제 바위 너덜지대다. 얼마 가지 못하고 움푹 패인 바위틈사이에 다시 주저들 앉는다. 불빛을 따라 눈을 옮기니 우뚝 솟은 봉우리가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아마도 이봉우리를 넘어가야 하나 보다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일행중 한분이 “정상이다”하고 소리친다. 70-80도정도의 경사진 바위언덕을 길게 느려뜨려진 밧줄을 부여잡고 봉우리를 향하여 헉헉거리며 계속 오른다. 키나바루봉 정상이다(13일 06:15분 4095.2m) 가슴이 뭉클하고 감격의 목소리들이 주위를 소란스럽게 한다. 아직 동이 트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몹시도 춥다 손이 시려온다. 장갑 외피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 다행이 우리 일행들이 선두로 도착하여 비좁은 정상을 거의 차지해 버렸다.
가져온 게맛살과 육포를 안주삼아 소주한잔씩을 돌린다. 정상주가 참말로 맛있다고 느껴진다. 몇 분이 흘렀을까 동쪽하늘이 붉게 물들인다. “저쪽이 동쪽이다”하고 소리 지른다. 모두들 사진들 찍느라 부산하다. 가져간 태극기와 서해산악회기를 꺼내어 스틱에 매달고 흔들어본다. 박주경 산행대장이 “대한민국에서 오신 분들은 애국가를 따라 불러주세요”하고 하나 둘 셋 동해물과 백두산이... 우렁찬 애국가가 말레이시아 사바주 키니바루봉 정상에 울러 퍼진다. 가슴 뭉클하고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눈가에 눈물이 핑돈다. 태극기를 들고 수없이 많은 셔터를 눌러댄다. 구름사이로 태양이 떠오른다. 순간 화강암 고봉들이 빛을 발하고 대자연의 위대함이 펼쳐진다. “장관이다” 날씨마저 청명하여 까마득이 멀리 바다와 산이 아른거린다. 위대한 대상물들을 향하여 사진들을 찍느라 일대 소란이 일어난다. 산행가이드의 하산 독촉이 이어진다. 어둠속에서 주위를 분간할 수 없었던 풍경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산하면서 계속 셔터를 눌러댄다. 지루하던 암반지대를 되돌아 지나온다 대평원같다. 한참을 내려오는데 광영 형이 또 토하기 시작한다. 아침에 먹은 라면국물까지 모두 토해낸다. 걱정이 된다. 괜찮을지? 대홍 동생은 정상에서 고산병 증상이 있어 먼저 하산하였다 한다. 조금 더 내려오니 일행들이 쉬고 있다 광영 형을 바라보니 얼굴이 흑빛이다. 괜찮느냐구 물으니 괜찮단다.
하산 길은 한층 수월하다. 주변경관을 관찰하며 천천히 하산하여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챙겨 산장으로 내려 오려하는데 광영 형이 침대에 누워있다. 힘이 드나보다 같이 짐을 챙겨 산장으로 내려와 아침을 마친 뒤 산장 밑 광장에서 단체 기념 촬영을 마친 뒤 하산하여 등반기념 확인증을 발급 받았다. 정상에 간 사람과 가지 못하고 도중에 내려온 사람들의 확인증이 좀 달랐다. 첫째날 묵었던 호텔(선원)에서 점심을 먹은 후 짐을 챙겨 시내의 호텔(프로메나드)로 옮겼다. 여장을 푼 뒤 간단히 몸을 씻은 뒤 처음으로 집으로 수신자 부담으로 전화를 한다. 아내의 맑은 목소리에 한시름 놓는다. 성취감으로 뿌듯이 밀려오는 만족감이 피곤함을 잊게한다. 억수같이 퍼부어대는 빗속을 뚫고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한식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밖에는 개구리울음소리가 향수를 느끼게 한다. 식당의 벽면과 천정에는 도마뱀들이 여기 저기 활보를 한다. 호텔로 돌아와 짐정리를 하고 있는데 대홍 동생이 찾는다 한다. 가보니 밖으로 과일 사러 가자한다. 8명이서 택시 3대에 나누어 타고 시내에 있는 야시장에가 시원한 맥주와 소주를 각종 안주를 곁들여 실컷 들이켰다. 술값은 싼편 이었다. 2차로 노래방까지 거쳐 호텔로 돌아왔다. 14일 아침 6시 잠에서 깨어나 바닷가로 산책을 나간다. 호텔 문을 나서니 후덥지근한 바람이 확 밀려 들어온다. 왠지 상쾌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호텔에서 아침식사 후 우리 일행은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기위해 사피섬으로 물놀이를 떠난다. 쾌속정에 몸을 싣고 가슴을 활짝 열고 바다를 향해 깊은 숨을 들여 마신다. 상쾌하다. 빠른 쾌속정은 바다위를 날다 텅하고 내려 앉으며 바닷물 위에 소리를 내며 달린다. 각종 기구를 이용한 한나절의 사피섬의 물놀이를 마치고 오후 2시에 시내 콘도에서 휴식을 취한 뒤 15일 새벽 1시 50분 비행기에 몸을 실어 귀국했다 이번 여행이 6번째의 외국여행이었지만 아마도 가장 즐겁고 추억에 남는 여행이 아니 었나 생각해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꽃을 피우며 마무리를 지울 수 있도록 일행 모두가 배려하는 마음이 컷던 것 같다 특히 일행을 이끌었던 박주경 산악대장과 총무인 윤성명 동생에게 감사를 보낸다. 또한 궂은일을 도맡아 했던 김재학 동생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더 좋은 앞으로의 여행을 꿈꾸어 보며 4박 5일동안의 키나바루 등정기를 마칠까 한다. 같이 했던 여러분 건강하세요 “화이팅”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5.6.18일 이상금 |
출처 : 영광서해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 돌모치 |
첫댓글 2005년도에 말레이시아 키나바루에 갔다가 쓴 산행기인데 없어질까봐 옮겨 놨습니다.
저도 갈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