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하면 대부분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떠오른다.
그리고 그 지평선 위에 드넓게 펼쳐진 논을 생각한다.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전형적인 '시골'의 이미지라는 것이다.
그렇게 드넓은 지평선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무엇보다 더욱 강한 '시골스러움'을 어필하는 곳이 있다.
바로 김제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금산면(원평)'이라는 곳이다.
1번국도에 있어 교통도 편하고 금산사 덕분에 인지도도 어느정도 있는 곳이지만,
이 곳을 버스로 처음 찾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경악을 금치 못할 거라고 자신한다.
그만큼 버스터미널의 생김새가 조금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조금은 유별난 터미널을 잠깐 구경해보자.
'금산사'로 유명한 김제 원평은 조금 특이하게 면내가 갈린다.
울창한 수풀이 보이지 않는 언덕을 감싸고, 바로 옆으로 오래된 건물들이 빈 공간을 채우기 때문.
옛 1번국도였던 마을길은 차선조차도 보이지 않을 만큼 닳고 닳아있어 더욱 묘한 분위기가 감돈다.
첫번째 사진에서 뒤를 돌아보면 바로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위의 숲쪽은 얼핏 보면 시/군 경계지역같아 보이는데,
바로 밑으론 이렇게 길고 좁은 마을이 나오니 조금 신기하다.
마을이 시작되는 지점에 낡은 공용터미널 하나가 귀퉁이에 쏙 들어가 있다.
하지만 버스터미널임을 알리는 간판은 어디에도 없다.
주·정차를 하지 말아달라고 적힌 다 쓰러져 가는 안내문 하나만이 터미널임을 알리고 있다.
얼핏 보면 면사무소 같은 이 건물이 바로 원평터미널 건물이다.
건물 위에 달린 세 개의 봉이 관공서의 느낌을 더해준다.
입구엔 분명 주·정차를 하지 말아달라는 안내문이 있지만,
실제로는 버스 승차장을 제외한 모든 공간은 이미 주차장으로 변한지 오래다.
사진을 찍고 있는 지금도 건물 중앙에 차 한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공교롭게도 터미널 안으로 들어오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시장골목을 연상케 하는 허름한 상가들과 그 앞에 펼쳐진 낡은 승차장이 묘한 분위기를 이루고,
그 뒤로 울창하게 자란 수풀림들이 더욱 묘하게 대조를 이룬다.
김제·금산사·정읍·신태인·태인·전주까지도 오가는 교통의 요지.
겉보기엔 이래도 실제론 버스구경 못하는게 더 힘들 정도로 빈도가 잦다.
그만큼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도 많지만, 비 때문에 대합실로 죄다 들어가있어 사람구경하긴 조금 힘들었다.
원평터미널은 각도에 따라 보여지는 느낌이 너무도 다르다.
건물 중앙을 보면 관공서나 학교같이 생겼지만,
승차장쪽 건물을 보면 영락없는 시장바닥이다.
변두리 부분은 평범한 상가처럼 생기기도 했고...
알면 알수록 재밌으면서도 신기하게 생긴 것 같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유별난 생김새 덕분에 지그재그 모양의 승차장이 더욱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정말 오래도 이 자리를 굳건히 지켜주고 있었던 덕에,
승차홈이고 주차장이고 할 거 없이 이리저리 파인 흔적이 보였다.
별나게 생긴 버스터미널은 내부까지도 참 별나게 생겼다.
마치 30여년전 세월 속에 흠뻑 들어간 듯한 느낌이랄까...
구석구석 예쁘게 자란 화초들이 꽃집에 온듯 훈훈한 기운을 내어주고,
삼삼오오 수다를 떠는 할머니들과 묵묵히 TV보면서 버스를 기다리는 아저씨와 청년조차,
도저히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보이질 않는다.
뒤돌아서면 이런 잡다한 가구들이 구석에 조용히 박혀 있다.
그중엔 요샌 좀처럼 보기 힘든 물건과 귀한 물건도 여럿 있다.
마치 가정집에 들어와 있는듯해 사진을 찍는 것조차 미안해지는 광경.
이런걸 어떤 터미널에서 구경해볼수 있으려나...
그 시절 그때의 향기를 화사하게 뿌리고 다채로운 색깔을 내는 원평터미널이야말로,
바쁘게 살면서 잊고 있었던 삶의 여유와 은은한 그리움을 선물해주는 것 같다.
좀처럼 쉽게 갈 수 없는 곳이긴 하지만,
금세라도 달려와 내 가슴에 푹 안겨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먼 훗날도 이러한 분위기를 고요히 간직해 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한 움큼 가져본다.
첫댓글 점점 밑의 지방으로 내려가시나 봅니다.
고창이나 대마 그리고 영광...
혹, 광주 송정역 뒤에 있었던 송정 터미널을 아시는지요?
예전에는 영광이나 함평, 나주를 가려면 꼭 들리던 터미널(정류장)이였는데
아마도 지금은 없겠지요?
아직도 제 추억 속에 자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옛 광산지역에도 버스터미널이 있었군요. 시외정류소가 있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조금 놀랍습니다.
금산사에서 나오는 길에 잠시 들렀었을 때 보니 버스가 제가 탄 버스 포함 3대나 있었는데, 상당히 붐비는거였군요 ㅎㅎ
저 정도 터미널에 3대면 꽤 흥하는거죠 ㅎㅎ
간접 경험이나마 좋은 구경하고 갑니다.
늘 좋은 댓글 고맙습니다~
아직도 그대로 인지 한 번 가보고 싶어지는군요..보수를 했는가 하는 궁금한 마음에요...
지금쯤 어찌되었을지 저도 궁금해지네요.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김제쪽 사시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