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오아시스>라는 작품을 소개하자면, <오아시스>는 9월 7일에 있었던 공식시사회에서 기립박수를 받는가 한편, 현지 영화소식지에선 평균 8점의 높은 점수를 받는 등 수상이 예상되기도 했었다. 감독상 신인 배우상 뿐만 아니라 국제영화평론가협회가 수여하는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FIPRESCI Award), 젊은 영화인 심사위원단이 수여하는 미래의 영화상(Cinema Verine Prize), 전그리스도교회상(Ecumenical Prize)도 수상했다. 3대 영화제에서의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감독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은 비교적 늦게 데뷔를 한 감독이다. 54년 생인 그는 93년 <그 섬에 가고 싶다>에서 조감독으로 데뷔하였다. 감독으로는 <초록물고기>를 시작으로 <박하사탕>, <오아시스>등 몇 안되는 작품을 찍었지만 하나같이 영화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작품들이었다. 특히 <박하사탕>은 한국현대사의 비극과 그 속에 숨쉬는 한 개인의 불운한 인생을 담은 영화로 비평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이창동' 이라는 이름을 사람들에게 크게 각인 시켰다. 이번 <오아시스>는 흥행에도 성공이 예상이 되어 이 작품으로 인해 상, 비평, 흥행등 세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셈이다.
신인 배우상을 타게 된 문소리씨는 영화 <박하사탕>으로 데뷔했었다. 자신의 작품 하나하나에 애착을 갖고 있는 그녀는 <오아시스>를 찍기 위해 장애인과 함께 생활도 하고, 촬영전에는 뇌성마비 장애인을 연기한 것을 자신이 직접 찍어서 보는 등 신인 배우로써의 정렬과 열성을 다하였다 한다.
홍종두는 삼형제중 둘째로서, 전과 3범의 흔히들 말하는 사회에서 낙오자이다. 그리고 홍종두의 짝으로 나오는 공주 역시 장애인으로써, 그녀를 보는 사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 둘의 관계는 정말 우연적이다. 우연히 자신의 뺑소니 사고(정확하게 말하자면 종두의 형이 저지른 사건이나, 종두가 대신 옥살이를 했다.)에 대해 사과를 하러 피해자의 집을 찾은 종두가 정말 우연찮게도 거기서 혼자 놀고 있던 공주를 보게 된것이다.이것이 그들의 첫만남, 관계를 시작하게 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오아시스>의 노력이 엿보이는 연출, 즉 컴퓨터 그래픽을 최대한 자제하고, 핸드헬드카메라, 시나리오 순서대로의 촬영등 '현실 그대로의 가장 자연스럽고 실감나는 사랑'을 표방하고 있는 <오아시스>만의 남다른 이창동 감독의 시나리오와 연출감각, 숙달된 스텝과 배우들의 순조로운 호흡조율로 매 장면마다 관계자들의 감탄을 자아내며 촬영을 진행했다.
영화사이사이 삽입되는 환상장면 역시 다른 영화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정성을 들였다고,작년 겨울의 혹한 속에서 연출부와 제작부가 총 동원되어,'천연기념물'보다 희귀한 '계절 기념물'인 비둘기와 나비를 공수했고 졸지에 조련사가 되어 나비와 비둘기의 자연스러운 날갯짓을 연출해내야 했다.한편 단 한 장면에 불과한 코끼리 환상을 위해서 공주의 방 세트를 통째로 배에 싣고 태국으로 향하기도 했다 하니 연출진의 노력을 알만하다.)
흔히들 말하는 첫눈에 갔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게 종두는 공주에게 반하게 되고, 사들고 갔었던 과일바구니를 놔두고, 꽃도 배달하는 등 정성을 보인다. 그리고 옳지 않은 방법으로 결국 공주를 자신의 품에 안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옳지 않은 방법의 관계맺음도 결국 사랑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는 공주와 공주 주변사람들의 관계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지체장애자인 공주를 놔둔채 집을 이사하고, 장애인 전용아파트에서 살고 있기에 검사일에만 공주를 잠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는 그러한 오빠와의 관계, 그리고 공주의 오빠에게서 돈을 받고 정말 피상적으로 밥만을 차려주고 청소를 해주는 옆집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공주가 정을 붙일 데는 아무데도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때에 옳지않은 방법으로 공주와 관계를 맺게 된 종두지만, 공주를 향한 마음만큼은 친혈육보다도 더 크고 아름다웠다. 이러한 것을 볼 때 정말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향한 진실된 마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상대방의 껍데기만을 보고 관계를 가질 것이 아니라, 비록 겉모습이 초라하다 하더라도 속마음이 정말 백옥같이 희고 아름다운 사람, 그런 사람과의 관계가 정말 자신에게 소중한 관계인 것이다. 그리고 종두와 공주를 두고 경찰이 말했었던 "저런 여자를 보고 성욕이 생기더냐?"라는 말, 이는 정말로 외모지상주의에서 나오는 발언이 아니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공주의 말을 들어보고 할 것도 없이 바로 종두를 감옥에 쳐넣고, 하긴 자신들의 그 고귀한 사람 사이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눈으로는 차마 종두와 같은 이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요즘에 각종 정보매체의 발달과 직업의 세분화 등으로 사람들은 점점 개인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심각한 사실은 개인주의에서 이기주의로 발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이렇듯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주위 사람들과 관계를 가질 때에도 먼저 자신에게 이익이 될 것인가 아닌가 하는 것부터 따진 뒤 그 사람들과 관계를 갖게 되고 이는 결국 사회를 삭막하게 만드는 일,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인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관계맺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일 것이다. 단순히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남녀간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 주위의 누구를 대할때나 '사랑'으로써 그 사람을 대하는 것, 그것이 참으로 옳은 관계 맺음이라 하겠으며 정말로 배우고 익혀야 할 자세일 것이다.
다시 영화의 내용으로 돌아가자. 옳지 못했던 관계, 즉 강간이라는 방법으로 공주와 관계를 맺게 된 종두이지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공주에 대한 마음만은 진실했다. 단지 행동이 앞섯을 뿐, 그래서 나는 종두의 행동을 강간이라 생각지 않는다. 물론 결과론적인 입장이긴 하지만.. 어찌됐든 이웃집 부부의 성관계 장면을 보고, 그리고 오빠에게 이용당하는 자신의 처지를 보며 공주가 먼저 종두에게 전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은 급속히 연인사이로 관계를 발전시킨다. 그리고 또한 종두와 공주가 세상과 관계맺음을 시작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과 관계하는 세상은 그리 따뜻하지 않은 거 같다. 사실 그들은 전혀 자신들이 소외당했다고 느끼지 않는데 마치 사랑의 마술이라도 걸린 것처럼 사람들 앞에서 혼자보다는 더욱더 당당하게 행동을 하는데 그들도 사랑하는 이와 맛있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싶어하지만 결국은 세상과의 관계맺음에서 삐걱거리게 된다.
그러나 종두의 카센타에서 비록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시켜먹는 짜장면이긴 하지만 그들은 너무나 맛있게 그리고 낭만적이게 자신들만의 외식을 한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사랑을 전개시켜 나간다. 첫 관계 맺음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설정이지만 영화를 바라보면서 공주가 상상 속으로 현실의 사랑을 더 멋지게 표현한 것처럼 이 둘의 관계맺음은 진정한 사랑으로 커지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 주고 존중해주면서 이젠 영락없는 연인사이가 된다.
그러다 사랑은 깊어지고 매일 밤 그들은 전화를 매개수단으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보고 싶어하고...
어느 날 공주는 자신의 방에 그림자 지어진 나뭇가지를 가리키며 무섭다고 이야기를 한다. 종두는 마술을 부리며 그 걸 사라지게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없어진 것일까? 마음 속의 눈으로 없어진 것 일게다. 사랑의 감정으로 혼자서 외롭게 지내던 그 시간들에 대한 두려움이 치유되어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맘때쯤 드디어 공주가 종두에게 자신과 함께 밤을 보낼 것을 원한다. 처음의 두 사람의 불완전한 관계가 아닌 둘이 완전히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원하는 평등하고 배려있는 관계맺음을 신성하게 하고 있는 도중.....
차가운 그리고 몰 이해적인, 일방적인 너무나 일방적인 시각의 사람들이 그 둘의 신성한 관계맺음을 방해했다. 그리고 자초지정을 묻지도 않은 채 종두는 경찰서로 끌려간다. 종두는 장애인을 강간한 개만도 못한 놈으로 평가되고 공주는 마냥 일방적인 피해자로 간주한다. 서로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은 채로..
이 장면에서 난 너무나 답답했다. 공주는 너무나 당황스럽고 놀래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을까? 아님 자신의 오빠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자신이 원했다고 자신이 사랑하는 이라고 말하지 못한 것일까.... 너무나 일방적인 우리네들의 시선으로 이 사건의 주인공은 사랑하는 연인 사이가 아닌 강간범과 피해자가 된다.
또한 자신의 동생을 홀로 아파트에 남겨둔 채로 이사를 가버린 오빠가 자신의 동생을 사람들 세상과 관계 맺고 있을 때는 정말로 아끼는 사랑하는 동생으로 생각하는 듯 하고 실제로는 자신의 동생을 세상과 차단을 시켜놓는다. 그리고 합의금을 요구하는 등....
정말로 어떤 것이 진정한 관계맺음인지 의문이 든다.
결국 종두가 나뭇가지를 잘라줌으로써 공주와의 사랑을 끝까지 지키려 하는데....
결론은 둘만의 사랑으로 세상으로 부터의 오아시스를 발견하게 되는 걸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를 보며 나는 문득 내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내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 부모님, 애인, 친구들 그리고 그 이외의 호칭을 지니고 있는 여러 사람들.. 나는 과연 선입견과 틀에박힌 시선을 가지고, 내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주위 사람들과 관계를 맺진 않았는가? 정말 진실되게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들이 문득 내 머릿속을 스쳐갔다. 앞으로도 더욱 내 자신을 가꾸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영화였다. 최소한 나는 내가 가장 경멸하는 부류가 되고 싶진 않으니까..
첫댓글 재수강하시면 특이하다는 것 외에 성실한 모습을 보여드리죠. 이번 학기에는 이모저모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함이 아쉽습니다. 성적도 좀 아쉽구요. 행복하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