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충효동 김유신장군 묘역 주변. 물이 오른 벚꽃 꽃망울이 만개할 날을 기다리며 있습니다.
'경주 시민과 함께하는 강연' 으로 유안진 시인님을 모시고 '경험은 천재보다 낫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연을 하셨습니다.
멀리 천년고도 경주까지 강연을 하러 오신 유안진 시인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먼저, 유안진 시인님의 프로필을 올립니다.
유안진 출신지 : 경상북도 안동
유안진 시인님은 위의 프로필에서와 같이 안동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졸업을 하고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신 후 마산에서 교직생활을 하셨답니다. 유시인님은 딸만 있던 집의 장녀로서 친어머니의 자랑스런 자식이 되어야 했다네요. 소위 말하는 백도, 돈도 없었지만, 꾸준히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목표하신 것을 이루기 위해 30세가 넘어 유학을 하시며 피나는 노력을 하셨답니다.
1965 ~ 67년 박목월 선생님의 3회 추천으로 현대문학 등단을 하셨구요. 유 시인님의 몇 작품을 올립니다.
4월의 소리 / 유안진
새벽잠도 설친다
고양이, 도도하고 냉소적인
나에게서 호랑이를 찾으려 하지 마라
오직 스핑크스만이 나의 자세로 앉아 있지
다람쥐 코끼리 곰과도 친한 나의 다문화적 친화성을
* 새는 하루 1분을, 쥐는 하루 30분을, 사람은 하루 2시간을, 고양이는 하루 3시간을 꿈꾼다고 한다. 테들레프 지음, 두행숙 역, 『고양이문화사』, 들녘, 2008, 참조.
2008년 『거짓말로 참말하기』에서
다보탑을 줍다
고개 떨구고 걷다가 다보탑(多寶塔)을 주웠다 두 발 닿은 여기가 영취산 어디인가 정신차려 다시 보면 빼알간 구리동전
지란지교를 꿈꾸며 유안진
저녁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형제나 제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영원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때론 약간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을 쳐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지나 내가 평온해 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나는 때때로 맛있는 것을 내가 더먹고 싶을 테고 내가 더 예뻐보이기를 바라겠지만 금방 그마음을 지울 줄도 알것이다. 결국은 우정을 제일로 여길 것이다. 우리는 흰 눈 속 침대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도 있고, 아첨같은 양보는 싫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을 갖기를 바란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지 못하더라도 곤란을 벗어나려고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진 않다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눈물을 사랑하되 헤푸진 않게 냉면을 먹을 때는 농부처럼 먹을 줄 알며, 스테이크를 자를 때는 여왕처럼 품의있게 군밤을 아이처럼 까먹고 차를 마실때는 백자보다 우아해지리라. 우리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 특별히 한두사람을 사랑 한다하여 많은 사람을 싫어하지 않으리라.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 서로 버티어주는 기둥이 될것이며,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리라.
유시인님은 박목월선생님의 제자로서, 경주와 인연이 깊음을 알 수 있었지요.
그 녀가 가장 존경한다는 월성손씨의 모 교수님을 통해 그 녀 가슴에 경주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민속자료가 많이 남아 있는 경주의 양동마을을 좋아하신다고 하니 그 녀의 경주 사랑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얼마 전 '詩의 도시' 로 선포된 마산에 강연을 하셨다는 유시인님. 예술의 브랜드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통영엔 유치환의 깃발축제, 진해에는 김달진 문학관, 목포엔 모 가수가 불러 유행을 시킨 '목포의 눈물' 이 시내에 노랫가락이 흐르고 있었다네요. 마산을 브랜드하기위해서는 노산 이은상 선생님의 '가고파' 에서 인용하여 마산역을 '가고파역', 마산시를 '가고파시' 로 하는 것이 어떨까? 하고 건의하셨다고 합니다. 캐나다의 쾌백이라는 도시엔 불어가 상용어가 되고, 많은 문화행사들이 프랑스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천년고도 경주의 브랜드를 위해 천년전보다 더 찬란한 문화를 유지해나가야 하지 않겠냐? 고 하셨지요.
?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우화를 들려주셨지요. - 차원 (dimension) : 사물을 보거나 생각하는 처지. 또는 어떤 생각이나 의견 따위를 이루는 사상이나 학식의 수준. (하루살이와 메뚜기, 그리고 개구리)
하루살이와 메뚜기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잘 놀았습니다. 저녁이 되자 메뚜기가 하루살이를 보고 "하루살이야, 내일 또 만나자?" 하루살이는 "내일이 뭐지?’" 라고 했습니다. 하루살이는 하루만 사는 곤충이니까요, 내일이라는 것을 알리가 없지요...
개구리와 메뚜기가 여름에서 가을까지 둘이서 잘 놀았습니다. 겨울이 다가오자 개구리가 "메뚜기야, 내년 여름에 또 만나자?" 라고 했습니다.
하루살이는 내일이 없고, 메뚜기는 내년이 없습니다. 그러나, 문인은 미래가 있습니다. 문인은 죽은 후가 더 중요합니다. 노자는 2500년 전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는 죽은 후에 더 유명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각 나라, 대학 철학과에선 아직도 노자의 도덕경(1장~ 81장)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내 대에만 잘 살면 되지....' 하는 생각을 버리고 바른 것을 가르쳐 주는 세대가 되도록 지금 우리들 세대가 자식들에게 해야하는 것입니다. 고통은 자기 자신에게 발전과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 고통 위에 존재하는 문학도 빛이 나는 것입니다. I.M.F.때 유시인님이 쓰신 '세한도 가는 길" 도 고통이 깔려있지요. 완당 세한도.
세한도 가는 길
서리 덮힌 기러기 죽지로
2002년 『봄비 한 주머니』에서
유시인님은 수요일마다 시를 적은 것을 가지고 합평회에 가신다네요 작자의 이름을 적지 않은 채 시에 대한 합평을 하면, 작품에 대한 신랄한 합평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 ? 문학은 경험에서 지혜를 얻게 한다. 경험이 천재보다 낫다.
직접경험 간접경험 선험 또는 제3의 체험은 상상력을 만든다. 모든 시작품은 자기 체험의 산물이다.- 독자와의 공감의 근거가 된다.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의 일화>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들판을 걷고 있을 때, 검은소 한 마리와 누런소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답니다. 서산대사께서 "사명대사, 검은소와 누런소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일어나겠소?" 하고 말하니 사명대사께선 "누런소가 먼저 일어날 것 같습니다." 하셨다네요. 실재로 누런소가 먼저 일어났는데두요. 그러자 서산대사는 "누런소가 일어나기 전에 검정지가 먼저 일어나고 불이 나는 것 아니겠소?" 하였다네요.
늦은 저녁, 두 대사님께서 초라한 집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다네요. 바깥 양반 조석거리 없냐며 아내에게 서둘러 상을 차려오라하니 안 주인 먹고 죽을려고 해도 없는 양식. 겨우 밀가루 한 줌으로 국수를 준비하려고 했다네요. 방 안에서 상을 기다리던 두 대사님.
서산대사가 사명대사에게 또 물어보았답니다. "오늘 상의 메뉴가 무엇일 것 같소?" 그러자 사명대사 답하기를 "스산한 날씨, 또아리 틀고 있는 뱀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서 따근한 국수가 나올 것 같다." 했지요. 서산대사께선 "아마도 오늘 같은 가을 날에는 국수보다 수제비가 나올 것이요." 하셨다네요. 정말로 상에 오른 음식은 수제비였다네요. 한 줌밖에 되지 않는 밀가루로 국수를 만들자니 반죽도 잘 되지 않는 터에 물을 조금씩 넣다보니, 여유분의 가루도 없고 해서 손쉬운 수제비로 조리되었답니다. *****************************************************************************************************************************
? 제 3의 경험- 상상력 직접경험, 간접 경험, 제3의 경험 안 보이는 , 너머의 것을 보고 느껴야하고, 예감해야하고, 체험해야합니다.
<한 수도사를 편애하는 이유> 이탈리아 수도원에 어떤 신부님이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이 신부는 어느 제자를 유독 편애를 하고 있었어요. 제자들의 시기심은 날로 높아만 갔습니다. 어느 날 신부님이 제자들에게 문제를 던졌습니다. ‘아무도 안 보는 곳에 가서 이 사과를 먹은 후 사과 씨를 가지고 오너라.’ 여러 제자들은 오 분도 채 안되어 사과 씨를 들고 신부에게 왔지만 편애를 받던 제자가 30분 후에야 사과를 그대로 든 채 신부님께 나타났습니다. "자네는 왜 사과를 안 먹고 가져오는 거지?" "신부님, 아무도 안 보이는 곳이 없어서 사과를 먹지 못했습니다." 그 제자의 마음속에는 사람이 없어도 하나님이 보고 계심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아, 저 제자야말로 참 하나님을 알고 있는 제자가 아닌가?" "그래서 나는 저 제자를 사랑하고 있는 거야." 그 제자의 종교철학은 신부도 감탄할 종교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신의 존재를 알고 있던 그 제자를 더 사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기, 양심, 하느님의 마음과 같이 이런 것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안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
자식을 키우는 요즘 엄마들에게 귀감이 되는 인도의 이야기 중에 '농사꾼의 아들' 을 해주셨습니다. 그저 농사만 짓고 사는 농사꾼에게 아들이 태어나자, 이 농사꾼은 그저 귀하고 이쁘기만 했다지요. 그래서 "둥아~ 둥아ㅡ 어찌하여 고관대작, 브라만 집안에 태어나지 않고, 이런 농사꾼인 자기에게 태어났느냐?" 고 물어보니, "전생에 나무값으로 은전 두 닢을 갚지 않은 아버지에게 빚을 받으려고 자식으로 태어났다." 고 하더라네요. 그러자 농사꾼은 은전 두 닙을 주자마자 아들이 죽어버렸답니다. 둘째 자식도 아버지와의 대화로 어찌하여 죽어버리자 아내는 자식을 죽이는 것이 남편이라며, 세 번 아들은 이런저런 말은 않던 차에 그래도 물어보니 "전생에 아버지에게 20냥 빚을 져서 그 빚을 갚기 위해 자식으로 태어났다." 고 하더라네요. 농사군은 너무 기뻤습니다. 왜냐하면 그 빚을 갚기위해선 돈을 벌 수 있는 시기까지는 죽지 않을 것이며, 아버지인 자기가 계속 자식에게 주기만 한다면 아들은 계속 그 빚을 갚기위해 살아갈 것이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나귀를 타려고 아들이 배에 두르고 있던 전대를 잠시 풀어 어머니에게 맡기고 올라 타던 순간. 나귀에서 떨어져 아들은 죽고 말았다네요. 근데 어머니께 맡겼던 전대속에 20냥의 돈이 들어있었답니다. ************************************************************************************************************************************************************************* 빚을 지지 말고 주기만 하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잘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 가난 속에서도 원하는 바를 위해 고통과 가난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며, 가난을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21C, 22C 변모하는 시대에 맞는 '거짓말로 참말' 하는 훌륭한 시인들이,(문학인)이 되기를 바라면서 강의를 마치셨습니다. 긴 강연시간동안 한 잔의 물도 드시지 않고, 열강 해주신 유안진 시인님께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십시요.
강의내용 제 임의대로 편집을 하였기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많을 겁니다. 다른 카페(마산문인협회)에서 도움도 받았습니다. 부족한 것 있으시면 댓글에 남겨주시면 보충하겠습니다. 경주문예대학 21기 이숙경
****************************************************************************************************************************************************
|
출처: 이숙경(스텔라)의 작은 방입니다. 원문보기 글쓴이: 이숙경 스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