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산하 전문조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에서 조사한 ‘2005년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에 캐나다 밴쿠버가 1위를 차지했다. EIU는 안전도, 인프라 시설, 상품, 서비스 이용 편의성 등을 감안해 해마다 세계 여러 도시들을 평가하고 있다. 밴쿠버는 2004년에도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에 선정됐다.
왜 밴쿠버가 기라성 같은 여타의 도시들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에 연속 랭크되는가? 바로 날씨 때문이다. 살기 좋은 도시의 첫 번째 조건이 온화한 기후다. 밴쿠버의 1월 평균 기온은 영상 1~5도. 겨울철에도 골프장의 그린이 파랗다. 황금 여행 시기는 6~8월로 평균 기온이 17~24도다. 여름철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밴쿠버 시내를 걷는 기분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벤쿠버는 연중 온화한 기후를 보인다. 스탠리 공원과 인접해 있는 잉글리시 베이 해변. |
두 번째 요소는 밴쿠버의 지리적 조건에 있다. 밴쿠버는 항구도시다. 우리가 보통 세계 3대 미항(美港) 하면 나폴리(이탈리아), 리우 데 자네이루(브라질), 시드니(호주)를 꼽지만 4대 미항 하면 밴쿠버가 들어간다.
밴쿠버의 북쪽에는 코스트 산맥이, 서쪽으로는 태평양이 펼쳐진다. 눈 덮인 높은 산이 있고, 산을 내려오면 태평양의 해안선과 해변이 있다. 남부 밴쿠버에는 강이 흐른다. 원하기만 하면 하루에 요트를 타고 골프를 즐기고 스키를 탈 수 있는 곳이 밴쿠버다. 지구 상에 스키와 골프와 세일링을 하루에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나라는 아마도 밴쿠버밖에 없을 것이다.
밴쿠버에서 ‘시 투 스카이’(sea to sky)라는 별명이 붙은 해안고속도로 99번을 타고 두 시간 올라가면 유명한 휘슬러 스키리조트와 만난다. 2003년 여름, 2010년 동계올림픽 후보지를 놓고 강원도 평창과 최종 경쟁을 벌여 개최권을 따 낸 그 휘슬러다.
밴쿠버는 토론토, 몬트리올에 이어 캐나다 3대 도시다. 인구는 200만 명, 인구밀도는 1㎢ 당 600명. 밴쿠버를 둘러싸고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평균 인구밀도가 1㎢ 당 3.5명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과밀이다. 참고로 서울은 1㎢당 1만 7,000명이다.
밴쿠버가 대도시이긴 해도 사실상 공원 속에 박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밴쿠버 외곽지역의 단독주택 뒷마당에는 곰들이 자주 출몰한다. 어슬렁거리다 볼일을 보고 다시 돌아간다. 한국이라면 뉴스지만 밴쿠버에서는 일상이다.
●벤쿠버의 북쪽에는 코스트 산맥이, 서쪽으로는 태평양이 펼쳐져 있기 때문에 하루에 요트, 골프, 스키를 모두 즐길 수 있다. |
밴쿠버 중심가의 모든 도로는 스탠리 공원을 향해 뻗어 있다. 1888년에 개장한 스탠리 공원은 밴쿠버 끝자락에 있다. 스탠리 공원에 와 보면 밴쿠버가 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라는 평가를 받는지 오감(五感)으로 확인하게 된다. 스탠리 공원에서 바라보는 밴쿠버의 야경은 황홀하다. 이 공원은 자동차도로가 잘 마련되어 있어 차를 가지고 들어가도 된다. 산책로는 보행자 전용도로와 자전거 전용도로로 나뉜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기에 최적의 코스다. 밴쿠버 시민들은 이곳에서 개를 데리고 조깅을 하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긴다. 산책로의 길이는 장장 18㎞.
공원의 크기는 밴쿠버 시내 중심가와 비슷한 120만 평(400만㎢)으로, 서울 사대문 안의 면적과 맞먹는다. 공원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스탠리 공원의 압권은 울창한 원시림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를 가지 않는 한 좀처럼 이런 원시림을 접할 기회가 없다.
이곳에는 파르테논 신전의 거대한 열주(列柱) 같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몇 사람이 손에 손을 잡고 둘레를 재야 할 정도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태초의 자연상태 그대로다. 수령 100년 이상 된 나무들이 수두룩하다. 나무의 끝이 어디인가를 보기 위해 고개를 들면 미처 그 끝을 보기 전에 아득한 현기증을 느낀다. 캐나다 사람들은 어떻게 1888년에 도심 가까운 곳에 이런 원시림을 조성할 생각을 했을까. 또 11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처럼 보전할 수 있었을까.
스탠리 공원에는 하루해가 짧을 정도로 볼거리와 놀거리가 많다. 밴쿠버 시민들은 스탠리 공원 하나만으로도 행복해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마치 센트럴 파크를 가진 뉴요커처럼….
밥벌이가 힘겨울 때 지친 심신을 달래고 위로해 주는 대자연이 뒷마당에, 혹은 30분~한 시간 거리에 있다는 것은 하늘이 내린 축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