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 5. 13. 선고 2003가합76419 판결 【보험금】
【전 문】
【원 고】 정리회사 주식회사 코오롱티엔에스의 관리인 김남수(소송대리인 변호사 장경찬)
【피 고】 한일생명보험 주식회사
【변론종결】 2004. 4. 29.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41,044,219원과 이에 대하여 2003. 7. 2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1호증의 1, 2, 갑 2호증, 갑 3호증, 을 1호증, 을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주식회사 코오롱티엔에스(이하 '소외회사'라고 한다)는 2000. 8. 4. 보험자인 피고와 보험약관에 따라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저축성(거치형)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피고에게 보험료 3억 원을 지급하였다.
(1) 보험명 : 행복설계재테크보험(이하 ‘이 사건 보험’이라고 한다)
(2) 보험증권번호 : 280735
(3) 1회 보험료 : 3억 원(일시납)
(4) 보험기간 : 10년
(5) 만기보험금 : 책임준비금{보험계약 중 적립계약의 순보험료를 (약관대출이율 - 1.5%)로 납입일부터 일자 계산에 의하여 부리 적립한 금액}
나. 이 사건 보험약관은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1) 계약자는 다음에서 정하는 보장계약과 적립계약을 동시에 체결하여야 합니다(제2조 제1항). 계약자는 제1항에서 정하는 보장계약보험료와 적립계약보험료를 합하여 납입하여야 합니다(제2조 제2항).
보장계약 :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가 사망 또는 별표 4에서 정하는 '장해등급분류표' 중 제1급 장해 또는 별표 3에서 정하는 재해로 인한 제2급 내지 제6급의 장해로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한 계약.
적립계약 : 보험기간이 끝날 때까지 피보험자가 살아있을 경우 만기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한 계약.
(2) 계약자는 이 계약의 해약환급금 범위 내에서 회사가 정한 방법에 따라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제26조 제1항). 계약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약관대출금과 그 이자를 언제든지 상환할 수 있으며, 상환하지 아니한 때에는 보험금, 해약환급금 등의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에 제지급금에서 상계하는 방법으로 회수합니다(제26조 제2항).
(3) 회사는 보험료 계산시 적용한 위험율로 산출한 순보험료식 책임준비금에서 미상각 신계약비를 공제한 금액을 해약환급금으로 지급합니다. 여기서 미상각 신계약비란 계약초년도에 사용한 신계약비를 전 보험료 납입기간에 걸쳐서 충당하여야 하는데 중도해약으로 인해 충당하지 못한 잔여납입기간에 대한 신계약비를 말합니다.
다. 소외회사는 2000. 8. 7. 이 사건 보험약관 제26조와 아래와 같은 대출약정에 따라 피고로부터 2억 원을 대출받았다(이하 '이 사건 약관대출'이라고 한다).
(1) 대출기간은 대출일로부터 1개월로 하며, 원리금상환일은 다음달 대출 해당일로 한다(제1조).
(2) 원리금상환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반드시 경과분에 대한 이자를 납입하여야만 피고로부터 대출기간을 연장 받을 수 있다(제2조 제1항).
(3) 대출이자는 회사가 정하는 이율에 따라 1개월 단위로 계산된 금액을 후납하며, 연체시에는 피고가 정하는 가산이자가 추가된 금액을 납입한다(제3조 제1항).
(4) 원금과 이자의 합계액이 보험약관에 정한 해약환급금에 도달한 때 또는 보험계약이 효력상실일로부터 7개월 이상 경과된 경우 또는 대출원리금을 상환일로부터 6개월이상 연체하여 납입하지 아니할 때에는 피고가 임의로 보험계약을 해지하여 원리금에 충당한다(제4조).
(5) 상환일 전후를 불문하고 보험약관에 정한 지급사유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피고가 지급할 금액에서 차용금 및 이자를 공제하고 보험금을 분할 지급하는 경우에는 피고가 지급할 분할보험금에서 이자 또는 대출원금을 공제한다(제5조).
라. 서울지방법원은 소외회사의 신청에 따라 2002. 8. 21. 소외회사에 대한 회사정리절차를 개시하고 박찬용을 관리인으로 선임하며 정리채권, 정리담보권 및 주식의 신고기간을 2002. 9. 25.까지로 한다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다.
마. 이에 따라 피고는 2002. 9. 25. 이 사건 약관대출의 원리금 217,450,473원을 정리담보권으로 신고하였는데 관리인은 2002. 11. 20. 개최된 제1회 관계인집회에서 이를 정리채권으로만 시인하였다.
바. 박찬용은 2002. 12. 10. 관리인을 사임하였고, 원고가 2002. 12. 16. 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사. 소외회사가 2002. 8. 7.부터 피고에게 이 사건 약관대출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자, 피고는 제2회 관계인집회기일 하루 전인 2003. 7. 24. 원고에 대하여 약관대출원리금을 상환일로부터 6개월 이상 연체하여 납입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약관대출약정 제4조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 후 그 해약환급금 326,837,634원에서 이 사건 약관대출원리금 241,044,219원을 상계처리하고 소득세 4,434,150원을 공제한 잔액 81,359,265원만을 지급하였다.
아. 소외회사의 정리계획안은 2003. 9. 2. 최종적으로 인가되었는데, 그 내용은 정리채권의 12%만 변제하고 나머지 88%는 출자전환하는 것이었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회사정리법 제162조 제1항은 회사정리채권자가 정리절차개시 당시 회사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채권과 채무의 쌍방이 정리채권신고기간 만료 전에 상계할 수 있을 때에는 정리채권자는 그 기간 내에 한하여 정리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상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외회사가 이 사건 약관대출원리금을 연체하기 시작한 2002. 8. 7.로부터 6개월이 지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피고는 정리채권신고만료일인 2002. 9. 25.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나아가 정리회사의 해약환급금채권도 발생하지 않아 이 사건 약관대출원리금채권과 상계적상에 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는 정리채권신고기간 만료 후인 2003. 7. 24. 상계의 의사표시를 하였으므로 피고가 한 상계의 의사표시는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약관대출원리금에 대하여 정리계획안에 따라 별도의 절차에서 변제를 받을 수 있을 뿐이고 원고에게 이 사건 약관대출원리금과 상계한 해약환급금 241,044,219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2) 또한 상계권을 행사하여 채권의 만족을 얻은 경우도 그 실질에서 집행행위와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부인의 대상이 되고, 이 사건 상계권행사는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에 따라 피고가 정리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한 행위에 해당하여 정리재단을 위하여 부인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이유에서도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약관대출원리금과 상계한 해약환급금 241,044,219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피고의 주장
약관대출은 그 전제되는 보험계약이 해지되었을 경우 보험계약자가 받게 될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그 범위 내에서 보험계약자에게 대출하는 것으로 대출 당시 보험계약자에 대한 신용평가나 질권 등 담보권 없이 보험계약과 일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험자는 회사정리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정리채권 또는 정리담보권의 신고기간만료 전에 보험계약이 해지되는 경우에만 그 해약환급금으로 약관대출원리금에 충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리절차진행과 상관없이 언제라도 보험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할 해약환급금에서 그 때까지의 약관대출원리금을 당연히 공제한 잔액만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약관대출원리금 명목으로 이미 공제된 해약환급금 241,044,219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3. 판단
가. 약관대출의 의의와 경제적 기능
약관대출이란 유효한 보험계약을 전제로 보험자가 보험계약자에게 장차 지급할 보험금 또는 해약환급금의 범위 내에서 하는 이자부대출을 말하는데, 보험계약자의 입장에서는 보험계약을 유지하면서 보험자로부터 대출 받아 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보험자의 입장에서도 고객을 잃지 않고 보험금 또는 해약환급금이라는 확실한 담보 아래 자산운용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양자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는 경제적 기능을 가지며, 오늘날 보험사대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나. 약관대출의 특성
약관대출은 그 성립, 존속, 변제, 소멸의 모든 측면에서 보험계약과 일체성을 가진다. 즉, 약관대출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보험계약자와 보험자 사이의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되어 있어야 하고, 보험계약자마다 계산되는 책임준비금을 한도로 그 범위 내에서만 약관대출이 이루어지며, 약관대출기간 중이라도 보험기간의 만료나 보험계약의 해지로 보험계약이 종료되면 이와 동시에 약관대출계약도 종료하게 되고 이 때 보험자는 아직 상환되지 않은 약관대출원리금을 보험약관에 따라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할 만기보험금 또는 해약환급금에서 충당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보험업 감독규정 제7-3조와 별표 13에서도 보험회사의 자산건전성 분류 때 약관대출채권의 위험가중치를 0%로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 약관대출의 법적 성질
약관대출은 소비대차적 요소와 장차 보험계약자에게 지급될 책임준비금의 선급이라는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계약이다. 약관대출은 우선 대출금차용증서가 작성되는 점, 대출금의 상환기일과 대출이자의 지급이 약정되는 점, 약관대출 후 그 전제가 되는 보험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소비대차계약의 요소가 강하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약관대출의 여러 가지 특성들은 소비대차의 법리로 설명되기는 어렵고 오히려 약관대출의 성질에 관하여 장차 보험계약자가 받게 될 책임준비금을 대출의 형식으로 미리 지급받은 것이라고 볼 때 그 설명이 쉬워진다. 따라서 약관대출로부터 파생되는 여러 가지 법률문제는 보험계약과 일체성을 가진다는 약관대출의 특성을 고려하여 구체적 사안에 따라 소비대차계약으로서의 성격과 책임준비금의 선지급으로서의 성격을 적절히 혼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라. 이 사건의 검토
먼저, 이 사건 약관대출원리금채권과 해약환급금채권 사이의 관계를 본다.
형식적으로 볼 때, 피고의 약관대출원리금채권은 이 사건 약관대출계약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고 원고의 해약환급금채권은 약관대출계약과는 별도의 이 사건 보험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므로 위 두 채권은 서로 대립하는 채권이고 상계적상이 있을 경우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상계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정산되는 대등액의 범위에서 자신의 채무를 면할 수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피고는 장차 보험계약자인 소외회사에게 지급할 해약환급금의 범위 내에서 이 사건 약관대출을 실행하였기 때문에 별다른 담보를 취득하지 않은 점, 소외회사가 약관대출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 피고는 소외회사에게 해약환급금 등의 지급사유가 발생하는 날 그 지급금에서 상계하는 방법으로 회수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 점, 피고는 약관대출원리금이 해약환급금에 도달하거나 소외회사가 약관대출원리금을 상환일로부터 6개월 이상 연체하는 경우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점, 상환일 전후를 불문하고 보험약관에 정한 지급사유가 발생하였을 때 피고가 소외회사에게 지급할 금액에서 약관대출원리금을 공제하기로 약정한 점, 약관대출계약은 그 전제가 되는 보험계약과 성립, 존속, 변제, 소멸에서 일체성을 가지는 특성이 있는 점, 약관대출금은 단순한 차용금이라는 성질뿐만 아니라 책임준비금의 선급이라는 성질도 가지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대출원리금채권과 원고의 해약환급금채권은 일반적으로 상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서로 대립적인 채권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보험계약 안에서 매우 밀접하게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특성을 가지며 특히 변제 또는 소멸상의 일체성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위와 같은 특성을 바탕으로 당사자의 의사를 헤아려 보건대, 실질적으로 소외회사에게 대출된 돈의 원천은 장차 소외회사에게 지급될 잠재적인 해약환급금이므로, 소외회사와 피고는 이 사건 약관대출 당시 어떠한 사유로든 이 사건 보험계약이 해지되어 피고의 해약환급금 반환의무가 구체화되었을 때 만일 변제되지 못한 약관대출원리금이 남아 있다면 그 금액 상당의 해약환급금이 이미 지급된 것으로 보아 그 차액 부분만 지급하기로 묵시적인 약정을 하였다고 해석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합치되며 적어도 당사자는 해약환급금이 이 사건 보험계약이 해지된 시점까지 회수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이 사건 약관대출원리금을 당연히 담보하는 것으로 약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에서 발생된 연체차임 기타 부당이득 또는 손해배상금은 임대차보증금 반환 때 임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며 임차보증금반환채권 자체가 애초부터 이러한 잔액 범위 내에서 성립하고 있었던 것과 유사하게, 이 사건 보험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피고는 보험약관에서 정한 계산방법에 따라 산출된 해약환급금에서 당시까지 변제되지 아니한 이 사건 약관대출원리금을 모두 공제한 나머지 금액만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즉, 피고는 약관대출원리금 상당의 해약환급금 반환의무를 면하기 위해 상계적상, 상계의 의사표시 등 민법상 상계의 요건을 갖출 필요가 없으며 비록 이 사건에서 피고가 2003. 7. 24. 원고에게 약관대출원리금 241,044,219원을 '상계처리'한다고 통보하였고 이 사건 보험약관 제26조 제2항이 약관대출원리금의 회수방법을 '상계'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 '상계처리'와 '상계'의 의미는 단순한 공제의 의미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대출약정 제5조가 피고가 보험약관에 따라 지급할 금액에서 차용금과 이자를 '공제한다'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결국 피고는 상계가 아닌 공제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 해지일인 2003. 7. 24. 그 때까지 남아 있는 약관대출원리금 241,044,219원 상당의 해약환급금 반환의무를 자연히 면하는 것이므로 원고에게 위 금액과 소득세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인 81,359,265원만을 지급한 것은 정당하고, 이러한 공제가 약관대출계약 자체에서 비롯되는 정당한 권리인 이상 피고가 원고에게 상계권을 행사하였음을 전제로 그것이 회사정리법 제162조 제1항이 규정하는 상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회사정리법 부인사유에 해당하여 상계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홍철(재판장) 양재호 박성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