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6.02.19 12:43:00
오늘 이 시간,
일요일(2월 19일) 아침 현재
무스탕 남걀 마을의
수력발전 설비를 위한 모금 액수는
2,000만원을 넘어섰습니다.
정신없이 잤습니다.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스무시간 정도는 내리 잘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달게 잠을 잤는데 눈이 떠져 시계를 보니 고작 5시간을 잤을 뿐입니다. 무의식의 세계에서 의식의 세계로 돌아왔지만 할게 없었습니다. 심심합디다.
컴퓨터 옆에 놓인 책 가운데 한 권을 들었습니다. <블랙 아테나> 서점에서 사 놓고는 지난 2주간 한번도 펼쳐보지 못한 책입니다. 800쪽이나 되는 양 가운데 50여 쪽을 읽었습니다. 그래도 심심했습니다.
KBS2TV <세상의 아침>의 요청에 의해 시작한 방송이 끝났습니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무심한 듯 하면서도 깊나 봅니다. 어제 뵌 스님이 챙겨 주신 차 한잔을 지금 다려 마시고 있습니다. 함평의 연차입니다. 불자도 아닌데 참 이상하게도 불교와는 인연이 깊습니다.
2002년 달라이 라마가 주관하는 "깔라차크라"를 인도의 보드가야에서 취재하면서 스친 인연이었습니다. 그 때 스친 인연이 참 많습니다. 건축학을 가르치시는 김교수님, 인도 연구소에서 티베트 불교를 공부하는 나선생님, 귀산스님, 설오스님, 정우 스님, 링 린포체, 심지어는 리처드기어란 헐리우드 배우도 있습니다.
무심한 성격인지라 스친 인연을 꾸준히 맺지 못합니다. 그냥 '인연이 스쳐지나갔다' 이 정도로만 제 기억 속에 담겨져 있었지요. 헌데 그 때 맺은 인연들 가운데 몇 분이 이번 모금에서 그렇게 힘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무스탕에서 삼뚝라마씨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한 방송도 아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방송일정과 삼뚝씨의 사연을 서로 맞물리는 인연이 되어 깊은 향기를 냈습니다.
방송을 보신 인연들이 연락을 해 주셨습니다. 방송이 모두 끝난 어제, 참 많이 지쳤습니다.지난 2주 동안 하루 평균 2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아내와 함께 인연을 만나뵈며 인사를 드렸고, 아내가 대구로 간 뒤에도 삼뚝씨와 함께 인연들을 찾아뵈었습니다.
이미 히말라야를 통해 맺은 인연, 사실 이 분들과의 인연은 저와의 인연일 수도 있겠지만, 삼뚝씨의 깊은 인연이었지요. 그 많은 분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시곤 적지 않은 돈을 보내오셨지요. 돈이라기 보다는 수억겁의 세월 동안 지금의 인연을 위해 다져진 '다르마'였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무스탕의 황량한 고원지대에 사는 그들, 그리고 삼뚝씨와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신 인연들의 선업이의 결과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삼뚝씨를 모르셨지만, 히말라야와 티베트 문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연결된 인연들도 있었지요.
대원스님 백산님, 백두산님 김소희님 정영주님 이유안님 강경남님 김영한님 박혜경님 김정연님 유은영님 김상희님 허정훈님 이경애님 홍희정님 최성렬님 김민조님 황명찬님 최유리님 이상국님 김민수님 김성중님 박영미님 김숙님 Thinktibet 회원님들 박영선님 그 밖에 성함을 일일이 다 올리지 못함을 용서해 주세요.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시작한 모금이었습니다. 어젯 밤 늦게 삼뚝 라마씨는 눈물 마저 글썽거렸습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지난 밤 그는 소리 내어 울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감격의 눈물이었습니다.
그는 무작정 한국으로 왔습니다. 자신들의 지인들과 사전 의논 없이 무작정 왔습니다. 그저 경희대 앞 카트만두 식당의 이용훈씨 만이 그를 도왔을 뿐입니다. 그의 한국행을 전혀 알지 못해서 도울 수 없었던 분들도 많으시지만, 알면서도 외면한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가 그렇게 한국에 온 것은 자신들의 마을 사람들을 위해 전깃불 하나 달자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처음 그는 만나는 한국인들에게 입을 열어보지도 이야길 꺼내 보지도 못했습니다.
익히 잘 알려진 작가 몇몇을 찾아갔습니다. 그 작가 선생님들과 삼뚝씨의 인연은 참 깊습니다. 그들은 히말라야의 순수와 신비를 노래하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그 분들은 삼뚝씨를 외면했습니다. 외면은 얼굴을 보고도 못본 척 하는 게 외면이 아닙니다. 마음을 외면하는 것도 외면입니다. 그 분들 나름대로 속 깊은 사정이 있었으리라 믿습니다.
와송굴 대원 스님의 격려와 지원을 바탕으로 해서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그밖에 여기 저기 지원 받을 곳을 후배(상원)가 부지런히 알아봤고요. 인터넷으로만 모금을 하다가 어제 부터 전화를 드리고 찾아뵙고 인사를 다녔습니다.
기적이었습니다. 기대도 하지 않고 시작한 모금이 히말라야의 오지 무스탕의 작은 마을에 전깃불 하나 켜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 성원을 받고 모금 목표액을 넘어설 것으로 꿈또 꾸지 못했습니다.
무스탕의 남걀 마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돈의 액수는 1,750만원입니다. 그런데 지금 모금 액수는 2,000만원을 넘어섰습니다.
목표했던 모금 액수를 훨씬 넘어선 겁니다. 사실 아내와 저는 모금을 시작하면서 아주 많아야 500만원을 넘어서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삼뚝씨가 희망하는 1,750만원은 멀고 먼 꿈 같았습니다. 그래도 십시일반이란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기적이었습니다.
이제 무스탕 남걀 마을을 수력발전기 설비는 물론이고 남결 사원의 아기 스님들을 위한 기숙사 시절 그리고 남걀 초등학교의 책 걸상 지원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불자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부처님의 가피를 느낍니다. 모든 님들을 위해 티베트 불교의 진언을 올립니다.
"옴마니반메훔"
- 그대 가슴에 연꽃 같은 진리의 보석이 피어나기를......
2006년 2월 19일 여의도에서 이성규(똠방) 합장
첫댓글 정말 아름다운 일이 이루어졌구요. 감동입니다. 모금은 가능하시면 계속 되는게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늦게라도 참여코저 하는 사라을 위해서, 덕분에 화면을 통해서 무스탕 구경도 잘 햇구요
기적을 이룰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이성규님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