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테스와 보낸 여름>
1. 유쾌하고 따뜻하고 시종일관 미소를 동반하는 영화를 만났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어린 소년, 소년들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세계는 성인의 시각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른 방식으로 등장한다. 우리는 그들이 펼치는 이야기 속으로 동화될 준비를 가지고 참여하며, 이야기 속 모순에도 충분히 공감할 자세가 되어 있다. 그렇게 긴장감을 버리고 삶의 진실과 마주한다.
2. <테스와 보낸 여름> 속의 샘은 매우 진지하고 철학적인 소년이다. 그는 ‘죽음’에 대해 항상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생존했던 공룡의 마음이 궁금하고 자신도 혼자 남을 것을 대비하여 ‘혼자살아 남는 법’을 가족들과 휴가 온 섬에서까지 몰래 훈련한다. 샘이 섬에서 우연하게 만난 소녀 ‘테스’ 또한 만만치 않은 특별함을 지녔다. 처음 만난 샘에게 ‘살사’를 추자고 제안하기도 하며 샘의 마음을 끌어들이지만 갑작스럽게 샘을 길에 남겨두고 떠나버리는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기도 하다.
3. 두 아이는 테스의 사연을 중심으로 사람들과 삶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테스의 종잡을 수 없음은 사실 테스가 벌인 특별한 계획때문이었다. 미혼모로부터 아버지를 모르고 태어난 테스는 우연히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하고 몰래 아버지를 초대한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복잡스러운 감정은 만남과 일을 추진할 때 혼돈스럽고, 그런 마음이 같이 있는 샘에게도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테스의 사연을 알게 된 샘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테스와 아버지의 관계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고 테스와 샘의 가족 그리고 그 사이에 만난 사람들은 한바탕 파티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4. 영화는 테스의 사연과 샘의 이야기를 통해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삶은 결국 혼자 남을 수밖에 없는 고독한 경험일지라도 가족과 이웃들과의 살아가는 과정과 그 만남 속에서 누적된 소중한 추억이 무엇보다도 삶에서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혼자되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쌓을 수 있는 일을 겁내지 말고 도전하라고 권고한다. 샘에게 중요한 것은 ‘혼자남는 법’에 대한 훈련이 아니라 테스의 사연 속으로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테스와의 추억을 쌓는 것이다. 영화 속, 혼자 살아가는 노인은 혼자 남았을 때 자신을 견디게 해 준 힘은 고독에 대한 준비가 아닌 죽은 아내와의 추억이라고 말한다.
5. 영화는 삶에서 ‘가족’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소중함을 반추시킨다. 너무도 일상적인 관계 속에서 가치를 잃어버린 가족들의 위상을 회복시키는 작업을 시도한 것이다. 가족들과의 휴가보다는 자신의 ‘문제’에 골몰하던 샘도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테스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자각한다. 영화는 우리를 이끌어가는 가장 소중한 힘이 ‘사랑’임을 보여준다. ‘사랑’은 수많은 오해와 실수를 포용하고 결국은 더 나은 모습으로 복원시키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 테스와 아버지는 부녀관계를 회복하고, 샘은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며, 홀로 살아가는 노인은 타인들과의 만남 속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영화는 흐뭇한 미소로 마무리된다.
6. 하지만 영화는 씁쓸함도 분명하게 함유하고 있다. 가족과의 만남이, 사람들과의 교류가, 수많은 이유로 인하여 단절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토록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서로가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아름다운 광경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자각하게 만들 것이며, 그들과의 추억에 매진하도록 격려할 것이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영화 속의 떠들썩함에 근본적으로 참여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더 큰 쓸쓸함을 맛보았을지 모른다. 영화 속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을지라도, 갈등이 이토록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독은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실존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만남보다는 샘이 처음 시도했던 ‘혼자 살아가는 법’에 대한 탐구가 자신에게 더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첫댓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이야기 속에서 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