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18) 간총리에게 보내는 교과서 검정을 연기하라는 요청서를 주한 일본대사관에 접수했습니다.
지진 피해가 어느정도 정상화될때까지만 연기하라는 요청입니다.
다음은 오늘 접수한 요청서의 내용입니다.
간 나오토 총리님께
사상 초유의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피해로 비통함과 큰 슬픔에 직면한 일본 국민 여러분, 그리고 총리님께 진심 어린 위로와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일본 열도를 강타한 엄청난 대재앙 앞에서 피해 복구의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특히 예측할 수 없는 후쿠시마 원전을 반드시 정상화해야 하는 총리님의 마음을 어찌 가늠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매일매일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참담한 피해 상황, 그리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후쿠시마 원전사태, 도저히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운 참혹한 광경에 할 말을 잃고 있습니다.
혈육을 잃고 삶의 모든 기반이 무너졌지만 침착함을 읽지 않고 대처하는 일본 국민 여러분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경의를 표하고, 하루빨리 피해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지금 한국 정부와 민간에서는 일본 국민 여러분과 고통을 나누기 위해 다양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독도수호대 등 한국의 시민단체는 국경과 민족을 초월해 공동의 아픔으로 인식하고 피해복구에 동참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구호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16일에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20년째 수요시위를 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지진 피해자를 추모하는 자리로 대신했습니다.
과거 일본의 침략으로 형언할 수 없는 피해와 고통을 당한 한국 국민들이 역사의 아픔을 잠시 뒤로 하고, 일본 국민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은 인류애라는 보편적 가치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들불처럼 번지는 한국의 구호활동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 국민이 화해와 평화를 노래하는 친구와 이웃으로 거듭날 수 있겠다’라는 희망과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역사가 존재합니다.
조만간 문부과학성은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할 것입니다.
교과서 검정 발표가 한일 양국 관계에 어떤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총리님께서도 잘 아실 것입니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이번 검정 결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예년에 비해 독도문제 서술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 때문입니다.
총리님께서도 아시다시피 독도문제는 한일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최대의 요인입니다.
2005년 시마네현이 죽도의날을 제정하자 강원도는 돗토리현과 자매결연을 파기했고, 경상북도는 시마네현과 자매결연을 파기하였습니다.
해마다 방위백서, 외교백서, 해상보안리포트가 발표될 때면 한일양국의 갈등과 대립이 재현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지난 2월 22일에 시마네현이 죽도의날 기념식을 강행, 한국정부와 국민은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에 항의하였고, 그 파장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국정부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일본내 시민사회단체는 문부과학성의 발표가 학습지도요령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따를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다양한 대응방안을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일본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수년째 한국의 시민사회단체와 공동대응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간총리님!
일본이 겪고 있는 고통과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한국과 일본 국민들이 손을 맞잡았습니다. 일본의 침략으로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슬픔으로 평생을 살아온 피해자들이 아픈 역사를 잠시 뒤로 하고, 지진의 피해로부터 이겨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피해복구와 후쿠시마 원전의 정상화입니다.
이 시점에서 문부과학성이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하면 한국정부와 관련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일본의 교과서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필연적으로 구호활동과 별개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온 힘을 모아 피해복구에 전념하고, 더 큰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일본, 그리고 총리님에게도 또 하나의 짐이 될 것입니다.
또 인류애를 바탕으로 조성된 양국 국민들 사이의 우호적인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게 될 것입니다.
이에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를 연기하여 주실것을 진심으로 요청합니다.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후쿠시마 원전이 안정화되는 그때까지 검정 결과 발표를 연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간 총리님!
1914년 12월 24일,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과 연합군이 중립지대에 모여 크리스마스를 축하했던 <크리스마스 휴전>이라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No Man’s Land라는 죽음의 땅에서 서로를 죽이기 위해 겨누던 총을 내려 놓고, 적진에 남겨졌던 전우의 시체를 거둬 장례를 치루고, 축구 경기를 했던 크리스마스 기적의 시작은 아주 작았습니다.
그것은 독일군 진영에서 들려온 ‘고요한 밤 거룩한 밤…’으로 시작하는 캐롤 한 곡이었습니다.
간 총리님!
목숨을 걸고 원전을 지켜내고 있는 181인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용기 있는 결단을 기다리겠습니다.
2011년 3월 18일
독도수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