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의 ‘남한강길’을 모두 걷다
1. 경기도 양평의 중심은 남한강이 흐른다. 도시 한가운데 흐르는 강은 주변 장소의 풍경을 풍부하게 해주고 품격을 높여준다. 규격화된 삶에 지친 사람들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흘러가는 강물을 보면서 감정적 위로를 얻는지 모른다. 강이 주는 정서적 가치는 사람들을 강 주변으로 몰리게 하고, 강 주변을 개발하게 함으로써 경제적 가치의 상승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똑같은 아파트라도 강이 보이는 곳과 그렇지 않는 곳의 가격 차이를 확인하게 되면 ‘강’이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 가를 확인할 수 있다.
2. 양평군은 남한강과 주변 장소를 연결해서 ‘물소리길’이라는 지역 특화의 답사 코스를 만들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있는 양수역을 시작으로 중앙선 현재의 역들과 과거의 역들을 결합시켜 만든 이 길은 강과 산 그리고 마을을 지나면서 양평을 관통한다. 남한강을 따라 걷던 길은 ‘원덕역’을 향하는 ‘현덕교’에서 물소리길과 남한강 자전거길이 분리되면서 용문산으로 향하게 된다. 양평군의 중심으로 진입하면서 남한강과 이별하는 것이다. 지난 번 답사에 이어 남아있던 양평의 남한강길을 모두 걸었다. 양평역에서 시작되는 구간은 사람들의 이용이 더 많았고 길은 더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 바로 옆으로 남한강의 여유로운 흐름과 함께 하면서 걷는다. 물이 흘러가듯, 인생도 흘러가는 것을 체험하는 순간이다.
3. 강을 걸으면서 계속 떠오른 궁금증은 ‘왜 강물이 상류인 여주 쪽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는가?’였다. 강물은 하류인 두물머리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데, 나의 시선에는 이포보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결국 지나던 양평 주민들에게 물었다. 그들의 답변은 바람때문이라는 것이었고 장마 때 물의 양이 많아져서 흐르는 것을 보면 정확한 물의 방향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때 강은 두물머리 쪽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실제와는 달리 흘러가는 강물의 표면적 흐름을 보면서, 우리도 이렇듯 진정한 내면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표면적 감각적 정보에 의해 현혹되지는 않고 있는지, 그럼으로 해서 거짓된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강이 인생으로 은유된다면 더욱 중요한 일이다. 강 속 깊숙이에 그리고 장마라는 혼돈 속에서 강의 진정한 흐름을 찾을 수 있다면, 우리도 인생의 내면 속에서 그리고 위기의 혼돈 속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4. 양평 답사도 이제 끝에 다다랐다. 남은 코스는 원덕역에서 용문역까지 이동한 후, 용문산으로 가는 길이다. 이 길은 과거 용문 역에서 내려 다녀왔던 곳이다. ‘남한강길’과 이별한 후 이웃 지역의 험준한 산악 지역과 연결되는 코스이다. 양평 지도를 보면 서쪽이 강과 하천이 많다면 동쪽 지역은 가평, 홍천, 횡성, 원주 지역과 접하면서 산으로 둘러 쌓인다. 사람들도 적어지고, 길도 험해진다. 최근의 답사는 바다와 강 그리고 하천을 중심으로 걷고 있다. 양평의 방문은 한동안 유보해두어야 겠다. 다시 양평의 강이 보고 싶거나, 양평의 산악 지대를 탐사할 계획이 있을 때 방문해야 할 듯하다.
5. 최근 연이어 찾은 양평의 모습은 인상이 깊었다. 이 곳을 찾은 이유는 단지 경관적 아름다움이나 남한강의 매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양수역’이라는 이름이 갖는 과거의 진한 추억과의 연결, 그리고 최근 형의 사고가 일어났던 장소라는 점이 이 곳을 찾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양평의 진정한 매력을 발견했다. 양평은 자가용으로도, 전철로도, 기차로도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장소였다. 강과 기차의 추억을 듬뿍 만끽할 수 있는 코스였다. 그러한 매력은 과거에도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양평의 정보였다. 하지만 정보는 경험을 통해서만 나의 내부로 들어올 수 있다. 약 20시간 이상의 답사가 주었던 생생하고 짜릿했던 장소와의 만남이 알았던 정보의 가치를 내면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양평을 걸으면서 비우고자 했던 고독과 쓸쓸함의 정체들, 양평의 남한강길은 다시 버리고 싶을 때 언제든 다시 찾으라고 위로해주었다. ‘다시 찾고 싶은 곳’에 추가해 본다.
첫댓글 물소리길이라는 이름의 친근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