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노컷뉴스 천수연 기자
경기도의 한 교회가 굶주리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생활을 체험해보는 기아체험에 나섰다. 한나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아체험 참가자들은 지구 반대편 가난한 어린이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5일, 경기도 파주 한소망교회.
햇빛이 내리쬐는 무더위 속에서 아이들이 들고 오는 건 물을 담은 푸대다. 물을 구하기 위해 2,3시간을 걸어갔다 와야 하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상황을 체험하는 코스다. 물 푸대를 들고 교회 건물을 한바퀴 돌았을 뿐인데 얼굴에는 지친 표정이 가득하다.
가난과 기근으로 영양이 부족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실제로 제공하는 특수 영양식. 매일 다양한 먹거리를 접하는 우리에겐 맛이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소중한 음식이다.
기아체험에 참가한 이동수(중2)군은 "솔직히 맛이 없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이거라도 먹어야 살수 있다고 하니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기아체험은 한소망교회가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과 함께 진행한 행사다. 부모님과 함께 참여한 어린 아이부터 청소년, 성인까지 350여명의 참가자들은 가난과 기근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삶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프리카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찰흙을 이용해 마을을 만들며 생각해보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도 전해본다.
강주희(중2) 양은 "필리핀에 사는 아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쓰면서 그 아이들의 배고픔을 제가 기도로 함께 나누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기아체험은 빈곤국가들의 현실에 대한 교육과 함께 5개의 체험코스, 퀴즈, 콘서트와 예배 등으로 오후 5시까지 진행됐다. 기아체험답게 참가자들은 점심 한끼를 굶었다.
비록 한나절의 짧은 시간이지만 직접 몸으로 경험해보니 아프리카 아이들의 고단한 삶이 그대로 느껴진다.
아빠와 함께 참가한 황현건(초4) 군은 "점심을 안먹었더니 너무 배가 고프고, 힘들다"면서 "아프리카 아이들은 더 힘들게 생활하는 걸 알게돼서 그 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의젓한게 참가 소감을 밝혔다.
아버지 황선기 집사(한소망교회)도 "생각보다 아프리카의 식수문제, 식량문제, 아이들의 교육문제 등이 더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고, 이들을 돕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아체험은 월드비전이 1993년부터 '기아체험 24시'라는 이름으로 진행해온 대표적인 나눔 프로그램으로 하루 24시간을 꼬박 굶으면서 빈곤국가들의 어려움을 체험하는 행사다. 전국의 많은 청소년들이 해마다 참여해왔다.
월드비전은 기존의 기아체험 24시와는 별도로 올해부터는 한소망교회를 시작으로 교회와 함께 하는 기아체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월드비전 교회협력팀 김완식 팀장은 "교회의 요청이 있을 경우 교회와 협력해서 전교인, 온 가족이 참여하는 기아체험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주말인 22일에는 영락교회에서 기아체험이 진행되고, 지구촌교회와 갈릴리교회 등도 기아체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김완식 팀장은 말했다.
월드비전은 기아체험이 예수사랑을 실천하려는 교회와 지구촌의 빈곤현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많은 교회들이 동참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