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두부는 무지개떡을 연상시키고 포두부는 종잇장처럼 얇다. 흑두부는 까만 쥐눈이콩으로 만들어 회색을 띤다. 이밖에도 지역에 따라 마늘두부, 우유두부 등 이색 두부들을 선보이고 있다. 두부는 흰색이며 네모지다는 기초상식을 깬 먹을거리들이다.
두부를 먹지 않는 한국인이 있을까. 흰 속살을 보들보들 드러낸 두부는 바라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된장국에 숭숭 썰어 넣거나 매운탕이라도 끓일 때 넣으면 절로 군침이 돈다. 서양인들이 고기로부터 단백질을 공급받은 것과 달리 한국인은 된장, 두부 등 콩 제품으로부터 이를 공급받아 왔다. 콩과 콩 음식 문화야말로 한국인의 위대한 유산이다. 그 중에서도 두부는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으로 먹어온 서민 식품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두부가 한결같이 하얀색이라는 점이다. 두부는 왜 꼭 흰색이어야 하는가. 검정 색 두부나 붉은 색 두부를 먹을 수는 없는가. 또 두부가 반드시 두툼하고 네모져야 한다는 법이 있는가.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이 산촌 사람들에게서 나왔다. 각 지역에서 색동두부와 흑두부 등 컬러 두부를 비롯해 두부의 다양한 변신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전남 화순군 도곡면 도곡온천 부근에 ‘두부래향’(062-223-5630)이란 음식점이 있다. 이곳은 색동두부와 포두부란 이색 두부 음식을 파는 곳이다. 색동두부는 두부 한 모에 흰색, 회색, 연두색 등 세 가지 색깔이 모두 갖춰져 있다. 그래서 무지개떡을 연상시킨다. 포두부는 두부를 포를 뜨듯이 엷게 뜬 것이다. 종잇장처럼 얇아 무언가를 싸서 먹을 수 있다. 이것도 두부인가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게 한다. 이들은 두부래향의 주인 이은옥 씨(41)가 최근 개발한 먹을거리들이다. “두부라면 다들 그게 그거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저는 사람들의 이런 선입견을 바꿔 놓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두부에 몇 가지 색을 넣어서 무지개떡 같은 두부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 생각을 실천에 옮긴 거죠.” 이씨는 지난해 이렇게 색동두부를 개발해 특허신청까지 마쳤고, 지난 대통령 선거일인 12월 19일에 두부래향을 열고 본격적으로 색동두부를 팔기 시작했다. 이씨는 색동두부를 만들면서 녹차 등에서 색을 추출해 사용하지는 않았다. 인공색소는 더욱 멀리했다. 대신 콩 자체만으로 색을 냈다. 그가 사용하는 것은 노란 콩, 검정콩과 푸른 콩 등 세 종류. 노란 콩은 흰색, 검정콩은 회색, 푸른 콩은 연두색을 각각 연출한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색소로 물들인 것 아니냐고 물어요. 콩 자체로 색을 낸다고 설명하면 안심하고, 이후로는 단골이 돼요. 음식을 받아 놓고는 그 색채에 감탄해서 먹기 아깝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어요. 맛있게 먹기 전에 먼저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음식이에요.” 색동두부는 세 가지 콩을 원료로 만들기 때문에 일반 두부보다 더 다양한 영양가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건강에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먹을거리이다. 더욱이 연둣빛과 회색이 은은하게 어우러져 요즘 같은 컬러 시대에 소비자에게 어필하기는 더욱 알맞다. 포두부는 절편 크기의 네모난 두부인데, 두께가 3㎜ 정도밖에 안돼 두꺼운 종이를 연상시킨다. 이것은 이씨가 밥이나 고기를 싸서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해 개발했다. “두부를 꼭 네모나게 썰어서 음식에 넣어야 한다는 법이 있나요? 저는 쌈 채소처럼 이용하면 재미를 느끼며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포두부는 다섯 종류가 나온다. 일반 포두부와 각각 다시마, 치자, 홍화씨 및 뽕잎을 갈아넣은 포두부이다. 치자 포두부는 노란빛이 아름답고 홍화 포두부는 뼈를 튼튼히 하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뽕잎 포두부는 당뇨 예방에 좋은 음식이다. 이씨는 포두부와 색동두부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을 제공한다. 포두부 쌈, 두부 전골, 오보원기 쌈 등이다. 포두부 쌈은 포두부에 돼지고기, 보쌈김치, 각종 채소와 양념된장을 얹어 먹을 수 있게 한 것으로 두부래향의 히트 상품이다. 두부 전골은 색동두부에 팽이 등 다섯 가지의 버섯과 각종 채소를 넣어 끓이며, 오보원기 쌈은 색동두부와 밤, 대추, 미삼, 해바라기 씨 등 다섯 가지를 양념 돼지고기와 함께 잎채소에 싸서 먹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두부래향은 문을 연 지 7개월 정도밖에 안 됐지만 이들 독특한 음식 덕분에 이미 주말에만 1,500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유명한 음식점이 되었다. 이씨는 앞으로 빨간 콩으로 붉은 색을 연출하는 등 색동두부의 색깔을 더욱 다양화해 나갈 계획이다.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에는 ‘동트는 농가’(033-563-3343)란 음식점이 있다. 이 음식점은 쥐눈이콩이란 토종 콩을 재료로 해 만든 각종 맛난 음식을 파는 곳이다. 쥐눈이콩은 서목태(鼠目太)라고도 불리는데, 쥐의 눈처럼 작고 까맣게 반짝거린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정선을 드나드는 나그네들이 곧잘 이 음식점에 들러 검정콩 음식으로 출출한 배를 달랜다. 쥐눈이콩은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 등 옛 의서에 약성이 뛰어난 콩으로 소개돼 있는데, 최근 들어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갈수록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동트는 농가의 쥐눈이콩 음식은 이런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해 등장한 것이다. 이 음식점의 쥐눈이콩 음식은 청국장, 흑두부 등 다양하다. 그 가운데 흑두부는 검정색 쥐눈이콩으로 만든 까닭에 잿빛(회색)을 띠어 이채로운 느낌을 준다. 손님들은 먹기 전에 우선 그 독특한 색깔에 감탄한다. 호기심에서 흑부두를 주문해 먹다 보면 토종 쥐눈이콩으로 만든 음식이란 생각에 건강이 다져지는 기분이 된다. 두부 된장찌개에도 흑두부를 숭숭 썰어 넣어 먼저 눈으로 먹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충남 태안군에서는 마늘두부를 선보이고 있다. 이는 토종 육쪽 마늘과 콩을 결합한 먹을거리이다. 마른 콩에 날 마늘 5~15%를 첨가한 것으로 토종 마늘의 고유한 맛과 콩의 영양가를 그대로 간직한 것이 특징이다. 마늘 고유의 항균 작용으로 일반 두부보다도 저장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또 낙농업이 발달한 일부 산촌 지역에서는 우유두부를 만들어 먹는 가정도 있다. 우유두부는 시큼한 맛이 없고 일반 두부보다 약간 단단하며 고소하다. 칼슘 성분이 많아 어린이의 성장과 골격 발달에 도움을 준다. 발상을 바꾸면 음식이 더 맛있고 이채로우며 돈까지 벌 수도 있음을 이색 두부들의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글/박중곤(소설가, 「전원생활」편집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