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테프’는 ‘평화롭게 다가오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는 고관이던 카네페르의 아들이며 조세르 왕의 친구였다고 하나, 왕자였다는 설도 있다. 그의 이름은 조세르왕의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조세르 상에 새겨져 있는데, “파라오의 고문, 하이집트 왕국의 회계, 상이집트 왕국의 제2인자, 위대한 재상, 귀족, 헬리오폴리스의 대신관, 건설자, 목수, 조각가, 도예가”라고 임호테프를 소개하고 있다. 아마도 임호테프의 생전에 새겨졌을 이 문구를 보더라도 그가 다재다능한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재상’이라는 직위는 사실상 임호테프가 ‘발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는 왕실 살림살이를 돌보는 소규모의 신하집단만 있었으나 고왕국 시대에 들어서면서 대규모의 관료집단이 이루어지고, 그들을 총괄하는 직위인 재상이 신설된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헬리오폴리스의 대신관으로 태양신 라를 받드는 제사를 주재했다. 라의 숭배도 고왕국 시대의 특징으로, 그때까지는 호루스나 세트가 주로 숭배받았었다. 그야말로 파라오를 제외하면 이집트 최고의 권력자였던 셈이다.
하지만 조세르 상의 명문에도 나오듯 그는 단지 유능한 관료, 정치가만이 아니라 천재적인 기예가였던 듯하며, 기원후 3세기경의 이집트 역사가인 마네토에 따르면 임호테프는 “신의 경지에 이른 의술로 널리 명성을 얻었고, 뛰어난 문필가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천문학자, 수학자, 철학자, 연금술사였다는 말도 있다. 파피루스를 발명한 사람도 그라고 한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며 점점 이야기가 부풀려진 것일지 모르지만, 살아서 널리 숭배받고, 죽어서 전설로 남을 만큼 임호테프의 실제 재능이 뛰어났음은 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