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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1명 태어나면 1.15명 일자리 생긴다
한 사람이 태어나면 평생 동안 평균 12억2000만원의 생산과 1.15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보건복지가족부는 김현숙 숭실대 교수와 우석진 명지대 교수에게 의뢰한 '출산이 일자리 창출과 생산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분석' 보고서에서 1명의 출생이 이 같은 경제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는 일생을 출산·영유아기, 학령기, 노동시장기, 은퇴기로 나눠 주기별 소비활동과 이에 따른 생산 및 고용효과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중략) 복지부 김용수 저출산인구정책과장은 "저출산이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경고는 많이 있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면 단기간 내 일자리 창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기사 중 일부 발췌)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 심각하지요? 출산율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합계출산율이라는 게 있습니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인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를 일컫습니다. 현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선 합계출산율은 약 2.1명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983년 이미 2.08명을 기록하였고, 2008년에는 1.19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낮습니다. 물론 과거 우리나라의 "두 명만 낳아서 잘 기르자"는 구호에서 알 수 있듯이 출산율 하락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부양해야 할 자녀 수가 줄어든 만큼 근로자 1인당 소득수준은 높아지지요. 그런데 문제는 저출산이 한 세대 이상 지속돼, 근로 가능 인구가 부족한데도 이를 대체할 기술 발전이나 외부로부터의 인구 유입이 없다면 한 국가의 경제규모가 축소될 수 있습니다. 생산에 참여할 사람이 부족해진다는 얘기지요. 이러한 우려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는 국가에서는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 다양한 저출산 정책
출산장려정책은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먼저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자녀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정책입니다. 보통 첫째 아이보다는 둘째에게, 둘째보다는 셋째에게 많은 장려금을 지급하지요. 출산과 영·유아 양육 관련 비용을 보조해 주는 것도 대표적인 출산장려정책의 하나입니다. 이와 같이 정부는 현금 지급을 통해 출산을 장려하는가 하면 육아시설의 설치 등 현물제공으로 출산을 장려하기도 합니다. 현금·현물 제공과 같은 직접적인 보조정책 외에도 제도적으로 기업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방식 등으로 출산을 간접적으로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출산비용·양육비·교육비 등 자녀를 위해서 사용되는 비용을 소득공제 대상으로 지정하여 세금을 적게 내게 하는 조세정책도 출산장려책입니다. 심지어 출산을 장려하는 공익 광고도 간과할 수 없는 출산장려정책이지요.
◆ 다른 정책과 충돌하기도
그러나 이러한 출산장려정책은 자체적인 효과 못지않게 다른 정책과의 충돌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 보아야 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정부는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 낮은 세율을 적용하여 세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출산장려금, 출산 및 영·유아 양육 관련 비용을 보조해 주면 상대적으로 보조가 불필요한 고소득가계도 동일한 혜택을 입어 빈부격차 감소라는 정부의 조세정책과 엇박자가 나겠지요.
출산장려정책은 경제주체의 소비나 생산활동에서 비효율을 발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출산장려정책에 필요한 세금을 근로소득에서 징수한다면 그만큼 근로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근로자는 근로의욕을 잃고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같은 세금을 이자소득 또는 배당소득과 같은 자본소득에서 징수한다면 그만큼 자본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에 은행 또는 주식시장에 예금·투자하는 금액이 줄어들 수도 있지요. 물론 소득감소를 만회하기 위해서 근로시간과 투자액을 늘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만회책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언급한 다른 정책과의 엇박자가 발생할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 공영시설 많이 지으면 민간시설 위축
한편 출산장려정책 때문에 민간기업이 시장에서 밀려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세금을 사용해 어떤 지역에 1000개의 양육시설을 지었다고 합시다. 그런데 공영 양육시설이 생기면서 그 지역에 있던 1000개의 민간 양육시설이 시장에서 사라진다면 결국 시장 전체로는 양육시설 수에 변화가 없습니다. 이 경우 정부는 세금을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으로부터의 세수입까지 잃는 손해를 보게 됩니다. 설사 1000개 미만의 민간양육시설이 시장에서 밀려나 시장 전체로 양육시설의 수가 증가했다고 해도 과연 정부를 통해서 신설된 양육시설이 시장에서 밀려난 민간양육시설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지도 의문입니다. 따라서 필요한 수요에 맞춰 적정량을 공급하는 기본이 중요합니다.
◆ 성차별 여부도 따져봐야
출산장려정책이 성차별적이라면 이로 인한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육아휴직은 거의 대부분 여성 직장인에게 주어지는데 이 정책은 육아에서 여성의 역할만을 강조하여 육아에서 남녀평등을 강조하는 사회 전반의 흐름과 반합니다. 또한 육아 관련 혜택이 여성에게만 주어지는데 남녀가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면 임금의 성차별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기업은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영리집단입니다. 남녀 간 임금이 동일한데 여성에게 더욱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면,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여성 고용을 기피하겠지요. 이 경우 출산장려가 오히려 여성고용의 악화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과 관련하여 자주 제기되는 문제는 수급률입니다. 얼마나 많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혜택을 받느냐입니다. 회사규정에는 혜택이 명백히 나와 있지만 동료집단 또는 직장 상사로부터 받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압력 때문에 당사자가 이 혜택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혜택 규정은 있으나 마나 하겠지요. 이 경우 혜택을 실제로 이용하도록 만드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저출산 해결을 위해 정부가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을 계획 또는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도 해결 과정에서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내서는 안 됩니다. 소비의 비효율성, 생산의 비효율성, 민간기업의 퇴출, 남녀평등 위반, 여성고용 악화, 수급률 저조 등은 출산장려정책과 함께 기본적으로 고려되고 해결되어야 하는 요소입니다.
KIEP·조선일보 공동기획
기사 문의는 (02)3460-1156
KIEP 연구조정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자녀의 量과質의 교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Gary Becker)는 소득수준이 향상하면 자녀수가 감소하는 현상을 자녀의 양(量)과 질(質)의 교환으로 봅니다. 빈곤 국가들의 경우 자녀를 많이 낳는 경향이 있지만 선진국으로 갈수록 자녀가 줄어든다는 설명입니다.
베커는 이 같은 현상을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부모는 더욱 '질'이 좋은 자녀를 갖기 위해서 동일한 소득을 소수의 자녀에게 집중하여 소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논리를 국가차원으로 확대한다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국가의 합계출산율(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은 대체로 낮아질 것으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 추론이 옳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득을 포함한 생활수준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합계출산율이 오히려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활수준은 대체로 합계출산율이 최저치를 기록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이 연구결과를 기초로 추론한다면 우리나라의 생활수준이 개선되면 출산율도 다시 증가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많은 비효율을 동반하는 출산장려정책보다 시장논리에 기초하여 생활수준 전반을 향상시키는 노동 및 산업정책이 출산율 증가에 더욱 효율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조선일보 201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