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자선공연에 출연했던 '앳 카라바워'(좌측 상단)와 섹 로소(좌측 하단), 그리고 공연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10대들의 모습.
'태국 락 뮤직'의 전설적 밴드 '앳 카라바워'(Ad Carabao, คาราบาว)와 '섹 로소'(Sek Loso, 쎅 로쏘)가 출연한 자선공연에서, 라이벌 관계인 10대 폭력조직들이 충돌하면서 난장판이 벌어져 공연이 조기에 중단됐다고, 태국 경찰이 밝혔다.
<희망의 빛>(Light of Hope)이란 타이틀을 내건 이 공연은 방콕시, 클렁떠이(Klong Toey) 구에 위치한 '태국 항만청 운동장'(Port Authority of Thailand Stadium)에서 개최됐다.
경찰에 따르면 싸움은 오후 10시경에 시작됐고, 한 직업학교 소속 학생 약 50명이 클렁떠이 구 지역의 또 다른 10대 조직과 말싸움을 벌이면서 촉발됐다. 이후 총성 또는 폭약이 터지는 것과 유사한 소리들이 들린 후, 상황이 혼돈에 빠지면서 공연장 전체에서 모든 관중들이 뛰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섹 로소'의 공연이 끝나고, '앳 카라바워'가 3번째 곡을 부를 때 쯤, 공연은 강제로 종료됐다. 이후 경찰 병력 700명이 배치되어 난동을 제지했고, 난동꾼들에게는 최루탄도 발사됐다. 새벽 1시까지도 상황은 진정되지 않았다.
경찰은 난동자 50명 가량을 체포했으며, 그 대부분이 10대였다. 이후 10대들의 부모들이 경찰서로 와 자녀들을 데려갔다. 4명이 부상했는데, 그 중 2명은 최루탄으로 인한 부상이었다.
(동영상) 난동 현장의 모습. 제1편.
(동영상) 난동 현장의 모습. 제2편.
이 공연장에 참석했던 티라팟 손팍디(Thirapat Sornpakdee) 씨에 따르면, '앳 카라바워'는 3번째 곡을 부르기 전 마이크를 통해, 멋대로 구는 군중에게 서로 형제자매처럼 대하라고 부탁했지만, 난동꾼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한다. 티라팟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도 청소년들에게 서로 싸우지 말라고 말했다. 나 역시 과거에는 10대였고, 그때는 나도 그랬다. 하지만 '앳 카라바워'가 우리를 위해 공연하길 바랬다."
현장에 있었던 사진작가 타누왓 미완(Thanuwat Meewan) 씨는 '섹 로소'의 쇼가 끝날 때까지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앳 카라바워'가 2번째 곡을 마쳤을 때쯤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앳 카라바워'의 3번째 곡인 <야이쿠자>(Yai Ku Za: 내 할머니의 핫바지) 때문에 싸움이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부 관중들은 50~70세 된 사람들이었고, 10대 학생들이 자숙했어야만 한다."
주최측 관계자인 차이윳 림라완(Chaiyuth Limlawan) 씨는 공연장 안에만 300명 가량의 보안요원들이 감시를 하고 있었고, 경기장 밖에도 400명이 있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고가 시작됐을 때, '앳 카라바워'와 우리 팀은 상황 판단을 위해 30분 정도 지켜봤다. 그리고 우리가 계속 공연을 할 경우 누군가 죽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동의했다. 그래서 우리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국왕 찬가'를 연주하기로 결정했다."
이 일로 쇼는 갑작스레 중단됐지만, 난동은 그치지 않았다.
지난주에는 나콘 라차시마(Nakhon Ratchasima) 도, 카오야이(Khao Yai) 군에서 진행되던 뮤직 페스티발에서 총기 사망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취객이 언쟁 중에 총기를 발사하여, 45세의 남성이 심장에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또한 작년 12월에는, '플렝 프어 치윗'(Phleng phuea chiwit, เพลงเพื่อชีวิต: '인생을 위한 노래'란 의미) 장르의 뮤지션인 '퐁싯 뿌 캄피'(Pongsit "Pu" Kampee, พงษ์สิทธิ์ คำภีร์)의 공연에서 10대 라이벌 조직들이 맥주병 들을 던지며 싸움을 벌였다. 이 공연에서 뿌가 여성과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싸움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하면서, 공연은 조기에 종료됐다.
* 참고자료 : '섹 로소'와 '카라바워'는 누구인가
(자료 동영상) 섹 로소의 데뷔 12주년 콘서트(2008년, 총길이: 2시간57분). 발매하는 앨범마다 100만~300만장 씩을 팔아치운 섹 로소는 원래 북동부 지방의 가난한 화전민 출신이었다. 그는 10대 중후반에 방콕으로 무작정 상경하여 공장에 다니던 중, 우연히 기타를 배우게 되었고, 불과 몇년 만에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태국 최고의 국민 락커이자, 국제적 지명도를 가진 뮤지션이 되었다. [바로가기: '[개론] 섹 로소 : 태국의 국민밴드']
(자료 동영상) 밴드 '카라바워'의 창단 30주년 기념 콘서트(2011년. 총길이: 1시간). 태국 특유의 포크락 장르인 '플렝치윗'(직역: 인생가) 장르로 분류되는 '카라바워'는 락, 블루스, 포크, 컨추리, 레게, 재즈, 라틴 등 다양한 음악적 요소에다 태국 전통의 정서까지 가미한 베테랑 밴드이다. 서민적이면서도 민족주의적 경직성도 가진 밴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