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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茶母)] 11
S#1. 길
말을 타고 달리는 윤과 원해, 주완.....
그리고 뒤를 따르는 비호대...
달리는 윤의 얼굴위로 당부하는 세욱의 얼굴이 이어진다..
세욱 : (E) ...채옥이 화적질을 하고 있네.. 미끼를 자청해 장성백을 유인하고 있는게 틀림없어..
.....나쁘지 않은 수야...아니 절호의 기회일지도 몰라.....
내 장부장을 이용해 역정보라도 흘려볼수 있겠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의심되는 자..모두가 거물들이라 접근이 쉽지 않네...
...하지만 장성백을 잡기만 한다면......일은 단숨에 풀릴수 있어..... 도성 일은 내가 맡겠네...
(비장하게) 백천으로 가게...! 주상전하의 안위와 나라의 안돈이 자네 어깨에 달려있네..
가게.....그리고......반드시.....반드시........생포하게...!
S#2. 산채 회의실
장성백을 위시해 덕수, 각출 몇몇 소두령들이 있다..
수명은 성백의 뒤에 서 있고..
각출 : ...우리 산채가 멸악산맥 일대에 있는 줄 알고...기찰이 모두 그 쪽에 집중되어 있수..
멸악 일대 고을을 쳤던게 딱 맞아 떨어진거유..
덕수 : 더구나 평안, 함경도 뿐만아니라...삼남지방까지 형님을 사칭하는 놈들이 화적질을 해대고있으니
시일이 지날수록 더더욱 정신을 못차릴 겁니다..
각출 : 형님을 사칭하는 놈들 뿐입니까? 이제는 계집까지 나서서 형님의 누이동생이라고 설치니...
아무래도 형님 이름값이라도 받으러 다녀야 하지 않겠수?
성백 : (각출을 홱 보며) 지금 뭐라 했느냐...?
각출 : (당황하며) 왜 그러시우..?
성백 : 내 누이라 하더란 말이냐..?
각출 : (겁 먹고) 예에..
성백 :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게가 어디냐..?
수명 : (성백의 마음을 짐작하고) ...제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성백 : ...직접 가겠다...(밖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간다)
S#3. 산길
역시 말을 타고 달리는 장성백의 일행 10여명...
장성백을 필두로 덕수,각출,수명 순이다..
S#4. 채옥 산채
아무도 없이 고즈넉하다..
멀리서 들리는 말발굽 소리...
장성백 일행이 마당으로 뛰어들어온다..
역시 아무도 뛰어나오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보는 성백...
성백이 말에서 내리면 모두들 내린다..
각출 : 이거 모두 겁먹고 도망간거 아닙니까?
덕수 : (소리) 이놈들 아무도 없느냐!...어느 간큰 놈이 감히 우리 형님의 누이를 사칭해
화적질을 하는게냐!
한쪽 초가에서 방문이 삐걱 열린다..
방문 밖으로 천천히 한쪽 발이 나오고 몸이 나온다...
주시하는 일행...
이내, 채옥이 얼굴을 드러내고 서자 다들 놀란 눈이 된다..
각출 : 너,너는...!
성백 : (한대 맞은 듯 멍하니 보는데) ........
채옥 : 오랜만이오 장두령...
순간 주변에서 삼십여명의 포수들이 총포를 겨누며 일어선다...
그 속에는 마축지도 있다...
마축지 : ...아따 성님들......겁나게 오랜만이오잉...
덕수 : 저놈이...!
성백 : .....영악하구나..
채옥 : 장두령한테 배운 것이지...
성백 : (채옥을 쏘아보는 미간이 꿈틀거리는데) ........
흠칫하는 채옥.....두사람 사이로 바람이 분다...
순간, 군사하나가 총포를 쏘면.....성백의 수하 하나가 쓰러진다...
채옥 : 칼을 버려라...!
각출, 갑자기 등에 맨 두 다발의 폭약을 꺼내든다...
각출 : 쏴봐라, 이새끼들아.....이 폭약이 터지면...산이 통째로 날아가버릴테니까...
총을 든 군사들, 모두 놀란다...
채옥도 당황하는데...
축지 : (옆의 군사에게) 오,오매......저,저......무식한 새끼 좀 봐야..
각출 : (속았던게 분해) 마축지...이 놈!...... 반드시 네 놈을 찾아서...오살을 내주려고 이를 갈아 왔다...!
.....어서 쏴보라니까..!
성백, 천천히 채옥에게 다가간다..
칼을 빼어드는 채옥...
서너발자국 사이에 두고 멈추는 성백.....
성백 : ...다시는 칼 끝을 겨누지 말자고 했을텐데...
채옥 : ...하나가 죽는다면.....
성백 : ...칼을 거둬라....베고 싶지 않다.....
순간, 번개처럼 채옥의 칼이 들어온다...
성백, 슬쩍 피하는데...뺨을 조그맣게 베인다....
물러선 성백의 얼굴에서 한줄기 피가 또르르 흘러내린다..
성백 : (손가락으로 흐르는 피를 쓸어 슬핏 보고는) ...피를 봐야할 악연이라면...
이제 그만 너와 나의 연을 끊어야겠구나..
성백, 천천히 백검을 빼려는데...
말발굽 소리와 함께 마당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윤의 일행..
채옥, 성백...마당의 군사와 장성백 일행.....모두 당황하는데...
십여필의 말이 두 군사사이에 선다...
세 무리가 묘하게 얽혀있는 정황이다...
채옥 : (놀라) 나으리...
윤, 채옥과 성백이 칼끝을 마주한 자리로 천천히 말을 몰고 간다...
성백.... 채옥과 마주하면서도 눈동자를 날카롭게 굴린다...
채옥과 성백의 주위를 빙빙 도는 윤의 말...
성백, 온몸이 긴장된다...
순간, 말발굽 소리가 멈춰진다....
윤 : (온갖 한을 누르며 무겁게) ...네 놈이... 장성백이냐....?
고개를 홱 돌려 윤을 노려보는 성백의 얼굴....
모두들 윤과 성백을 숨막히게 지켜본다...
채옥 : (칼을 든 채 성백을 향해 한 발자국 다가선다)
윤 : (O/L, 고개 돌리지 않고) 물러나라...!
채옥 : (멈칫 윤을 보며) ...제 손으로.. 베겠습니다...
윤 : (화를 참으며) 너는 지금... 관아에서 추쇄중인 관비다...! 백부장 뭐하는가... 끌어내지 않고...!
채옥 : 나으리...
주완 : (다가와 소매를 잡아끌며)...제발 나서지 말고 가만 있어....!
채옥, 주완에게 이끌려 윤의 뒤쪽으로 비켜나면...
마상에서 내려서는 윤...
윤 : (낮지만 위엄을 세워) ....도성 좌포청 종사관 황보윤이다....
성백 : ...(지그시 웃으며) 조선 팔도에 적수가 없다는 그 포도청 종사관이시군...
<플래쉬 백>
2부 상두꾼 폐가에서 만났던 성백의 모습 ...
윤 :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부릅 뜬다)
채옥 : (역시 놀라 안색이 굳는다)....
윤 :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누르며) ...그 칼이냐...?
성백 : .....
윤 : ...조치오 종사관과 수백 군사들의 피가 배어 있겠구나...
성백 : ...이 땅 백성들의 한이 서린 칼이다...
윤 : (버럭) 수백의 젊은 목숨들은 백성의 자식이 아니더냐...! (단호히) 칼을 버리거라...
성백 : ...무덤까지... 함께 가는 게... 장부의 칼이다...
물끄러미 성백을 보던 윤...
대범하게 저벅저벅 성백 앞으로 걸어간다...
산채 식구들이 일제히 무기를 치켜 세우고...
원해와 비호대가 경계하듯 활 시위를 당긴다...
윤... 성백의 코 앞까지 다가가지만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지
성백 또한 움직일 기미가 없다...
윤 : (얼굴이 닿을 듯 붙이며 뚫어질 듯 쏘아본다)
...장부의 칼을 든 자가... 겨우 다모의 감정이나 이용했더냐....
성백 : (움찔하더니 채옥을 본다).....
채옥 : (주완의 팔에 잡혀 고개를 돌리고 있다)
윤 : (한발자국 떨어지며) ...하늘을 거스르는 자의 칼은...주인을 따르지 않는 법이다...
성백 : (마치 윤처럼 얼굴을 들이밀며 나직하게) 백성의 하늘이 아니라면...하늘도.... 벨 것이다...!
윤 : (알고는 있었지만 놀라 목소리가 떨린다... 무언가를 직감하고는).....역적...황현기의 제자답구나.....
성백 : (아는 자가 있다니.... 서글픈 미소가 핀다) ...스승님을 아직도 기억하는 자가 있는가...
윤 : ...무명(無明)의 소치다... 니놈 스승도... 살아 이루지못한 채... 묻혔다....
...훈련대장 정홍두... 종사관 조치오... 그리고....군사들......
(사이) ...내 칼이... 그 백성들의 아픔을 대신할 것이다..... (힘겹게) 그들도 백성이다....
(뚫어질 듯 노려보며) 당장 네 놈의 목을 거두지는 않겠지만...
이 곳이! 네 놈이 들고 있는.... 백검의 무덤이 될 것이다!
(쏘아보다가 복잡한 심경으로 몸을 돌려 원래 있던 자리로 발을 떼는데)
성백 : (뒤를 쏘아보는 눈가가 부들부들 떨려온다) ...칼을 빼라....
윤 : (멈칫 하다가 다시 발걸음을 떼려는데) ....
성백 : ...칼을 빼라...!
윤 : ...(살기를 느끼는 듯 긴장하며)
성백의 칼이 파도같은 기세로 윤을 향해 지쳐 들어온다....
전광석화처럼 칼을 빼 몸을 돌리며... 들어오는 성백의 칼을 향해 마주 뻗어가는 윤의 칼...
놀랍게도 두 사람의 칼끝이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부딪혀 맞붙은 꼴이 된다....
주변 인물들 놀라 입을 벌리고...
칼끝을 맞부딪힌 채 무섭게 노려보는 윤과 성백...
두 사람 사이로 먼지 바람이 지나간다...
두 사람을 번갈아보는 채옥... 잔뜩 긴장된 얼굴이다...
정적.... 숨을 죽이고 두 사람 을 보는 군사들....
윤과 성백....동시에 칼을 회수하며 몇발자국씩 물러난다....
윤 : ....(칼을 늘어뜨리며) 내가... 묵은 원을 풀 것이다!.... 아무도 나서지 마라!
성백 : (백검을 겨눈다) ...원하는 바다....!
성백의 발이 옆으로 한발짝 움직이자...
윤의 발끝이 성백을 향해 튼다...
순간, 성백이 허공으로 몸을 띄우며.... 윤을 향해 칼을 내리치려한다...
동시에 꽝-하는 화승총 터지는 소리....
성백이 몸이 허공에서 움찔하며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윤, 채옥, 마축지, 장성백 일당 모두 기겁하는데...
마축지 놀라 옆을 보면...
군사1의 화승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군사1 : (기뻐하며) 내,내가 잡았어...!
마축지 : (화가 나) ...오매...이,이 새끼가....!
(주먹으로 볼을 날리며) 다 같이 죽자고 환장한 것이 여 뭐시여!
성백, 백검을 쥔 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착지해 서 있는데...
얼굴이 굳는 채옥....
윤이 총포를 놓은 포수를 향해 고개를 홱 돌려 쏘아보는 순간...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윤의 왼쪽 어깨에 박히는 덕수의 자고...
연이어 윤의 허벅지에도 자고가 박힌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어깨를 감싸며 주저앉는 윤...
채옥과 주완이 놀라 달려들고 원해와 비호대가 활시위를 놓으려 하면....
윤 : 멈춰라...!...(힘들게) ...나서지 말라 했다...
원해와 궁수들... 활시위를 놓치 못하고 멈칫 윤을 보면...
각출 : (불 붙은 폭약을 양손에 들고 펄쩍펄쩍 뛰며) ...오냐, 개자석들아...!
다같이 죽자! 다같이 죽는거야!
각출.... 미친 듯이 두리번거리며 군사들을 가늠한다...
각출이 움직이는데 따라 움찔거리며 활과 총을 겨냥하는 군사들...
덕수 : (산이 울릴 듯이) 각출아....! (화를 누르며) 내려 놓아라....!
(뒤에 있는 산채 식구들을 돌아다 보며.... 들릴 듯 말 듯...) 나서지 마라...
각출 : (덕수를 돌아 보는 눈가가 흥건히 젖어 있다가... 이내 얼굴이 굳는다....
순간 관군을 향 해 고개를 돌리며 버럭) ...지랄마라... 이 개자식들아.......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각출....
다섯명의 포수가 집중된 마축지가 있는 쪽으로 폭약을 던진다....
기겁을 하며 몸을 날려 피하는 마축지...
동시에 원해의 활을 필두로 궁수들이 일제히 화살을 날린다...
소나기처럼 각출을 향해 쏟아지는 화살들...
각출 허벅지에 화살을 맞고 주춤거리다가... 몸을 굴리며 피하면...
섰던 자리에 후두둑 박히는 화살들...
궁수들을 향해 다시 폭약을 던지는 각출...
피하는 원해와 궁수들....
덕수가 말에서 뛰어 내려 연막탄을 던지자... 순식간에 뿌연 연기로 휩싸이는 산채.....
다시 윤이 있는 쪽으로 폭약을 던지면 채옥이 윤을 안고 몸을 날려 뒤로 피한다...
각출, 계속해 심지에 불을 붙이며 곳곳에 폭약을 던진다...
관군들은 폭약에 쓰러지고 피하느라 정신이 없다...
피가 터지고 팔 다리가 날아가고.... 아수라장이다...
그 사이... 수명이 성백을 부축해 말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성백의 나머지 일행은 관군과 접전을 벌인다...
성백, 부축을 받으며 ... 말에 오르려는데...
옆 숲에서 비호대 궁수가 폭약을 던지고 있는 각출을 조준하는 모습이 성백의 눈에 띈다...
그것도 모르고 연신 폭약을 던지는 각출...
... 궁수가 활시위를 놓는다...
각출을 향해 무섭게 날아오는 화살...
... 성백이 몸을 날린다...
각출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던 화살이
허공에 뜬 성백의 총 맞았던 허벅지에 퍽- 박힌다...
각출을 껴안듯이 넘어지는 성백...
덕수가 궁수를 향해 표창을 날린다....
비호대원의 이마에 표창이 박힌다....
넘어진 채 고통스러워하는 성백....
각출 : (고맙고 안타까워) ...형님....
성백 : (화살을 잡아 빼면 다시 울컥 바지를 적시는 피) ...어서 피해라...어서...
희뿌연 연기속의 채옥, 윤의 허벅지의 자고를 뽑으면...
윤도 어깨의 자고를 뽑는데...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윤의 얼굴....
수명과 각출.... 성백을 부축해 말에 태우고... 수명도 말에 오르는데...
각출... 말에 오르려다 말고... 말 안장에 달린 화약을 다시 한 다발 꺼낸다...
성백 : (다시 돌아서는 각출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어서 말에 올라!
다른 성백의 수하들도 모두 말에 올라 탄다....
관군을 향해 다가서던 각출...
다시 돌아서 말에 오르려는데...
쇄액- 하는 소리와 함께...각출의 몸이 움찔한다...모두 놀라보면....
등판에 박혀있는 화살...
각출의 등에서 피가 배어나온다...
그대로 가만히 서 있는 각출...
연기가 사방에 퍼져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성백 일행 쪽을 향해 계속해 활을 쏘는 원해와 군사들...
화살이 성백을 스쳐간다....
각출 : (피식 웃으며) 염병... 맞아버렸네....
(비장하게 성백을 올려다보며) 성님... 양순이... 우리 양순이 좀 부탁하우....
나 대신... 꼭... 꼭 좋은 세상... 구경 좀 시켜주시우...
성백 : (손을 뻗으며)...안 죽어! 어서 타!
순간, 다시 화살 서너 대가 연이어 다시 각출의 등에 박힌다...
놀라는 성백과 덕수, 수명...
각출 : ...어,어서 가슈.... (갑자기 뒤돌아 이를 물고 뚜벅뚜벅 관군을 향해 연기 속을 걸어간다)
성백 : 각출아!
화살이 계속해 핑핑 날아든다...
각출 : (힘겹게 넋이 빠진 듯)...양순아....아부지... 먼저 가야겄다...
(가슴에 화살이 꽂힌다) 아부지도... 가기 싫다....우리 양순이 불쌍해서...
(또다시 화살이 꽂힌다) ... ....가기 싫다...
통나무처럼 넘어지는 각출...
수명 눈물을 머금고... 성백의 말을 칼집으로 때리면....
놀라 달려가는 성백과 일행의 말...
자욱한 화약 연기 속에 도망가는 성백을 보는 윤...
힘겹게 일어나 말에 올라타 쫓아간다....
멍하니 보던 채옥도 그 뒤를 따르고...
살아있는 군사들도 말을 타고 일제히 현감을 뒤따른다....
바람이 포연을 쓸고 가면...
굳은 듯 누워 있는 각출의 볼을 타고 눈물이 줄줄 흐른다...
각출 : (피를 울컥울컥 올리며)......양...순아.... (숨이 멎는다)
눈을 뜨고 죽은 각출의 동공 위로 산채 마당의 연기가 사라져가고....
각출의 시신 곁으로 다가서는 발... 마축지다...
축지 : (가만 앉아 각출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미어진다)... 노,노형.... 참말로 죽어분 것이여....?
(눈가를 훔치더니 가슴에 박힌 화살을 잡더니 쑥 뽑아준다) ...너,너무 원망 말드라고....
나도 참말로 이런 꼴 보기는 싫었단 말이시... 난중에 저승에서 만나믄 말이여...
그때는 참말로 좋은 동무로 지내드라고.....(눈꺼풀을 쓸어내리며) 미안하시... 참말로 미안하시...
S#5. 몽타쥬
- 성백, 덕수 일행 달리다가...
덕수 말을 멈추고 성백에게 한마디 하더니... 말머리를 돌려 다시 왔던 길로 내달린다...
수명과 함께 말을 달리는 성백...
- 추격해오던 현감의 군사들...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덕수 일행의 말이 방향을 틀어 산 아래로 내달리면...일제히 그 뒤를 추격한다...
뒤이어 달려오던 윤.... 어깨를 감싸쥐며 숨을 헐떡이더니...
현감의 군사가 말을 돌린 방향으로 따라간다...
주완과 원해... 걱정되는 얼굴로 윤의 뒤를 따른다....
- 수명이 산굽이를 돌아가고... 말을 타고 달리던 성백 뒤를 보면 채옥이 추격해온다....
점점 거리를 좁히는 채옥...
거의 옆에서 같이 달리는 듯 싶더니... 채옥 몸을 날리며 성백을 덮친다...
S#6. 숲
수풀을 헤치며 뛰어가고 추격하는 성백과 채옥...
점차 두 사람의 거리가 좁아진다...
채옥, 몸을 날려 성백 앞에 착지해 칼을 겨눈다...
채옥 : (숨을 헐떡이며) ...더 도망가봐야.... 출혈로 죽는다...
성백, 갑자기 옆에 서 있는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회초리를 휘두르듯 날렵하게 채옥에게 휘두른다...
채옥, 놀라 피하는데....
마치 칼에 베인 듯 채옥의 옷깃이 베이고.... 손등에도 상처가 난다...
성백 : ...비켜라... 더 이상... 손에 사정을 두지 않을 것이다...
이를 무는 채옥...
번개같이 자고를 날린다...
나뭇가지로 자고를 쳐버리면 멀리 날아가 나무기둥에 박히는 자고...
다시 칼을 휘두르며 공격하는 채옥....
성백도 나뭇가지를 휘두르는데...
외려 채옥의 칼이 나뭇가지에 밀린다...
채옥 주춤주춤 방어를 하며 물러서다가 어깨를 맞고 비탈길을 구르는데...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땅이 푹 꺼지며.... 채옥이 몸이 쑥 빠진다...
놀라는 성백... 달려가 구덩이를 보면... 밑도 보이지 않는 어두움...
채옥, 구멍 입구에서 간신히 옆으로 삐져나온 가는 나무뿌리를 잡고 매달려 있다...
어찌할까 위에서 내려다보던 성백... 엎드려 채옥에게 손을 내민다...
나뭇가지를 잡은 채로 성백을 향해 칼을 찌르는 채옥...
성백, 옆으로 피한다....
순간, 채옥이 잡고 있는 나무 뿌리가 끊어질 듯 휘청인다...
성백 : (다시 손을 내밀며) ...... 어리석은 짓 말고 어서 잡아...!
채옥 : (노려보며) ...목숨 따위를 구걸하지는 않는다...
성백 : ...잠시의 수치도 못참으면서... 날 어찌 베겠다는 것이냐...
채옥 : (갈등이 이는데) ....
다시 한번 휘청이는 나무뿌리...
성백 : (큰 소리로) 어서!
채옥, 이내 칼을 등에 건 칼집에 넣고는 천천히 손을 뻗는다...
하지만 손이 닿지 않는다...
구멍 속으로 상체를 더 내려 손을 뻗는 성백....
성백과 채옥의 손이 마침내 서로 맞잡았다 싶은 순간...
후두둑-- 나무뿌리가 쑥 빠져 버린다...
기겁하는 두 사람이 깊은 나락 속으로 떨어진다...
S#7. 다른 숲
현감 군사들과 주완 원해... 지쳐 달려가면...
뒤이어 힘겨운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타나는 윤...
군사들의 종적이 보이지 않자...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말에서 내린다....
몇 발자국 나아가 살피다가 낭패감에 칼을 땅에 내리꽂으며 주저 앉는다...
S#8. 자고가 꽂힌 나무 기둥 인근
약초를 캐 약초바구니에 담는 여자의 손...
보면... 채옥 또래의 계집이다....
그 뒤로 역시 약초바구니를 들고 오는 약초꾼...
약초꾼 : 진희야... 그만 움막으로 돌아가야겠다...
계집 : (앉은 채로 고개 돌리며) 왜요 아버지...?
약초꾼 : ...글쎄... 무슨 일인지....관군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는 구나...
계집 : ...죄진 것도 없는데요 뭘... 지난번처럼 사냥하러 나온 모양이죠...
약초꾼 : 그래도 눈에 띠어 좋을 것 없다... 지난번에도 괜히 더덕만 빼앗겼지 않았느냐...
...어서 가자... (앞서 간다)
계집 일어나는데.... 옆 나무 기둥에 박힌 채옥의 자고가 눈에 띈다...
눈을 땡그랗게 뜨더니... 자고를 빼려는 듯 손을 뻗는 계집...
S#9. 산 아랫길
수명 말을 몰아 혼자서 달리고 있다...
맞은 편에서 달려오는 덕수 일행... 수명을 보고 멈춘다....
수명 : (숨을 헐떡이며) ...나으리께서..... (다시 헉헉거리다) 혹시 이쪽으로 오지 않으셨습니까?
덕수 : 무슨 소리냐....? 니가 따르지 않았느냐...?
수명 : (낭패스러워) ....지키지 못했습니다... 앞서 간 게 잘못입니다....
덕수 : (다급하게) 도대체 어찌 된게야...? (벌컥) 낙마라도 하신게야...?
수명 : 돌아가 찾겠습니다....(몸을 돌리는데)
덕수 : ...죽을려고 환장했어! (화를 누르며) ...우리가 인근에 머물며 살필테니...
....한성에 이 일을 알리거라!
수명 : (눈물을 글썽이며) 탄과 살을 맞았습니다...! 나으리를 찾는 게 더 급합니다!
관군이 그리 두렵습니까....
덕수 : (턱을 부르르 떨며 다가선다) ...누가 두려워 이러는 줄 아느냐...
(버럭 수명의 멱살을 잡으며) 다시 돌아가 개죽음이나 당하라고... 각출이가 목숨을 바친 줄 알아!
(멱살 잡은 손을 툭 놓으며) ...각출이가 죽고 우리가 살았다....
(수명을 보는 눈이 젖어 온다) ...이리 사는 게... 죽는 것보다 힘들다...
...허나... 헛되이 목숨을 버린다면... ...각출이를 다시 죽이는 일이다....!
수명 : .....
덕수 : (눈물을 거두며 호기롭게) 형님을 믿어라...! 네 걱정처럼 당할 분이 아니야...
여기는 우리가 맡겠다...어서 최도방에게 알려라...
수명 :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덕수를 쏘아본다)
덕수 : (힘없이) 어서....!
S#10. 동굴 안
높은 동굴 천정 위의 작은 구멍에서 희미한 빛이 들어와...
초저녁처럼 어둡지만.... 사물을 구분할 만한 어둠이다..
채옥의 신음소리.... 계속 이어지다가... 천천히 눈을 뜨는 채옥.....
추락하는 통에 머리띠도 빠졌는지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다...
채옥 칼을 쥐고 두리번거리면... 사방이 온통 바위로 된 동굴이다...
그러다 한쪽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성백이 보인다...
칼을 꼬옥 쥐고 천천히 성백에게 다가가는 채옥...
하지만 성백은 완전히 정신을 잃어 고개가 꺽여 있다..
채옥, 성백의 다리를 보면...
총에 맞아 피가 낭자한 허벅지...
그리고 작은 바위 아래 발목이 눌려져 있다....
성백 얼굴과 바위에 눌린 다리를 번갈아보다가 칼을 놓고 바위를 밀어내는 채옥....
순간, 바위가 다리를 건들었는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는 성백...
냉큼 칼을 쥐고 성백의 목을 겨누는 채옥...
성백, 가쁜 숨을 몰아쉬며 채옥을 본다...
성백 : (노려보며 힘겹게) ...뭘... 망설이느냐... 베지... 않고....
성백을 겨눈 채옥의 칼끝이 떨린다...
채옥, 발의 이물감에 내려보면... 성백의 피로 가득 젖은 신발....
성백의 허벅지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다...
당황스럽고 안타까워 다시 성백을 보는 채옥의 표정이 미묘하다...
S#11. 숲
나무에 기댄 윤...
옷을 찢어 다리를 감싸는데.. 고통스럽다...
원해와 주완이 말을 타고 돌아 온다.....
윤 : (아무렇지 않은 듯 벌떡 일어나며) 어찌 되었소...?
원해 : ...놈들을 쫓아가는 게 아니었습니다...
주완 : ...그 우라질 놈들이 우릴 따돌린 겁니다...곧장 가던 길로 쫓았어야 했는데...
윤 : ...옥이는...?
주완 : ...함께 있지 않았습니까...?
윤 : ...뒤에 따라왔는데 보이지 않았소...
원해 : (O/L) 장성백을 쫓은 겁니다... 옥이라면 아마도 놈을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겝니다...
윤의 얼굴이 불안해진다...
S#12. 대궐 전경
S#13. 편전
임금,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편전 문 앞을 보노라면...
정필준, 이익훈, 조세욱을 위시한 여러 대신들이 앉아 있고...
맨 끝 문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대마도 영주의 사신이 보인다...
사신 앞에는 옻칠을 한 목침 크기의 목곽과 두루마리가 놓여 있다...
임금 : (사신에게) 나가 있거라...
사신... 일어나 고개를 숙인 채 뒷걸음으로 편전을 나가면....
승지가 목곽과 두루마리를 들어 임금의 책상 위에 가져가 올린다...
목곽을 열어보는 임금... 목곽이 열리자...
세월의 더께가 느껴지듯 녹이 서린.... 금동불상이 드러난다....
승지 : 흑전장정(黑田長政, 구로다 나가마사 - 임진왜란 당시 제3군을 이끌고 들어온 왜군 수장)이
정유년에 침탈해간 금동 불상이옵니다...
임금 : (두루마리를 펼친다) .....
승지 : 일체의 밀무역을 금지시키고... 세금을 현재의 열배로 바치며...
매년 정월에 조공으로 금 천냥과 주석 십만근을 올리겠다는 대마도주의 친서이옵니다....
임금 : (의심의 눈초리를 빛내며 대신들에게) 말씀들 해 보시오...
익훈 : 전하... 왜놈들의 발길이 팔도를 짓밟은 지 채 백년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오나...대마도 영주에게만 부산 두모포 왜관에서의 거래를 허락했거늘....
도성이 코 앞인 경강까지 배를 들이게 해달라는 것은 그 심중이 미심쩍습니다...
윤허하지 마시옵소서...
대감1 : 소신도 그리 사려되옵니다...
임금 : (고개를 슬며시 끄덕이는데) .....
필준 : 그리 생각하실 일만은 아니옵니다... 대마도주는 두모포에서 매달 여섯번 이루어지는 거래를
몹시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곡이 부족한 그들로서는 많은 조공을 바쳐서라도
경강상인들과의 미곡거래를 트려 하는 것입니다....
하옵고 저들의 금과 주석 조공은 조정의 살림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익훈 : (의외라는 듯) 병판대감... 경강에 왜관을 두었다가 말썽이라도 생기면
이를 어찌 감당 하려 하십니까...
필준 : (차분하게) 모선은 먼 바다에 두고 작은 배로 통행케 하면 될 일입니다...
무엇보다 양국의 눈치를 보며 사는 대마도주에게 시시때때로 왜놈들의 사정을 보고케 한다면...
이보다 더한 왜란의 방비책은 없을 것입니다...
익훈 : 일개 왜놈의 도주를 전하의 면전에 들락이게 하는 것도 마음 편치 않은데...
만에 하나 조정의 중론이라도 새 나간다면 어찌 하시겠습니까...?
필준 : 저들은 태종대왕시절 이종무장군의 대마도 정벌로 이미 우리를 신처럼 무서워하는 종족들이오..
무역으로 숨통을 터줘 달랜다면... 따르지 않을 리 없지요... 전하....그래도 심려되신다면....
왜관을 전담하는 군영을 설치해 소신이 목숨을 걸고 감시하겠습니다...
신 병조 판서 감히 아룁니다만... 부국을 위해선 실리를 염두에 두셔야 할 것이옵니다....
형판 이익훈 외 모두가 묵묵부답이다...
임금 : (의미심장하게 조세욱을 보며) 실리는 있다 하더라도...
왜구가 들락거리기라도 한다면 도성의 치안 문제도 수월치 아니할텐데...
좌포장은 어찌 생각하시오...
세욱 : (난감한 듯 말이 없다가)...통제만 철저히 될 수 있다면...
병판대감의 말씀도 일리가 있다 사려되옵니다....
하오나 본격적인 무역에 앞서 한 해 정도는 약식으로 지켜보고 결정하심이 좋을 듯 싶습니다...
순간, 정필준의 미간이 움찔한다....
임금 : (고민하다가) ....좌포장의 의견대로 한 해를 지켜볼 터이니...
병판께서는 경강에 임시 왜관을 설치하고 감독하시오....
필준 : 소신.....성심을 다할 것입니다....
세욱 : (왠지 꺼림직한 기분이 든다) .....
S#14. 정필준 밀실
태극문양을 마주한 채 결가부좌한 필준이 쪽지 서찰을 보고 있다....
필준의 등 뒤로는 긴장한 눈빛으로 달평이 앉아있고....
입술을 지그시 물며 눈을 감는 필준...
달평 : 출혈이 심한 상태에서 사라졌습니다...
백천 산악 전체가 장두령을 찾고 있는 관군으로 뒤덮여 있습니다.....가토를 보내셔도 늦습니다...
필준 : ....
달평 : ....버리실 겁니까.... 살리실 겁니까.....?
필준 : (무섭게 노려보며) ...그 대답은 이미 하지 않았느냐? ...복호(伏虎)를 보내라....
달평 : (놀라며)...지금 드러내시면 위험합니다...
해주를 근거지로 만들기 위해 십년을 공들여 왔다 하지 않았습니까...
필준 : ...감영 하나를 취하는 일이 아니다...!
달평 : (이를 문다) .... 어르신 주위의 눈이 매섭습니다...
필준 : 알고 있다... 내가 처리할 것이다...
S#15. 좌포청 마당
퇴청 차림의 세욱 지나다가...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 듯 걸음을 멈추는데....
<플래쉬 백>
필준 : 전하..그래도 심려되신다면..왜관을 전담하는 군영을 설치해 소신이 목숨을 걸고 감시하겠습니다
신 병조 판서 감히 아룁니다만... 부국을 위해선 실리를 염두에 두셔야 할 것이옵니다....
<3부 씬54 플래쉬백>
정필준 : (술잔을 받고는) 경상도의 수영들을 둘러보고 오느라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었소....
조세욱 : ...왜구들에게 노략질을 당하는 어민들이 많다는데... 근자에도 피해가 많습니까...?
정필준 : ...예전처럼 빈번하지는 않소... 어민들이 아예 군사들이 육안으로 확인되는 곳에서만
그물을 던지니 말이오... 허나 가진 것들이 없는 놈들이니 노략질이 끊길 리 있겠소....
...아예 두모포의 왜관까지 없애버리든가 해야지...백성들의 원성이 보통이 아니오....
세욱 :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다) ....
안녹사 : (E) 이제 오십니까 영감....
세욱 : (보면 안녹사다) 무슨 일인가...?
안녹사 : (문안을 건네며) 지난번 연천 대풍라마을 참변에 대해 연천군수가 정리한 문안입니다...
당시 시신들 56구에 대한 외견 상태를 정리한 것입니다...
세욱, 문안을 몇 장 넘겨보면 시신의 그림과 절명시킨 외부의 자상 위치가 그려져 있다...
세욱... 심각한 표정이 되어 책장을 넘기는데... 어느새 나타난 병택....
병택 : (혀를 차며) 시신의 상체 앞뒤가 모두 관통되었네요...
안녹사 : (화들짝 놀라 한쪽으로 끌고가며) 먼저 들어가지 왜 왔어...이눔아..
이 포청에 있는 애비가 밤강도라도 만날까봐 왔냐....?
병택 : 채옥이 소식은 아직 없어요...?
안녹사 : (목소리 낮춰) 이놈이 감치 어느 안전이라고....
문안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세욱 문득 병택을 쳐다본다...
세욱 : 안봉사... 잠시 나 좀 보겠나....
S#16. 동 세욱 방
문안을 세심히 살피는 병택.... 이내 책장을 덮더니...
병택 : (눈을 빛내며) 시신 56구 모두는 한결같이 칼에 의한 자상이며...
장기의 손실과 다량의 출혈로 사망한 걸로 추측됩니다....
세욱 : ..... (끄덕이는)
병택 : 제가 검률과 아버지의 어깨 너머로 숱한 사건기록을 보았습니다만....
이리도 한결같이 등판까지 꿰뚫은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살과 뼈로만 이루어진 몸이라 하지만.... 칼이 관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관군 못지 않게 무예를 수련한 자들입니다...
세욱 : 무예를 수련한 자들임은 나도 짐작하네만....
병택 : (O/L) 우리의 검술은 본국검에 그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전후좌우 사방팔방 적을 염두에 두고 상대를 대하기 때문에 찌르고 벤다 하더라도
이리 깊은 자상을 힘주어 낼 겨를이 없습니다... 중국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터컷> 사방의 적을 염두에 두고 격검하는 군사들의 모습이 지나간다...
세욱 : (긴장한 목소리로) 허면....?
병택 : (분명히) ....왜검은 이와 다릅니다...
세욱 : (무언가 한 대 얻어맞은 듯 놀란다)
병택 : 왜검의 전통은 전면의 한명의 적만을 공격하고 살상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왜검은 후방이나 측방의 공격자는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는데 그 특징이 있어...
정면의 적을 공격하고 살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입니다... 오래 전에 군교 김체건이 왜검을
연구하고 돌아와 집필하고 있다는 검보의 초안을 본 적이 있습니다.... 왜국에서의 낭인이나
영주간의 전쟁에는 요도에 의해 관통되어 죽는 자가 대부분이라 하였습니다...
<인터컷> 위의 대사 위로 가토 일행이 가마골 사람들을 깊이 질러 죽이는 장면과...
학철이 낭인과 함께 요도에 관통되어 쓰러지는 장면이 마치 슬라이드처럼 지나간다...
세욱 : (얼굴이 긴장되어 굳어진다....)....
S#17. 동굴 안
성백의 머리는 산발되어 있고 벗긴 성백의 머리띠로 허벅지 위를 동여매는 채옥...
으윽--하는 성백의 신음소리....
채옥 : (머리띠를 힘껏 묶으며) ... 총알은 관통해 지나갔어... 화살도 뼈는 피했고...
성백 : (식은 땀을 흘리며 본다)........
채옥 : (성백의 발목 바지단을 조심스럽게 걷어올리며)... 접골할 것이다....
성백 : .....애쓸 필요 없다....
채옥 : ...옷이라도 찢어서... 입에 물고 있는 게 좋을 거야.... (발목을 비튼다)
성백, 온갖 인상을 쓰며 깨문 입술로 신음이 삐져나온다...
S#18. 숲 (밤)
원해와 주완이 횃불을 든 군사들을 이끌고 채옥과 성백을 찾는다...
일각 나무에 기댄 윤의 허벅지와 어깨를 광목으로 감싸주는 군사...
S#19. 동굴 안 (밤)
땀을 뻘뻘 흘리며 벽에 기대어 있는 성백...
채옥도 뒤로 물러나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쉰다...
성백, 가만히 눈을 감는다...
채옥, 천천히 일어나... 가죽 겉옷을 벗더니... 단검으로 쭉쭉 여러갈래로 찢는다...
그 중 한 갈래를 칼집에 감고는 부싯돌로 꼬아말린 기름종이에 불을 붙인다...
다시 칼집에 감은 가죽에 불을 붙이면 확 일어나는 불꽃...
성백 : (눈을 감은 채 숨을 헐떡이며) ...이제... 어찌할 참이냐...
채옥 : ...나가야지...(가려다 멈춰 뒤돌아보지 않고)...나를...왜 잡았소...?
성백 : (슬며시 눈을 떠 본다) ....너 같으면... 어찌했겠느냐.....?
채옥 : ....
성백 : ...생각 같은 건 없었다... 내 몸이 먼저 그랬을 뿐이니까......
채옥 움찔 곁눈으로 보다가 횃불을 들고 간다...
점점 멀어지는 불빛을 가만히 응시하는 성백.... 지치고 힘겨운지 머리를 벽에 기댄다...
20. 동굴 다른 통로 (밤)
채옥, 횃불을 들고 주위를 살피지만....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난감한 표정의 채옥...
S#21. 숲 (밤)
군사들이 야영하는 간단한 막사 서너개가 쳐져 있고 주위에는 화톳불을 켜놓았다...
마축지, 화톳불에 손을 쬐며 윤의 눈치를 보면...
윤... 치료를 받은 듯 어깨와 무릎에 광목천을 두른 채....
의자 높이의 통나무에 앉아 상념에 잠겨 있다...
수색을 마치고 오는 듯 서로 맞은 편에서..
원해와 주완의 군사가 올라온다...
축지 : (주완에게) ...어찌케... 못 찾으셨당가요?
주완 : 우라질...하늘로 솟았는지...땅으로 꺼졌는지 흔적도 없어...
축지 : 아따 차말로... 못잡았으믄 싸게 돌아올 일이제... 뭐한다고 이 많은 사람들을 고상시키까잉...
(꿍얼거린다) 얼마나 험하게 싸돌아댕겼는지...
나 발바닥에 애기 대갈통만한 물집이 잡혀부렀당게요...
주완 : (축지의 뒤통수를 갈기며) ...내 주먹만한 물집은 아니고...?
축지 : (아파서 뒤통수를 싸맨다) ....
원해 : (윤에게) ...여태 나타나지 않은 걸 보면... 틀림없이 장성백과 옥이는 함께 있습니다...
윤 : (미간이 꿈틀거린다) ...
원해 : 놈을 놓쳤거나 제압했다면 돌아오지 않을 리 없지요....
아무래도 옥이가 놈에게 역공을 당해... 잡혀 있을 공산이 큽니다...
주완 : (윤의 심기를 살피라는 듯 말을 제지하고 나서는) 야 이부장!
원해 : 냉정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옥이가 그나마 살아있다면 다행이구요...
윤 : (원해를 쏘아보며) ...틀린 말은 아니오만... 죽지는 않았을 것이오...
원해 : (왜 그러냐는 듯 본다)....
윤 : (침착하게) ...놈이 옥이를 죽이려 했다면...옥이는 벌써 이미 여러번 죽었을 것이오...
주완 :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 놈이 옥이를 어째서 살려둔단 말입니까?
축지 : (뭘 안다는 듯) 맞아라우......종사관 나리 말씀이 천번... 만번 맞아라우...
(주완을 슬쩍 보고는) 옛말에도 뭣도 모르는 것들이.... 과부한테 뺨 맞는다 안허요...
주완 : (뭐? 이 개새끼가...!)
축지 : 나도 그렇게 짐작하는구만이라우... 그래도 붙은 정이 몇날 며칠인디....
고렇게 무 자르대끼 쉽게는 못죽이제... 하먼이라우...
윤 : (어두운 표정으로 원해와 주완에게) ...혹여 그게 아니라면... 옥이의 시체라도 거둡시다!
(쩔뚝거리며 막사로 들어가다 돌아보며 축지에게) 너는 그만 도성으로 돌아가거라....
축지 : 아따 서운하게 고게 뭔 말씀이다요.... (강조) 양민인 이 마축지는 말입니다요...
의리를 빼먼 고자나 마찬가진랑께요....나가 다모 누님헌테 충성을 바쳐불겄다고 약조 한 놈인디..
누님 생사를 모르고..나 혼자 발 뻗고 잠이 오겄습니까...내려가도 누님 얼굴은 꼭 보고 갈랍니다..
원해 : (화가 치밀어) 내려가라잖아 임마!
축지 : (턱을 내밀며) 안내려가라우, 못내려가라우!
주완 : (뒤통수를 퍽 치며) 새끼가 어따 대고 턱주가리를 내밀어!
그리고 너 새끼 한번만 더 나으리하고 얘기하는데 끼어들면 죽는다... 알았어...?
축지 : 아,알았어라우...(입을 이죽거리면서 한쪽으로 간다)...어째 양민을 개패드끼하고 지랄이여지랄이
S#22. 다른 숲 (밤)
덕수와 일행들 몸을 낮추고 기다리고 있으면...
잔가지를 헤치며 다가오는 사내1...
덕수 : 어찌 됐느냐...?
사내1 : 막사로 철수하나 싶더니 다시 횃불을 들고 샅샅이 뒤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밤새 그럴 모양입니다...
덕수 : ...놈들 움직임이 잠잠해질 때까지 제 자릴 지켜라... 형님께서 언제 신호를 할 지 모른다...
사내들 : 예....
모두 흩어지는데... 사내1만 할 말이 있는 듯 쭈삣하게 서있다..
덕수 : (의아하게 보면) ...?
사내1 : ...각출이 형님.. 시신을 한양으로 보내.... (고개를 돌리며) 저잣거리에 효수를 한답니다...
덕수 : (아무렇지 않은 듯) 그게 놈들의 수순 아니냐...
(고개를 돌리는 데..... 눈시울이 뜨거워 지고,.. 머리털이 선다....)
사내1 : (뻘쭘이 서 있다가 돌아서는데...)
덕수 : (뒤 돌린 얼굴에 눈물이 흐른다) ....개자식들....
사내1 : (다시 돌아서는데)
덕수 : (회한이 이는 듯) ...내 잘못이다! ....난.... 항상 각출이를 나무랬다...
침착하라고... 한번 더 생각하라고....
사내1 : .....
덕수 : ....난 늘 생각만 하는 놈이었고... 각출이는 생각없이 몸으로 움직이는 놈이었어...
...허나 내가 틀렸다... 각출이는 지 생각을 안했을 뿐이지...
(눈물이 줄줄 흐른다) ...형님과 우리 생각으로 살아온 놈이었다 ....내가 틀렸다...
사내1 : (눈가가 흥건해진다)
덕수 : (눈가를 훔치며 벌떡 일어난다)...백천 관아에 군사가 얼마나 남아 있더냐...
S#23. 산 숲 (밤)
횃불을 들고 산을 수색하는 군사들...
S#24. 산 막사 안 (밤)
의자에 앉아 작은 찻잔을 잡은 채 머리를 괴고 있는 윤...
<플래쉬백> 8부 7씬에서
채옥 : .. 산을... 내려가자... 장성백....
찻잔 잡은 윤의 손이 부르르 떨린다...
손아귀에서 퍽- 깨어져버리는 찻잔...
바닥에 떨어지는 사기 조각들...
이때, 들어오는 현감...
현감 : 너무 어두워 놈을 찾기가 어렵소.... 아직 이 산에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고...
수십의 군사들을 요소에 배치 시켰으니... 피곤한 군사들을 물리고...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다시 오도록 합시다...
윤 : (정중하게) 작은 관아 하나쯤은 손바닥 뒤집듯이 습격하는 놈입니다.....
삼삼오오 길목을 지키는 군사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현감 : 종사관... 이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그 놈을 찾는다는 건....
한강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격이오.... 포장 영감께서 협조하라 했다고는 하나...
어디까지 돕느냐는 본관의 재량이오! 지금 관아에는 아전들과 군졸 서넛만이 남아있소...
이대로 두었다간 고을의 치안 또한 어려워지오... 군사를 철수하겠소....!
윤 : (O/L, 큰소리로) ...어명입니다!
현감 : (놀란다)
윤 : (실수를 깨닫고는 난감해 하는데)....
현감 : 교지가 있으시오?
윤 : (수그러져)...교지가 있는 것은 아니오.
허나 놈을 꼭 잡아들이라는 것이 주상전하의 굳으신 뜻이라 그 말입니다...
현감 : (노려보며 의심스럽게) ...포청의 종사관이 어명을 빙자할 일이 있겠소만...
반드시... 그 말에 책임을 지시오! (몸을 돌려 나가려는데)
윤 : (돌아보며) ...관아에 화약이 몇 근이나 있습니까?
현감 : ....?
윤 : 산을 밝혀야겠소...
S#25. 조세욱 방 앞 (밤)
조세욱이 선전관을 마주하고 서 있고....
그 옆에는 수행포교 장부장이 있다...
세욱 : (의아하게) 낮에 뵈었는데... 다시 입궐하라니... 대체 무슨 일이오....?
선전관 : 소인도 잘 모르는 일입니다... 그저 급히 입궐하라는 주상전하의 명만 받들었을 뿐입니다...
세욱 : (심각한 표정인데) ....
선전관 : 좌포장 영감만 부르신 게.... 사주전 수사에 관한 걸 물으려 하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세욱 : 그러시겠지... 아직 아무런 장성백 일당을 잡지 못했으니 말이야....
장부장 : (눈빛을 빛낸다) ....
세욱 : 곧 입궐하겠네....
선전관 : (돌아서 가면)....
장부장 : 소인이 모시겠습니다....
세욱 : 늦었는데 그만 들어가게....(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장부장 : 아닙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세욱 : (고개를 돌려 장부장을 본다)
S#26. 대궐 편전 (밤)
임금 앉아 있고.... 세욱이 곡좌하고 있다....
도승지와 사관도 아직 자리에 남아있다...
별 진전이 없다는 보고를 받은 듯 임금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임금 : (화를 누르며) 대비께서 서둘러 세자빈을 간택하라 하셨소.....
...과인은 곧 간택령을 내리고 겨울이 오기 전에 혼사를 치룰 것이오...
(이마를 지긋이 누르며) ...헌데.... 나라의 경사를 앞두고....
아직까지도 백성의 근심을 없애지 못하고 있으니... 대체 좌포장은 무얼 했단 말이오....
세욱 : 송구하옵니다 전하....
임금 : 머리를 조아린다고 될 일이오...! 과인이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조정 대신들의 뜻을 물리치고....
기회를 줬거늘.... 매번 답하는 것이 송구하단 대답 밖에 없단 말인가...!
세욱 : ......
임금 : 무능하고 무능하도다.... 좌포장의 조부와 선친께서는 임진년의 국난을 맞아 혁혁한 공을 세워
공신록에까지 올랐는데.... (비수로 찌르듯)..그 위명이 3대를 잇기는 어려운 모양이구려....
지독한 수치심으로 사색이 되는 조세욱....
도승지와 사관도 놀라는 얼굴이다....
도승지 : (지나치다는 것을 알리려는 듯)....전하.... 좌포장 또한 도성 포도와 치안에 적지 않습니다....
임금 : (아랑곳 없이) ...도승지 말씀처럼 그나마 그러한 공이라도 있기에 아직 그 자리에 붙어 있는 줄
아시오..허나 과거의 공으로 당금의 무능을 덮을 수는 없는 일....부끄러운 줄 아셔야 할 것이오...!
세욱 턱이 덜덜 떨린다....
임금 그런 세욱을 쳐다보지도 않고 일어나 나가버린다....
도승지 : (안타까워) 영감.... 너무 서운해 마십시오...
요즘 전하의 심기가 몹시 불편해 말씀이 과 해지신 겁니다...
(사관을 보며) 이 자리에 있었던 얘기는 순화시켜 주시게...
사관 : (고개를 끄덕인다) 예...
세욱 천천히 일어나 나가는데...몸이 휘청한다....
도승지 : (얼른 부축하며) 영감....
세욱 : 괜찮습니다....(나간다)
S#27. 궐 후문 앞 (밤)
한쪽에서 장부장 누군가에게 귓속말을 듣고 있다...
언뜻 내관처럼 보이지만 어둡다...
문 안쪽에서 사람 발자국 소리가 나자 황급히 사라지는 내관...
이어 문을 넘어 세욱이 힘없는 걸음으로 나온다...
장부장 : 이제 나오십니까...
세욱 :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고개를 떨군다) ....
장부장 : (모른 척 눈을 빛내며)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세욱 : (힘없이) ...혼자 가겠네... 집으로 들어가게...... (앞서 간다)
S#28. 백천 관아 마당 (밤)
관군 두 명이 마당에 널브려져 있고....
덕수와 사내1... 각출의 시신을 둘둘 만 거적을 매고 발소리를 죽이며 내달린다...
S#29. 동굴 안 (밤)
성백이 앉아있는 자리로 돌아오는 힘없이 채옥...
(성백의 대사는 계속 힘겹고 떨린다)
성백 : ...... (몸이 덜덜 떨리고 입술이 파랗게 변해 있다)....
채옥 : (횃불을 바위 틈에 꽂고는 조금 떨어진 곳에 털석 앉는다) .....
성백 : (떨며 힘없이) ...나갈 곳이... 없더냐...
채옥, 고개를 돌려 성백을 보면...성백의 상태가 예사롭지 않다...
다급하게 한켠으로 가 동굴 천정을 올려다 본다...
너무 높아 도저히 사람의 힘으로는 오를 수 없는 조그만 구멍에서 별빛이 보인다....
성백 : 나도 여러번 생각했지... 하지만 내 다리가 부러지지 않았어도.... 오르지 못할 높이야...
소리를 질러봐야 동굴 안에서만 공명하겠지....
채옥, 난감해 한숨을 내쉬는데...
발 아래 툭 떨어지는 죽통...
채옥 : (죽통을 보았다가 성백을 보면) ......
성백 : ...정확히 쏘아올리지 못하면... 그야말로 너와 나는 이곳에서 저승동무나 할 수 밖에 없다....
채옥 : (죽통을 주워보고는) ...나가서...내가 놔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성백 : ...잡는다고 잡히고... 놓아준다고 놓여날 내가 아니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건... 오직 내 의지 뿐이니까...
채옥 : (성백을 노려본다) .....
성백 : (계속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려는 듯 눈을 감는다) ....
채옥, 죽통 뚜껑을 열면...
안에 신호용 폭죽이 있고....
점화선이 밖으로 나와있다...
S#27. 숲 (밤)
윤의 지시에 따라 군사들이 삼삼오오 다급하게 뛰어간다...
S#28. 동굴 안 (밤)
천장의 구멍의 위치를 가늠하며 죽통을 바닥에 세우는 채옥...
각도를 세밀히 조절하고는 발사시 움직이지 않도록 죽통 주변에 돌을 괸다...
눈을 힘겹게 뜨고는 채옥을 보는 성백...
성백 : (태연하게) .... 누가 먼저 달려올 것 같으냐...
채옥 : (보면) ....
성백 : ...관군이 먼저 오면 내가 죽을 것이고... 내 아우들이 먼저라면 니가 죽겠지...
채옥 : (다시 신중하게 죽통의 각도를 조절한다) ....
성백 : 허나... (냉소적으로 웃으며) 아무래도 이 산은... 너와 나를 찾는 관군으로 뒤덮여 있을 게야....
침을 꿀꺽 삼키고는 다시 천장의 구멍을 올려다보는 채옥...
신중하게 심지에 불을 붙인다...
소리를 일으키며 타들어가는 점화 심지....
S#29. 숲 일각 (밤)
윤 옆에 주완이 횃불을 들고 있다....
원해 달려온다..
원해 : 채비가 끝났습니다....
<인서트> 동굴 안, 심지가 거의 다 타들어간 폭약.....
윤 : (밤하늘을 한번 살피더니) 시작하시오...
주완 : 예...
S#30. 동굴 안 (밤)
동굴 안, 이내 그리 크지 않은 폭발음을 내며 동굴 밖으로 날아가는 폭약...
구멍을 무사히 통과하자 그제사 안도감에 눈을 감는 채옥...
그 모습을 보는 성백...
S#31. 산 일각 숲 (밤)
비오듯 땀을 흘리며 거적을 매고 잰걸음으로 가는 덕수와 사내1....
거적이 풀어헤쳐져 눈도 못 감고 죽은 각출의 얼굴이 드러나 있다...
밤하늘을 가르며 솟아오르는 죽통....
이윽고 죽통이 터지며 작은 불꽃을 일으킨다...
덕수 : ...혀...형님이다...!
거적을 맨 채 동료들이 있는 산 위로 급하게 뛰어올라간다...
S#32. 윤이 있는 숲 일각 (밤)
원해, 활시위에 죽통이 달린 화살을 걸어 쏘려고 밤하늘을 겨누고 있다...
죽통의 심지에는 불이 타들어가고 있고...
막 활 시위를 놓으려는데...
어디선가 슈욱- 하며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허공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터진다....
주완 : 아니 어떤 우라질 자식이 먼저 쏜거야...!
원해, 활시위를 당긴 채 어찌할까 윤을 본다...
불꽃에 시선을 고정한 채 천천히 원해에게 손을 들어 제지하는 윤..
윤 : (직감적으로 번뜩) .....옥이다.....
그와 동시에, 쏘아올리라는 신호인 줄 알고 군사들이 쏘아올린 폭죽이 연신 밤하늘에 터진다...
채옥의 불꽃은 점차 사그라들며 다른 폭죽들에 파묻힌다...
윤 : (밤하늘을 두리번거리며 미친듯이) 안돼! 멈춰! 멈춰라!... 멈춰라-- (다른 숲으로 달려간다)
주완, 원해 나으리--하며 뒤따라간다...
S#33. 다른 일각 (밤)
계속해 폭죽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S#34. 산 숲, 덕수 동료들이 있는 곳 (밤)
덕수, 다른 폭죽이 터지는 것들을 보며...
아연실색한 듯 거적을 내려놓는다...
덕수 :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지며) ...저 쳐죽일 놈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거야... 무슨 짓을...!
S#35. 동굴 안 (밤)
폭죽 터지는 소리가 동굴 안까지 울린다...
천장 위 동굴 구멍을 환히 비추었다 사그라지는 빛.....
천장을 올려다보는 채옥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런 채옥을 보는 성백의 눈이 초췌하다....
성백 : ...보았구나....
밝았던 얼굴의 채옥, 초췌한 성백을 본다....
성백 : ...니가 살겠구나....
마음이 편치 않은지 채옥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진다...
S#36. 마축지가 있는 숲 일각 (밤)
축지와 군사들... 활 시위로 폭죽을 쏘아올리고는 다시 다른 죽통에 불을 붙이는데...
윤 : (미친듯이 달려와) 멈추라 하지 않느냐, 이놈들..!
칼을 빼 불붙은 심지를 단숨에 잘라버리고는
죽통 발사를 주관하던 관아 장교1을 향해 칼을 겨눈다....
옆에서 열심히 일하던 마축지.... 기겁해 달려온다..
축지 : (몸을 벌벌 떨며) 나,나으리... 어,어째 이라신다요...
윤 : (눈에 살기가 돈다) ...옥이가 알린 것이다....
원해 : (다급하게 칼을 든 윤의 손목을 잡으며) ...옥이는 폭죽이 없습니다... 쏘았다면 장성백이겠지요..!
윤 : (팔을 잡은 원해에게 시선을 돌리며)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쏘았다면 장성백이라니......
(버럭) 우리가 쫓고 있는 자가 장성백이 아니고 누구란 말인가..!
원해 : (잡은 손을 내리며 수하들을 향해) ...물러가라!
번개같이 사라지는 수하들....
서로 노려보는 윤과 원해...
S#37. 덕수가 있는 숲 (밤)
불꽃이 사그라든 밤하늘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 덕수...
사내1 : (다가와) ...형님....
덕수 : ....
덕수 고개를 툭 떨구더니...
몇 걸음 옆에 놓인 거적으로 다가간다
덕수, 앉아 천천히... 거적을 벗기면... 각출의 시신이다.....
사내들 주위에 숙연하게 서 있고...
떨리는 손으로 각출의 볼을 쓰다듬는다.....
덕수 : (눈물이 툭 떨어진다) ...각출아... 미안하다...... 그래도 나... 울지 않을란다.....
....새 세상이 오면.... 그 날... 양순이 무등 태워서...
니 아부지가 만든 세상이라고 자랑하고 다니마..... 그때까지... 그때까지는... 나 울지 않을란다....
(눈물이 줄줄 흐른다)
주위의 사내들 눈물을 훔친다....
덕수, 다시 거적을 덮고는 솟구치는 눈물을 참으려는듯 눈두덩을 누르더니 벌떡 일어난다...
덕수 : ...형님을 구하지 못하면... (비장하게) ....함께 죽는다...!
S#38. 마축지가 있는 숲 일각 (밤)
원해 : (윤을 노려보며) 장성백입니까... 채옥입니까?
윤 : (눈을 감는데 눈꺼풀이 떨린다...) 주상전하의 근심과... 사직의 사활이.. 오늘밤에 달려 있소.....
이부장 말대로 장성백이 폭죽을 쏘았다면...... 그자가 낙오되었다는 의미가 아니겠소...
장성백은 총탄과 살을 맞아 피를 흘리고 있고... 이 산은 관군이 장악했소......
그 자가..... 꼼짝할 수 없는 처지에 봉착해 있단 말이오... (노려보며) 다시 오지 않을 기회요...
원해 : (아직도 의심스럽지만.....)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잡아야 합니다....... 오늘.....
윤 : ....하지만 폭죽은.... 장성백이 쏘아올린 게 아니오...
...이부장 같으면 관군이 뒤덮인 곳에서 자기의 위치를 알리고자 폭죽을 쏘겠는가....
원해 : (실수한 듯 싶다....)
윤 : (혼자말을 하듯) .... 틀림없이 옥이가 쏘았소... 이부장 말대로.... 두 사람이 같이 있소.......
... 놈의 동패들 또한... 이 산을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오....
.....장성백의 폭죽인지는 몰라도... 쏘아올린 것은 채옥이오.......
(의지를 담아) 반드시 잡아야 하오.... (간절하게) 옥이가 무사하길 누구보다 바라오.....
(떨리는 목소리로) ....하지만... ....옥이를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잡아야 하는 자가 장성백이오...
원해 : (냉정하려 애쓰며)....다른 군사가 실수로 쏘아올린 것 일 수도 있습니다....!
윤 : (갑자기 원해의 멱살을 잡는다) 그래도 못알아 듣는가... 당장 군사들을 확인해 보라...!
또다른 진영에서 뒤늦게 터지는 폭죽이 밤하늘을 밝힌다....
윤 : (원해를 거칠게 밀치며) ...이,이런 빌어먹을... (버럭) ..당장 멈추게 하란 말이야...당장----!
S#39. 산 전경 (밤)
폭죽이 터지는 하늘 위로 윤이 목소리가 비명처럼 메아리친다...
S#40. 동굴 안 (밤)
초췌한 얼굴로 벽에 기대고 앉아 있는 성백...
관군을 기다리는 채옥의 어두운 얼굴 너머로...
성백의 모습이 보인다.....
슬핏 고개를 돌려 성백을 보는 채옥....
횃불이 가물가물 타고 있다...
S#41. 동굴 안 (밤)
횃불이 가물가물 타고 있다...
떨어져 벽에 기대고 있는 두 사람...
성백 : (눈을 감은 채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늦구나....
채옥 : ....올 것이오....
성백 : ...그래야겠지...
채옥 : ......
성백 : ...둘 다 죽는 것보다야 나은 일 아니더냐....
채옥 : (홱 쏘아보며) ...대범한 척 굴지마라....
성백 : (씁쓸하게 웃으며) ...언젠가... 난 이 땅의 백성일 뿐이라고 얘기했었지....
...너 또한 마찬가지다. ..이런 시절만 아니라면... 너도 사랑받고 살았을 백성일 뿐이다...
...내가 베고 싶었던 건 ...너 같은 백성이 아니다...
채옥 : ...시절을 탓할 일만은 아니지.... 악연이오....
성백 : ...그래... 산채에서 널 베어버렸다면.... 이곳에 떨어지는 널... 잡지 않았더라면...
..... 죽은 각출이와 형제들을 생각했다면.... 이리 되지는 않았겠지..........
마음으로 베어야... 칼이 움직이는 법...무엇 때문에 항상 망설였는지...난 아직도 모르는 일이다...
(몸을 떨더니 급기야 기침을 해댄다)
채옥... 약간 걱정된 눈으로 성백을 본다...
성백 : (호흡이 거칠다)...두렵지 않느냐...?
채옥 : ...
성백 : ...나는 두렵다....목숨을 던진 각출이의 죽음이 두렵고......
다시는... 아우들의 얼굴을 보지 못할 것이 두렵다....
채옥 : ...네 칼 아래 죽은 수많은 자들의 원혼도 두렵겠지....
성백 : (눈물을 글썽이며)...무엇보다...그 아이....불쌍한 내 누이를....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것이..
...그 아이가 짐승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두렵다.. 나는....
자세한 사연은 모르겠지만...
성백의 의외의 태도가 조금 안스럽다...
S#42. 막사 앞 (아침)
꺼진 화톳불 주위에서 지친 군사들 수십이 서로 어깨를 기대거나 쓰러져 누워있다...
막사로 올라오는 윤과 현감, 주완, 원해, 마축지와 군사들...
윤, 군사들을 안스러운 눈으로 본다....
윤 : (마음을 다잡아) 교대한다..! 당장 대오를 갖춰라...!
피곤한 군사들 뭉기적거리는데...
윤 : (수장답게)...명이 들리지 않느냐!
현감 : 이보시오 종사관....! (따진다) 해도 너무하지 않소....
밤새 한시도 눈을 붙이지 못한 군사들이오.....한식경이라도 쉬게 두시오...
윤 : (단호하게) 도성 군사 수백의 목숨을 앗아간 화적장이... 궁지에 몰렸습니다....
이를 놓치면... 현감께서 책임지시겠습니까?
원해 : 나으리 저 좀 보시겠습니까...
윤, 원해와 주완이 있는 쪽으로 간다...
원해 : 군사들이 쇠로 만든 몸뚱이는 아닙니다...나으리께선 아니라 하시지만... 자꾸... 제 눈에는
장성백을 잡고...(주변을 슬쩍 의식 하더니) ...역모를 막기 위함이 아니라.....옥이에 대한 애착...
(눈에 불이 난다) 옥이에 대한 과한 집착처럼 보입니다...
주완 : (참다 못해)...원해야...!
윤 : (마음을 애써 감추며) ...내 말하지 않았소.....하늘이 주신 기회를 군사들이 피로하다고 망칠 수
있겠는가...! 집착...? 집착이라 했소..... 틀리다고는 하지 않겠소....
(비장하게) 허나... 과한 집착으로 보였다면.... 그건 역당에 대해서고... 그 자가 장성백이오....
원해 : ....나으리는 이미 장성백조차 사사로운 감정으로 대하시고 있습니다!
...나리 말씀처럼 잡범 한 놈... 잡는 일이 아닙니다... ...호랑이 사냥을 하기 전에 수하들의 몸을
먼저 염두에 두시던... 예전의 모습이 아닙니다...
(차갑게) ...옥이를 생각하는 반만큼이라도..... 군사들을 생각하십시오!
주완 : ...너 정말 그만두지 못해...!
원해 : 형님...! 저도 이렇게는 일 못합니다...!
윤 : (화를 누르며) ...내 밑을 떠나고 싶단 뜻인가...?
원해 : (입주위가 실룩이는데) .....
군사 한 무리(오십여명)를 이끌고 올라오는 해주감영 판관(종5품) 양진호....
현감 : 아니 이게 뉘시오....감영의 양진호 판관 아니시오...
판관 : ...오랜만입니다...
현감 : ...관찰사께서 보내셨구려... (다가오는 윤을 가리키며) 이쪽은....
윤 : (예를 갖추며) ...좌포청 종사관 황보윤입니다....
판관 : (답례하며)...애들 쓰셨습니다... 현감께서는 군사들을 이끌고 동헌으로 돌아가십시오....
이곳은 제가 맡겠습니다....
현감 : (기다렸다는 듯) 고맙소이다... (군사들에게 가며) 철수한다...!
군사들 화색이 돌며 일어서 대오를 정비한다....
판관 : 종사관도 그만 도성으로 돌아가시오....
윤 : (당황하다가) ...여기 남겠소....
판관 : ...관찰사 영감의 영이니... 돌아가시오....
윤 : ...장성백은 포청에서도 쫓는 자요.... 나 또한 포장 영감의 영으로 온 것이외다....!
판관 : (노려보다가) ...좋소.... 대신 내 통제에 따르도록 하시오...
주완 : (불끈) 따르라니...! 같은 품계인데....그러한 예와 법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윤 : 나서지 마시오....!
판관 : (주완에게) ....허면...내가 종사관의 지휘를 따라야 하는 것인가....?
주완 : 이곳 정황은 우리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서로 상의를....
윤 : (O/L, 주완에게) 그만 두지 못하겠소..... (포기하는 듯 판관에게) ...그리 하겠소...
주완 : 나으리....
윤 : 백부장은 사안의 막중함을 모르시오...!
판관 : ...벌써부터 혼선이 생기지 않습니까....돌아가시는 게 낫겠소이다....
원해 : (불뚝) ...돌아가시지요..!
윤 : (날카롭게 원해를 노려보더니 이내 미소를 머금고) 아닙니다... 마음 푸십시오....
(원해를 깊은 눈으로 보면서) ...이부장......... 포청으로 복귀하시오...
원해 : (얼굴이 굳는다) .....
주완 : 나으리....
윤 : 들리지 않소....!
원해,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고는.... 이내 돌아서 내려간다....
이부장을 부르며 헐레벌떡 따라가는 주완...
S#43. 인근 일각
주완 : 야 이부장....원해야..! (모퉁이를 돌아서자 뒤를 살펴 보더니 다급히 원해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확 잡아챈다)
원해 : ....잡지 마슈... 냉철하지 못한 장수 밑에서 살아남은 장교 없수.... ...형님도 아시잖수...
내겐 같은 하늘을 이고 살지 못하는 원수들이 화적패요... (눈이 젖 어오며)...내 할아버지...
아버지... 두 분 모두 화적들의 손에 돌아가셨소.... 그나마 겨우 풀칠해 먹던 보리살 서말의
녹도 없이 ....살아온 어머니와 나란 말요.... (눈가엔 눈물이 고였는데... 애써 쓴미소를 지으며) ...
내 그래서 장가도 안들잖소..... 황보 종사관을 만나고서는... 이제야 장가 좀 가보나 싶었더니...
(씁쓸히) ...텄소...!
주완 : (어깨를 톡톡 치며) ...안다...알아...
원해 : ...형님이라두.... 잘 모시슈.... (돌아서는 얼굴이 쓸쓸하다)
주완 : (단호히) 이놈아...! (긴장해서)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고 잘 들어라...
원해 : (고개만 슬쩍 돌린다)
주완 : 우리가 장성백과 부딪힌 게 어제 낮이다... 저 판관 놈은 감영에서 하룻밤만에 달려왔어...
현감이 감영에 서찰을 보냈다 하더라도 저리 신속히 움직이지는 못해...
원해 : (그제사 감이 잡힌 듯 눈이 빛나더니 홱 돌아선다) .....
주완 : 역모가... 민란의 규모가 아닐 수도 있다.... 잘 들어...
감영까지 엮여 있다면 이건 예사 모반이 아니다.....
원해 :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주완 : (농담처럼 웃으며) ....니기미 ....보리살 서말 녹봉 인생들이 큰 일 한번 쳐보자...
(진지하게) ...해주 감영으로 가라... 빨리 와야 된다...
원해 가면, 주완 뒷모습을 본다.....
S#44. 막사 앞
탁자 위에 지도를 펼쳐두고 판관에게 설명하는 윤....
윤 : 동헌 군사들과 산자락을 지켰으니...산 밖으로 벗어나지는 못했고 어딘가 숨어있을 공산이 큽니다...
판관 : ...알겠습니다... 내가 다시 수색을 할 것이니... 종사관은 각 길목의 요소를 지키십시오....
윤 : ...함께 찾겠습니다....
판관 : (쏘아보며) ...내 뜻에 따른다 하지 않았습니까...?
윤 : ......
판관 돌아서서 군사들 쪽으로 가면...
주완이 털래털래 오고...한쪽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축지가 다가온다...
주완 : (모른척 몸을 돌리며) 하여튼 이부장 저 자식 성질머리 하곤....
(윤의 눈치를 슬핏 보며) 감영에서는 왜 또 끼어들고 난리야...
축지 : 군사가 많으면 좋제...뭐가 걱정이다요...
윤 : ......
축지 : 아따... 그러찮애도 다모 성님 걱정 땜에 속이 숯뎅이가 되아부렀는디... 어째들 이러시까잉...
(마치 상관이라도 된 듯 벌컥 화를 내며)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 인디 이래서야 쓰겄소...
쓰겄냔 말이시...! 아조 콩가루를 만들어불드라고잉...
주완 : (뒤통수를 빡- 때리며)...임마... 죽 쒀서 개 준다는 말도 몰라...쥐는 우리가 몰았는데...막판에
저 판관이... 장성백이 놈을 잡아봐... 우리는 그냥 삼베바지 방귀 빠지는 짓거리만 한것이여....
(가며 윤이 들으라는 듯) ...으이구 이놈의 지긋지긋한 부장생활...
축지 : (뒤통수를 쓸며) 칵 그냥-- 평생 부장질만 해묵어부러라....니기미...
S#45. 동굴 안
성백, 이마의 땀을 흘리며 초췌한 표정으로 벽에 기대고 있다...
호흡이 거칠고...입이 바짝 타있다....
S#46. 동 다른 곳
채옥, 출구를 찾으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한쪽에 다른 통로가 있다...
그곳으로 발길을 옮기는 채옥...
살피며 뚜벅뚜벅 가는데.... 역시 바위벽이 가로막고 있다...
채옥, 지쳤는지... 털썩 주저앉아 무릎에 고개를 묻는다...
그때, 어디에선가 똑- 똑- 물 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는 채옥...
동굴 천장에서 한방울씩 물이 떨어지는 것이 보이고...
그 아래 바위에 움푹 파인 물 웅덩이가 보인다...
채옥, 너무 반가워 물웅덩이를 바라본다...
두 손으로 물을 떠 정신없이 마시는 채옥...
S#47. 동, 성백이 있는 곳
눈을 감고 있는 성백, 낮은 신음소리까지 새어나온다...
다가오는 채옥... 희미하게 눈을 떠 채옥을 보는 성백...
채옥이 물젖은 손수건을 내민다...
채옥 : 입술이라도 축이시오.... (툭 던진다) ...
성백, 받아서는 입을 벌리고는 힘껏 수건을 짠다...
몇 방울의 물이 떨어지지만 아쉽다...
수건을 든 손을 떨구는 성백....
성백 : ...무...물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다오...
채옥 : (무시한다) ....
성백 : ...농이 심하다... 환부를 닦아야겠어...
채옥 : (노려보면) ....
성백 : ...살 썩는 냄새를 맡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
채옥, 성백을 노려보는데...
고개룰 떨군 채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숨이 가쁜 성백이 한편 안스럽기도 하다...
채옥, 다가가 멈칫거리며 어깨를 내밀며 앉는데...
힘없이 손을 올려 채옥의 어깨를 감는 성백...
순간, 채옥의 얼굴이 당혹스러우면서도 부끄러운 듯 미묘하다...
S#48. 동, 물이 있던 동굴
성백을 부축하여 다가오는 채옥...
다 왔다 싶자...성백의 팔을 풀며 밀친다...
털썩 주저앉는 성백...
성백 : ...고약하군...
그런 성백을 노려보는 채옥...
성백, 바지를 와락 찢어내면... 농이 흐르며 곪아가는 환부가 보인다...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채옥...
성백 : ..물을 떠 부어다오...
채옥 : (홱 쏘아본다)...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
성백 : (진심으로) ...부탁이다...
채옥... 할수없이 웅덩이로 다가가 손으로 물을 받아 조심스럽게 온다...
그리고는 환부에 물을 천천히 붓는 채옥...
성백, 고통스러운지 이를 문다...
S#49. 좌포청 세욱 방 앞
댓돌 위에 세욱의 신발이 놓여 있다...
장부장과 몇몇의 부장들이 걱정어린 얼굴로 낮게 소곤거리고 있다...
난희가 중문을 넘어 다가온다...
부장들 말을 멈춘다...
난희 : (장부장에게)...대체 무슨 일입니까....
장부장 : 어제 궐에 다녀오신 후로 한잠도 주무시지 않고 술을 드시고 계십니다...
난희 : (놀란다)......
장부장 : ...들어가 말리려 했지만....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호통을 치셨습니다...
난희 : (세욱 방문 앞으로 간다) ...
S#50. 세욱 방
주변에는 대 여섯 개의 술병이 널브러져 있다...
임금 : (E) 무능하고 무능하도다....좌포장의 조부와 선친께서는 임진년의 국난을 맞아 혁혁한 공을
세워 공신록에까지 올랐는데.... (비수로 찌르듯)..그 위명이 3대를 잇기는 어려운 모양이구려....
술잔을 비우는 세욱...
난희 : (E) 아버님...난흽니다...
세욱 : 물러가거라...
난희 : (E) 들어가겠습니다....
세욱 : (버럭)...물러가라 하지 않느냐...!
S#51. 동 방문 앞
난희 : ....아버님....
세욱 : (E) ....지금은 누구하고도 마주하고 싶지 않다....
난희 : 대체 무슨 일이시기에 그러십니까...? (대답이 없다)... 아버님....
(역시 대답이 없자 걱정스럽게 한숨을 내쉬며 물러난다, 장부장에게)
궐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장부장 : 전하께 꾸중을 들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난희 : ....아버님 곁을 지키주십시오... 무슨 일이 있으면 알려주시구요....
장부장 : 예....
난희 : (다시 한번 세욱의 방문을 걱정스런 얼굴로 본다) ....
S#52. 정필준 밀실
정필준 등을 보인 채 가부좌 하고 있고...
등 뒤로 역시 등만 보이는 사내(내관)가 보인다....
필준 : 간택령을 언제 공포한다더냐.....?
사내 : 지금 내명부에서 날을 잡고 있습니다....
필준 : (숙고하는 듯) ...겨울이 오기 전이라..... 해가 가기 전이라.... 주상은...?
사내 : 무엇에 쫓기는 듯 항상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조세욱에 대한 신뢰도 이제 완전히 거 둔 듯 싶습니다....
헌데 아직 그 자리에 두는 연유를 모르겠습니다....
필준 : ...계륵이지.... 그대로 두자니 마음이야 불안하지만... 버리자니 그만한 자가 없고....
잠을 못이룰 정도로 고심이 되겠지.... 조세욱 그 자는 덕과 의기가 있는 장수지만....
유연함과 지략이 없어... 결코 우리의 그림자도 잡지 못해....!
S#53. 산, 어느 계곡
폭포가 쏟아지고 있고...
판관이 이끄는 군사들이 계곡물 주변을 따라 수색을 하고 있다...
판관 : 샅샅이 뒤져라... 시체라도 찾아야 한다...!
S#54.. 산, 정상
수색하는 군사들의 움직임이 훤히 보이는 위치....
두 명의 비호대가 군사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고.....
윤은 한쪽 바위에 어두운 얼굴로 앉아있는데....
주완 다가온다....
주완 : 나으리...
윤 : ...자리를 지키지 않고...무슨 일이오...?
주완 : ...나으리 거시기... 이부장 일 말입니다.... 겉만 보시고 오해하지 마십시오...
윤 : ...백부장...
주완 : 예....
윤 : ...판관 양진호가 왔다는 해주감영이 여기서 얼마나 되오...?
주완 : (놀라는)...! (비호대를 물리치려는 듯) 야...여긴 내가 지킬테니까...가서 끼니나 떼우고들 와....
비호1 : 부장나으리께서 종사관 나으리 곁을 떠나지 말라 했습니다...
주완 : (벌컥) 이런 우라질....지랄하고 자빠졌네....한양 간 놈 명령을 뭐한다고 듣고 있어...
당장 내려가...!
비호대 쭈삣쭈삣 내려간다.....
주완 윤을 돌아보면...
윤 : (그러지 않았으리라 믿으며) ...이부장을 포청으로 돌려보냈소.....?
주완 : ...알고 계셨습니까....? 원해 놈.... 해주로 보냈습니다...
판관... 어쩌면 감영 전체가 역모와 무관하다 장담할 수 없습니다...
윤 : (씁쓸하다) ...나나 백부장의 짐작이 틀리길 바랄 뿐이오....
주완 : (다급히) 원해가 알아보고 돌아오는 대로... 판관 놈을 물리쳐야 합니다...
윤 : (차분히) 그럴 필요 없소.... 그 자가 장성백을 찾도록 도와주시오...
주완 : .....?
윤 : 백천 관아의 군사가 화응하도록 손 써두겠소....
(사이) ....판관의 군사가 장성백을 찾는 순간.... 군령을 내릴 것이오...!
주완 : (비장한) 예.. 나으리....
윤 : 나와 백부장... 그리고... 비호대 뿐이오.... 칼을 내려두지 말고...... 기다리시오....
(사이) ...한꺼번에..... 쓸어버리겠소.......!
S#55. 백천 인근 산,
외떨어진 민가 전경
S#56. 동 방
중갓을 쓴 달평과 가토가 마주 앉아 바둑을 두고 있다...
...한쪽에는 수명이 앉아있는데...
방문이 부서지며 덮개 없는 관이 쑥 들어온다...
놀라 움찔하는 달평 가토 수명...
도끼눈을 한 덕수가 방으로 성큼 들어선다...
덕수 : (화를 누르며) .... 각출이오.... 형님은 산에 갇혀 있고... 여러 형제들이 죽었소... 헌데...
(버럭) 대체 지금 무슨 짓들이야...! (수명을 보며) ...넌 지난 삼년의 정을 이 따위로 갚느냐...!
수명 : (침착하게) 앉으시지요...
달평 : (다시 고개를 돌려 바둑판에 착수한다) ...
덕수 : 이런 쳐죽일..... (바닥판을 엎으려고 달려드는데)
달평 : (무섭게) ...이놈...!
동시에 가토의 칼이 어느새 덕수의 목에 닿아있다...
덕수 멈칫하면...
달평 : ...네 놈 따위 식견으로... 판세를 볼 일이 아니다...
가토, 칼을 번개처럼 칼집에 넣고 바둑판을 바라본다...
덕수 : (화를 못이겨 부들부들 떤다)...보시오.. 당신들이 보여주겠다는 새 세상을 위해 죽은 각출이오.....
(울음이 새어나오는 목소리로) ...식견있는 자가 보는 판세라는 게
방구석에 쳐박혀 바둑이나 두는 것이란 말이오...
달평 : (아랑곳없이 한 수를 착점하며)...장두령이 벌인 일이다...
(차갑게) ...사석(死石)을 구하자니....수순이 꼬이는구만....
덕수 : 최도방!
달평 : (돌아보지도 않고).... 지금 내 돌이 한 수 빠르면 살고... 한 수 늦으면 죽게 되어 있어....
덕수 : ....선문답 하지 마시오...! (비장하게)...감영의 군사만 이라도 물러나게 해주시오....
우리 모두가 죽더라도.... 두령은 찾아내겠소....
달평 : ...글쎄.... 감영의 군사라도 물러나게 해 달라... 내가 그리 늦게 수를 둔 것 같지는 않구만....
(기고만장해) 흑돌도 백돌도... 다 내 바둑알이니 말이야..... (웃음이 샌다)
수명 : (죽은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더니..... 무언가 낌새를 채고)....이미 수를 쓰신 겁니까....?
덕수 : (그제서야 이미 손썼음을 알겠다) ......!
달평 : 자네는 내 수순에 따라 움직이면 되지 않겠는가...
덕수 : (밖에 대고) 관을 빼라....! (수하들이 관을 빼 나가면 덕수 다시 달평을 보며)
고맙소... 하지만 마치 앉아서 구만리를 보듯이 식견만 내세우는 것이 능사는 아니오......
함께 움직일 줄도 알아야... 형제의 피를 느끼는 법이오...
달평 : (돌을 놓는 손이 멈칫한다) ....
덕수 : ....새 세상을 여는 일에... 적어도 우리는 이문을 계산하지는 맙시다...!
(칼을 문틀에 꽉 박으며 나간다)
달평 : (당황한 듯 헛기침하며) .....한심하군.... 계집보다 말귀를 못알아들으니...
수명 :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덕수를 따라 나선다)
S#57. 산 봉우리
관비들이 통에 담긴 주먹밥과 나물을 비호대에게 건넨다...
채옥이 남긴 유서를 보고 있는 윤.....
채옥 : (E) ...지금까지 나리와 함께 한 세월이... 곧... 제가 기억하는 생애의 전부입니다...
그런 나으리를 잃는다면 제가 어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나으리.... 나으리의 말씀처럼... 처음부터 산채로 올라가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으리의 목숨이 걸린 일인데도...
차마 그 자를 베지 못한 제 마음이...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그것이 죽기보다 괴로운 일입니다..
<현재>
윤...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관비 : (조그만 소반에 주먹밥과 국을 챙겨 들고) 나으리...
고개를 들어보는 윤.....
채옥이다...!
윤, 믿기지 않는 듯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계집종 : (곁으로 다가와) ...진지 드십시오....
윤 : (어깨를 더럭 잡으며) ...옥아....
계집종 : (놀라 소반을 떨어뜨린다) ....왜 이러십니까...(뒤로 주춤 물러선다)
그릇 깨지는 소리에 놀라...
다시 보면 채옥이 아니다...
비호대 달려오면... 그저 멍하니 서있는 윤...
S#58. 동굴 다른 곳
횃불을 들고 출구를 찾아보지만... 사방이 벽이다...
무기력해지는 채옥의 얼굴...
S#59. 동굴 안 (물이 있는 곳)
벽에 기대고 있는 성백.....
몸 상태가 악화되었는지... 호흡이 거칠고 땀을 비오듯이 흘리며 온몸을 덜덜 떤다....
힘없이 걸어오는 채옥.... 횃불을 바위 틈에 꽂고는 털썩 성백의 맞은 편에 앉는다...
성백 : ...나면서부터 반역을 꿈꾼 자는 없다.... ... 지난해에 역병에 걸린 어머니를 찾았지...
치료는 커녕... 마을에서 쫓겨나 굶어죽었다.... 온몸이 돌에 맞은 멍투성이었어....
살아온 길도 멍투성이었는데... 마지막 가는 길까지 그랬어... 그것이 조선 백성의 삶이다....
채옥 : ...말을 아끼는 게 좋을거야....
성백 : (아랑곳 없이) ....일곱살짜리 어린 누이도 내 눈 앞에서... 짐승처럼 끌려갔다...
그 아이가 살아있다면...... 스무살이 넘었을텐데.... 어느 사내의 아내가 됐을테고.......
.... 아이라도 낳았다면... 그 놈 역시 천한 노비가 되었을테지....
채옥 : ......
성백 : 도대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이냐.... ...병자가 치료 받고.... 굶는 자에게 밥을 주는 게...
그른 것이냐....사람이 사람을 짐승처럼 부리고... 학대하고....일하지 않는 자가 배불리 사는 게...
그게 옳은 것이냐... (기침을 하며 몸을 떤다)
채옥 : ...나는 그런 것 모른다....
성백 : ...나도 좋은 세상이 오면....칼 대신 가래를 들어 밭을 일구고...
아내와 아이를 키우는 꿈을 꾸곤 했다... ...그것이 너희들이 말하는 반역이고 역모다....!
.......정적.....
성백 : ........살고 싶구나...... 새 세상을 보아야 하는데....(벽에 기댄 채 옆으로 무너져 내린다)
채옥 : (놀라 다가간다, 나직히) ...장성백....
성백, 몸을 달달 떨 뿐... 의식을 차리지 못한다...
채옥 : (몸을 흔들며) 장성백!
여전히 꼼짝 못하다....
채옥,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성백의 이마에 댄다...
뜨거운지 놀라 손을 떼는 채옥...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채옥, 손으로 물을 떠와...성백의 얼굴에 붓는다...
채옥 : 정신 차려... 정신 차려!
채옥, 겉옷을 벗어 성백을 감싼다...
하지만 사시나무 떨 듯 온몸을 떠는 성백...
채옥, 이를 어찌해야 하는가.....
동굴 천장을 바로 보고 의식없이 누워있는 성백... 온몸이 덜덜 떨린다.....
채옥의 손이 성백의 가슴께로 다가간다...
성백의 앞섶을 푸는 채옥의 손이 떨린다...
성백, 눈을 가늘게 뜬다....
품에서 툭 떨어지는 붉은 저고리 고름....
고름을 천천히 보는 채옥... 무언가 묘한 느낌을 받는다...
성백, 의식이 희미한 와중에도 손을 뻗으려 한다...
채옥 고름이 낯설지 않다....
성백을 돌아보는 채옥의 얼굴에서 스톱...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