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최후가 열적 죽음이라는 예측은 우주의 미래에 대해 무엇인가를 말해 줄뿐만 아니라, 과거에 대해서도 중요한 무엇인가를 의미한다.
우주가 일정한 비율로 되돌릴 수 없는 과정을 달려간다면 영원히 존재했을 리가 없음은 자명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주의 나이가 무한대라면, 그것은 벌써 죽었어야 한다. 명백히 일정한 비율로 진행되는 무엇은 영원히 존재할 수 없다.
비꿔 말하면, 우주는 일정한 시간이전에 생겨났음에 틀림없다.
이 심오한 결론을 19세기 과학자들이 적절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음은 상기할만하다. 갑자기 빅 뱅을 통해 우주가 생겨났다는 생각은 1920년대의 천문학적 관찰을 기다려야 했다. 과거에도 때때로 일정시점에 우주가 생겨났다는 제안이 강하게 대두 되었지만, 그것은 순수한 열역학적 배경에 기초한 이론이었다.
이 명백한 추론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19세기 천문학자들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천문학적 패러독스에 의해 좌절되었다. 이 이론을 정형화한 독일 천문학자의 이름을 따 올베르스의 패러독스(Olbers'paradox)로 알려져 있는데, 그것은 단순하지만 심오하고 중요한 의문을 제기했다. 하늘은 밤에 왜 어두울까?
처음에는 문제가 시시해 보인다. 별들이 지구로부터 무한히 떨어져 있어 희미하게 보이기 때문에 밤하늘은 어둡다. 우주공간에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해 보라. 이 경우 무한히 많은 별들이 존재할 것이다. 무한히 많은 수의 희미한 별들의 빛이 합해지면 상당한 밝기가 될 것이다.
우주공간에 비교적 균질하게 분포되어 있는, 변하지 않는 무한히 많은 별들에서 비워지는 전체 별빛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역제곱의 법칙에 따라 거리에 대해 별의 밝기는 줄어든다. 이는 거리가 2배가 되면 밝기는 4분의 1배가 되며, 거리가 3배가 되면, 밝기는 9분의 1배가 된다는 뜻이다.
다른 한편, 별들의 숫자는 멀리 내다보변 볼수록 증가한다. 실제로 간단한 기하 도형으로 별들의 숫자를 보일 수 있다. 즉 2백광년 떨어진 별들의 수는 1백 광년 떨어진 별들수의 4배가 되고, 3백광년 떨어진 별들의 수는 9배가 된다. 따라서 별들의 수는 거리의 제곱에 따라 증가한다. 반면에 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따라 줄어든다.
두 효과가 상쇄하여, 결과적으로 주어진 거리의 모든 별들에서 오는 전체 빛의 밝기는 거리와 무관하다. 2백 광년 떨어진 별들에서 오는 전체 빛의 밝기는 거리와 무관하다. 2백 광년 떨어진 별들에서 오는 빛의 전체량은 1백 광년 떨어진 별들 전부에서 오는 빛의 양과 똑같다.
가능한 모든 거리에 있는 모든 별들에서 오는 빛을 곱할때 문제가 나타난다. 우주의 외곽경계가 없다면 지구에 쏟아지는 빛의 밝기도 한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어둡기는 커녕 밤하늘은 무한히 밝아야 한다.
별들의 유한한 크기를 고려할 때 문제는 다소 개선된다. 별이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 떨어져 있을수록 겉보기 크기가 작아진다. 가까이 있는 별은 동일 시야에 놓인 보다 멀리 있는 별을 희미하게 할 것이다. 무한히 큰 우주에서 이런 현상은 수없이 많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앞의 계산된 결과가 달라진다.
지구에 도달하는 빛의 다발은 무한대가 아니라 단지 매우 큰 값이 될 것이다. 지구가 태양의 표면에서 1백만 마일 정도 떨어져 있는 경우에 있을 수 있는 결과와 같은 원반모형의 태양이 하늘을 가득 메운 것과 엇비슷할 것이다. 1백만 마일정도 떨어진 거리란 그리 편안한 위치가 못 된다. 이게 사실이라면, 지구는 강렬한 열로 급속히 증발해 버릴것이다.
무한한 우주는 우주 용광로임에 틀림없다는 결론은 필자가 앞서 논의한 열역학 문제를 사실상 재언급한 것이다. 별들은 열과 빛을 우주공간으로 쏟아낸다. 이러한 복사는 서서히 허공에 축적된다. 별들이 영원히 타오른다면, 우선 복사가 무한대의 세기를 가질 것이다.
그러나 어떤 복사는 우주공간을 여행하는 중 다른 별들에 부딪쳐 재흡수 될것이다(이는 가까이 있는 별들이 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별들에서 오는 빛을 희미하게 하는 것과 동일한 현상이다). 그러므로 복사의 강도는 방출비율과 흡수비율이 균형을 이루는 평형상태에 이를 때 까지 증가할 것이다. 이 같은 열역학적 평형상태는 우주공간의 복사가 별들의 표면온도ㅡ수천 도ㅡ와똑같은 온도에 이를 때 도달된다. 따라서 우주는 수천 도의 온도를 가진 열복사로 가득 차서, 밤하늘은 어둡기보다는 높은 온도에서 환히 빛날 것이다.
올베르스는 자신의 패러독스에 해결책을 제시했다. 우주공간에 퍼져 있는 방대한 양의 먼지에 대해 언급하고, 이들 물질이 별빛의 대 부분을 흡수해 하늘을 어둡게 한다고 말했다. 불행히도 그의 생각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오류를 안고 있다. 먼지도 궁극에는 가열되어 흡수한 복사와 똑같은 강도의 복사를 방출하며 빛을 발하기 시작할 것이다.
또 다른 가능한 해결책은 우주가 무한하다는 가정을 포기하는 것이다. 별들이 많기는 하지만 유한한 개수로, 우주는 무한한 암흑의 허공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별들의 무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때 대부분의 별빛은 우주공간 너머로 흘러가 상실된다.
그러나 이 간단한 해결책 역시 치명적인 결점을 갖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이미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이 17세기에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결점은 중력의 성질에 관한 것이다. 모든 별들은 다른 모든 별들은 중력으로 잡아당긴다. 그러므로 무리를 형성하는 모든 별들은 중력의 중심에 덩어리로 뭉쳐지려 할 것이다.
만약 우주가 일정한 중심과 가장자리를 가졌다면, 스스로 하나의 덩어리로 붕괴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지지력이 없고 유한한 정지상태의 우주는 불안정하며, 중력붕괴를 피할 수 없다.
이 중력 문제는 필자의 이야기 전개에서 나중에 또다시 언급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단지 뉴턴이 이 문제를 살짝 피해 가려 한 순진한 방법을 언급할 필요가 있따. 뉴턴은 우주가 중력의 중심을 가졌다면 우주는 중력의 중심을 항해 붕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우주가 무한히 뻗어 있고 균질한 별들으 분포를 가졌다면 중심도 없고 가장자리도 없을 것이다. 마치 줄이 모든 방향으로 복잡하게 엉켜 있는 거대한 줄당기기같이 하나의 별이 많은 이웃한 별들에 의해 잡아당겨질 것이다. 평균하면, 이 모든 당김은 서로 상쇄되어 별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뉴턴이 제시한 붕괴하는 우주 패러독스의 해결책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또다시 무한한 우주라는 올베르스의 패러독스를 떠 안게 된다. 우리는 두 문제중 어느 하나와 직면해야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혜를 동원하면, 진퇴양난에 빠져도 한 가닥 길을 발견할 수 있다. 그 길은 우주가 '공간상'으로 무한하다는 잘못된 가정이 아니라, 우주가 '시간상'으로 무한하다는 가정이다. 불타오르는 하늘이라는 패러독스는 천문학자들이 우주가 변하지 않는다고, 즉 별들이 정지해 있고 영원히 감소하지 않는 세기로 타오른다고 가정한 데서 생겨 났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들 두 가정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다. 첫째, 나는 우주가 정지한것이 아니고 팽창하고 있다고 간단히 설명하겠다.
둘째, 별들은 영원히 타오를 수 없다. 별들이 타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우주가 과거의 유한한 시각에 존재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우주의 나이가 유한하다면, 올베르스의 패러독스는 즉시 사라져 버린다. 왜일까? 매우 멀리 떨어진 별을 생각해 보자. 빛은 유한한 속도(진공에서 초속 30만킬로미터)로 여행하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 상태의 별은 볼 수 없고 빛이 출발할 당시의 별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밝은 별은 베텔게우스(오리온자리의 알파성)는 650광년 떨어져 있으므로, 지금 우리에게 보이는 별은 650년전의 별이다.
만약 우주가 1백억년 전에 탄생했다고 한다면, 지구로 부터 1백억 광년 이상 떨어져 있는 별은 볼 수가 없다. 우주는 공간적으로 무한히 뻗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유한한 나이라면 유한한 거리 이상은 볼 수가 없다. 유한한 나이를 가진 무한히 많은 별들에서 쏟아지는 전체 별빛은 유한할 것이며, 아마도 특별한 중요성이 없는 작은 양일 것이다.
열역학적으로 고려할때에도 같은 결론에 이른다. 우주에는 너무나 큰 공간이 있어 별들이 열복사로 우주공간을 채워 공통적인 온도에 이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한하다. 지금쯤 열역학정 평형상태에 도달하기에는 우주가 탄생한 이래로 흘러간 시간이 충분치가 않다.
이제 모든 증거는 우주가 한정된 나이를 가졌을을 나타낸다. 우주는 과거 어느 시점에 탄생해 지금 힘찬 활동을 보이지만, 미래 어느 시각의 열적 죽음을 향해 불가피하게 퇴보하고 있다.
즉각적으로 여러 의문이 떠오른다. 언제 종말이 올 것인가? 어떤 형태의 종말이 일어날 것인가? 종말이 서서히 올 것인가, 갑자기 올 것인가? 오늘날 과학자들이 이해하는 한에서는 열적 죽음이라는 결론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오류로 판명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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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3분(The Last Three Minutes)
- 지구의 최후 운명에 관한 시나리오.
- 폴데이비스 지음.
p30~p35 에서 발췌....
- 올베르스의 패러독스(Olbers'paradox) 에 대한 비슷한 다른글 -
어두운 밤하늘의 신비
은하수의 밝은 빛줄기에서 조금만 옆으로 빗겨나도 그 곳의 밤하늘은 칠흑같이 어둡다. 마치 공기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 채 숨을 자유로이 쉬듯이, 우리는 밤의 어두움에 너무 익숙해 밤하늘이 어둡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서 산다. 독자에게 밤하늘이 왜 어두운가라고 누가 묻는다면, 의아한 눈초리로 묻는 이를 되돌아 볼 것이다. 그러나 밤하늘의 어두움에는 깊은 신비가 도사리고 있다.
다음과 같은 사고 실험으로 문제의 핵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커다란 고무공 한복판에 지구가 자리잡고 있고, 그 공의 껍질에는 별들이 박혀 있다고 상상하자. 이 별들은 공의 중심에서 똑같은 거리에 있으므로 지구에 사는 우리에게는 모두 같은 겉보기 밝기로 보일 것이다. 물론 별 하나하나의 절대 밝기는 동일하다고 생각하자.
이제 껍질의 두께는 같지만 반지름이 먼저 공의 2배인 고무공을 하나 더 머리 속에 그려보자. 절대 밝기는 같아도 2배로 멀리 있으므로 둘째 공 껍질에 박혀있는 별들 하나하나는 첫째 것의 1/4로 흐리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둘째번 공 껍질에 있는 별들의 총수는 첫째 것의 4배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겉넓이가 4배로 늘었기 때문이다. 별 하나의 겉보기 밝기는 1/4로 줄었으나 별들의 총수는 4배로 늘었으므로, 둘째 껍질의 별 모두가 지구에 쏟아 붓는 빛의 전체 양은 첫째 껍질의 별들이 쏟아 붓는 것과 같다. 따라서 지구에서 느끼게 되는 밤하늘의 밝기는 첫째번 공만 생각했을 때보다 2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공의 반지름을 계속 늘리면서 같은 생각을 수없이 반복하면, 지구에서 보는 밤하늘의 밝기가 무한대로 되어야함을 쉽게 알 수 있다. 이해를 돕느라고 2배씩 늘려 간 것이지, 꼭 2배씩이어야 할 까닭은 전혀 없다. 겉보기 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감소하지만 겉넓이는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그러므로 공 껍질 하나하나의 전체 밝기는 반지름, 즉 거리에 무관하게 늘 일정하다. 우주가 무한하다면 무한히 많은 수의 공 껍질을 상상할 수 있으며, 그렇다면 밤하늘의 밝기는 무한대로 되어야 한다.
여지껏 우리는 별을 하나의 점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별도 크기를 갖고 있으므로, 우리가 눈길을 어느 방향으로 돌리더라도, 우리의 눈길은 별의 표면과 결국 만나게 될 것이다. 숲 속에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울창한 숲에서는 어디를 둘러 보아도 시선이 나무 줄기와 만나게 된다<그림1-1>. 어느 나무가 되든 반드시 만나게 된다.
그러므로 무한대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밤하늘의 밝기가 적어도 별의 표면만큼은 밝아야 할 것이다. 태양은 대표적인 하나의 별이므로, 전 하늘이 태양의 표면같이 이글거려야 한다 는 결론이다. 이러한 결론에도 불구하고 밤하늘이 어둡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바로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이 모순을 학자들은 올버스의 파라독스라고 부른다.
<그림 1-1> 울창한 숲 속에 서 있는 사람의 시선은 반드시 나무기둥과 만나게 된다
무한 정상 우주의 포기
도대체 무엇이 잘못 됐단 말인가?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밤하늘이 왜 어두운가라는 질문이 결코 어리석은 것이 아니었음을 수긍하게 된다. 이 엄청난 모순에서 벗어나려고 여러 천문학자들이 별의 별 제안을 다 해 왔었다.
빛을 흡수하는 물질이 별과 별 사이의 공간을 채우고 있다고 가정하여 올버스의 파라독스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그 중에 가장 많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시도로는 밤하늘의 모순을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어떤 물체이든 빛에너지를 흡수하면 뜨거워지게 마련이다. 용광로에 쏟아지는 쇳물이 장렬하게 빛을 발하듯, 일단 뜨거워진 물체는 빛을 내놓는다. 흡수된 빛 에너지가 어디론가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방출된다는 얘기이다. 그러므로 무한의 우주를 고집하는 한 밤하늘의 밝기는 적어도 태양의 표면만큼 밝게 빛나야 한다.
흡수 물질의 제안 이외에도 올버스의 역리를 깨려는 노력이 여럿 있었다. 어떤 이는 별들이 공간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지 않고, 자전거의 바퀴살같이 방사선을 따라서 질서 정연하게 일렬로 늘어서 있다고 주장했다. 맨 앞에 있는 별 하나만이 우리에게 보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런 억지를 부렸던 것이다. 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별 하나가 자기 뒤에 주욱 늘어서 있는 무수히 많은 별들에서 오는 빛을 어떻게 다 감당할 수 있겠는가? 무한대에 이르는 양의 빛을 뒤로부터 받으면, 그 별 역시 무한대로 밝게 빛을 내는 도리밖에 없다. 그러므로 에너지의 흡수와 재방출이라는 관점에서 '자전거 바퀴살' 모형도 억지임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모순의 씨앗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우주가 무한히 크다고 생각한 데에서 문제가 생긴 듯하다. 혹시 공간적으로 유한한 우주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주가 유한하다고 가정하면 밤하늘의 밝기가 어떻게 될까 살펴보도록 하자. 공간적으로 유한한 우주라면, 무한 우주에서와 같이 그 안에 '공 껍질'을 한없이 많이 채울 수는 없다. 유한한 갯수의 공 껍질들이 내는 별빛의 총합도 유한할 것이므로, 밤하늘의 밝기 역시 유한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무한 우주를 포기한다면, 밤하늘의 어두움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겠다. 그러나 유한 우주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우주이다. 자연은 언제나 인간에게 위대한 존재로 군림해 왔다. 이 때문에 현대인이라도 우주의 유한성을 수긍하기에는 주저가 앞선다.
여지껏 우리는, 시작도 끝도 없이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무한 정상 우주(無限定常宇宙)를 은연 중에 생각하고 있었다. 무한 정상 우주의 나이는 무한대라고 간주 될 수 있다. 비록 빛의 전파 속도가 유한하더라도, 나이가 무한인 우주에서는 빛이 한없이 넓은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주가 어느 한 순간부터 존재하기 시작했다면, 우주의 나이는 얼마일까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우주의 나이가 유한하다면, 별에서 나온 빛이 움직여 온 공간 역시 유한하게 된다. 빛의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간이 유한한 우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시간이 유한한 우주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공간의 유한성뿐 아니라 시간의 유한성으로도 올버스의 파라독스는 해결할 수 있음직 하기 때문이다.
우주 도처에서 별(은하)들이 빛을 내기 시작한 순간, 즉 t=0부터 시간을 재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T라는 시간의 세월이 흘렀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별들은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빛을 내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는 시간 즉 별의 수명을 L이라 표시하겠다.
<그림 1-2> 나이가 유한한 우주에서는 관측자에게 도착하는 빛의 양이 유한하다.
현재 우주의 나이가 T < L의 관계가 성립할 정도로 아주 젊다면, 우주에는 아직까지 죽은 별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 경우 빛의 속도 c에 나이 T를 곱한 cT는 우주 탄생 이후 별빛이 움직인 거리가 된다<그림 1-2>. 따라서 어떤 관측자에서부터 cT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별들에서 나온 빛은 모두 그 관측자에게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cT보다 먼 데서 출발한 빛은 이 관측자에게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우주가 아주 젊다면 반지름이 cT인 구 내부에 있는 별들만이 밤하늘에 보일 것이다.
우주의 나이가 별의 수명보다 긴 경우라면, t > L의 관계가 성립하므로, 관측자로부터 cL이내에 있는 별들은 빛을 낼 수 없는 암체(暗體)로 이미 변해 버렸다. 그러므로 우리는 cL에서 cT 사이에 있는 별에서 오는 제한된 양의 빛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cL에서 cT사이에서 출발한 빛이 우리에게 도착한 이 순간에는 이 지역에 죽은 별들이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제 마악 도착한 빛이 그 지역을 출발할 당시에는 죽은 별이 거기에 하나도 없었다.
우주의 나이가 별의 수명보다 길든 짧든 일단 유한하기만 하다면, 유한한 부피에 있는 별들만이 우리의 하늘을 밝힐 수 있다. 그러므로 밤하늘의 밝기가 유한하게 될 것이므로, 올버스의 파라독스는 사라진다.
이상에서 우리는 별들이 흩어져 있는 공간이나 우주의 나이가 유한하다면, 밤하늘의 어두움에 모순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시공(時空)의 유무한성(有無限性)을 가늠할 관측적 증거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