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가면 꼭 만나는 고향 친구들이 있다.
하나는 나우(裸友)모임이 있는데
매년 구정, 추석 2틀전에 만나 밤새도록 술을 마시는 팀이고
다른 하나는 그야말로 이 세상에 태어나
무진장 싸우면서 자라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고교 시절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가장이 되어 어머니와 동생들을 보살피면서
힘들게 살아 왔는데 정말 존경에 가까운 친구이다.
그 친구가 점심때 만나서 맛있는 점심을 준다고 나를 데리고 간 집은
전북 도의회 앞 무슨 보험회사 골목에 있는
과자, 음료를 파는 아주 조그만 구멍가게 “대성식품”이다.
아주 앙증맞도록 조그만 탁자가 4개 놓여있고
엉성하게 라면박스 같은 곳에 쓴 메뉴판이 벽에 걸려있고
앉아 있기가 불편할 정도이다.
수제비에 김치를 썰어 넣은 “김치 수제비”가 10분도 안되어 나왔는데
스뎅(스테인레스의 줄임말) 대접에 국물이 넘칠 정도로 가득 차서
요즘 식사량을 줄인 나로서는 엄두가 안나 덜어 놓을 그릇을 찾는데
친구 하는 말 “야! 임마! 일단 쳐 먹다가 남으면 냉겨(남겨의 사투리^^)”
할 수 없이 한 수저 국물 뜨는데 속이 다 후련 시원하여라.
쫄깃한 수제비를 이야기하면서 건져 먹다 보니
얼래..내가 먼저 그 많던 양을 다 먹어 버리고
친구가 먹는 것 수제비 한 건더기라도 뺏어 먹으려고 노리고 있었다.
참말로 세상은 먹을 것을 위하여 사는 것임을 또 한번 깨닫는다.
수제비 한 그릇 배부르게 먹고 나니 온갖 세상의 설움이 다 사라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