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 (淸涼山, 870m)
◈ 위 치 : 경북 봉화군 재산면과 명호면 경계
◈ 일 시 : 2013. 12. 14. 토요일 날씨 : 맑음, 바람 약함, 기온 : -6℃
◈ 참 석 자 : 동문산악회원 28명과 동행
◈ 등반코스 : 입석 ► 청량사 ► 연화봉 ► 뒷실고개 ► 하늘다리 ► 삼거리
► 장인봉 ► 삼거리 ► 청량폭포
◈ 총 6km, 소요시간 3시간 20분
☞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채 무섭게 치솟아 오른 암봉과 암봉사이로 놓여있는 녹색의 하늘다리는 두 다리를 가볍게 떨게 만들었다. 더욱이 장난삼아 흔들어 대는 통에 제법 출렁이는 파도마냥 정신이 혼미해지고 까마득한 아래의 작은 나무가 확 달려들 듯 다가왔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놀라 자빠질 거라며 히히덕 거렷다. 그래도 모두들 굉장한 풍경과 자심감에 좋아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멀리 눈 덮인 산하가 자연스럽게 눈가에 달라붙었다.
우리가 경북 봉화의 청량산 산행을 위해 출발한 시간은 7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박광하(7회) 선배와 함께 무실동 주유소 앞에서 버스에 올랐다. 남원주를 거쳐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내달려 단양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풍기 톨게이트에서 국도로 빠져나왔다. 청량산을 향해 이정표를 보고 임민식 기사는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다. 왜냐하면 아직 덜 녹은 눈과 얼음길이 남아있어 매우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맨 뒷좌석에 황의순 대원과 나란히 하여 아파트 동대표로서 애로사항과 서덕수(17회) 울산항 도선사에 관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지나가는 밖의 풍광이 그럴싸했으나 유리에 끼는 서리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다. 국도는 미끄러운 도로 사정으로 더딘 걸음을 하여 생각보다 늦게 청량산 입석에 도착했다. 아직 10시가 채 되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산간에서 강하게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훅하고 얼굴을 스쳤다. 며칠 전에 내린 눈으로 인해 사방이 온통 허연 눈 세상이었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차가운 날씨라 모두 두꺼운 옷을 껴입고 모자를 쓰기도 했다. 거대한 바위가 홀로 서있어 입석이라는 안내판을 보고 들머리로 잡았다. 입구에는 ‘금강산 좋다는 말 듣기는 해도 여태껏 살면서도 가지 못했네, 청량산은 금강산에 버금가니 자그마한 금강이라 이를 만 하지’라는 권성구 시인의 시비가 놓여있어 가슴을 적시기도 했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눈 후 가볍게 몸을 풀고 10시 5분 전 입석에서 출발하여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갔다. 이정표를 보고 나무 계단을 올라서며 10년 전에 왔던 기억을 되살려 보았으나 잘 떠오르지 않았다. 따스한 아침 햇살이 제법 온기를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다소 가파른 오르막길을 따라 천천히 숨을 고르며 발걸음을 놓았다. 다행히 남쪽에서 시작한 산행이라 별 어려움 없이 눈이 녹아 얼어붙은 곳을 피해가며 올라갔다. 그러나 방향이 북쪽으로 바뀌면 어김없이 강한 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다. 이러기를 여러 번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땀이 솔솔 배어 나오고 겉옷이 귀찮아졌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옷을 정리하자고 했다.
바위굴을 지나 20여분 정도 오르자 자소봉으로 가는 길과 하늘다리로 가는 갈림길이 나왔다. 우리는 지체하지 않고 청량사 하늘다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청량사까지는 1km고 하늘다리까지는 2.5km다. 부지런히 가야할 판이다. 그러나 눈이 발목을 잡아 더디게 했다. 아이젠을 차고 가는 형국이라 더욱 그랬으나 나는 무슨 배짱인지 스틱에만 의지한 채 아이젠 없이 성큼성큼 걸어갔다.
10시 30분경 아담한 청량정사가 나오고 해우소가 보였다. 고즈넉히 자리 잡은 산사로 소나무와 함께 5층 석탑이 마당 한 쪽에 서있으며 옆에 있는 샘물을 한 바가지 입가에 담고 그 시원함에 넋을 잃었다. 청량사 경내로 들어서자 눈을 쓸고 있던 비구니가 사찰 내에서는 아이젠을 벗으라고 말을 했으나 그에 따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빠르게 유리보전을 뒤로하고 또 다른 계단을 올랐다. 제법 햇살이 넓게 퍼져 나가고 있어 산행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라고 모두들 입을 모았다. 점점 오르막이 깊어지고 숨이 찼다. 눈으로 쌓인 계곡은 적막함이 흘렀다.
내년 5월까지 폐쇄한다는 자소봉 가는 길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자 뒷실고개 삼거리였다. 11시 5분이다. 능선에 오르자 세찬 바람이 강하게 몰아쳤다. 오른편의 자소봉이 0.7km고 하늘다리는 0.5km 남았다. 올라 온 청량사가 0.8km다. 후미를 기다린 후 하늘다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파른 계단의 연속이었으나 무슨 기대감이 숨어 있어서인지 두 다리가 가벼웠다. 잎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을 드러낸 채 외롭게 서있는 나무숲을 헤치고 다소 평탄한 길을 지나자 두 개의 철제기둥과 쇠사슬로 이어진 멋진 출렁다리인 하늘다리가 나타났다.
거의 정상에 가까운 800m 지점이라 그 높이가 쾌나 높았고 선학봉과 자란봉 두 암봉 사이의 90m 간격이 거의 직벽이라 규모에 놀랄만했다. 정말이지 전국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빼어난 산악현수교로 지난 2008년 5월에 준공하였다. 봉화의 자랑이라 할만 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안고 이창원(17회) 교장에게 기념사진을 한 장 부탁했다.
배가 고프다는 원성을 잠재우기 위해 11시를 넘긴 터라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직 눈이 그대로 남아 있어 양지바른 곳을 찾아 밑으로 내려갔다. 박광하 선배를 모시고 12회 곽호석 선배 내외와 최진철 선배 그리고 황의순 대원과 함께 둘러앉았다. 술을 좋아 하는 선배들이라 의당 술을 준비한 줄 알았으나 의외로 아무것도 없었다. 서운한 맘을 뒤로 하고 보온밥통의 따스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을 위안삼아 열심히 입을 놀렸다.
12시 장인봉 정상을 향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뒤를 이어 올라온 이창하(15회) 선배가 한마디 거들었다. 박삼성(4회) 선배가 힘들어 하기에 모시고 오느라 고생을 했다며 먼저 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후미를 전혀 챙기지 못한 죄책감이 따랐다. 다행히 최영석(16회) 동기가 함께 하며 배낭을 지고 왔다고 자랑이다. 박 선배는 오늘 아침 버스를 타기 위해 오다 미끄러져 허리를 조금 다친 상태라고 했다. 미안하다며 동행하기로 하고 발을 털었다.
장인봉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하늘다리를 벗어나자 가파른 내리막길이 나타났다. 특히 얼음이 눈 속에 숨어 있어 옆에 쳐진 밧줄에 의지하여 겨우 내려 설 수가 있었다. 삼거리가 나오고 바로 청량폭포로 하산하는 길목이었다. 1.5km고 장인봉 까지는 300m 정도다. 바로 앞쪽으로는 길게 늘어진 오르막의 철제 계단이 있으며 그 방향으로 올라가는 한 무리의 산악회원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박 선배님을 비롯한 몇몇은 바로 하산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후미의 강태규 회장 일행을 만나 의견을 나누어 장인봉으로 향했다. 좁은 철제 계단은 수직에 가까워 힘이 들었으며 교행하기에도 어려웠다. 필요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욕망과 필요’라는 시가 담긴 나무판대기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떡이기도 했다. 힘들게 장인봉 정상에 올라선 시간은 12시 20분이다.
정상은 조금 너른 곳이 있어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보이고 5자 정도의 제법 큰 자연석의 표지석에는 金生書 集子의 ‘淸凉山 丈人峯 870m’ 표시가 아주 선명했다. 뒤에는 주세봉의 ‘정상에 올라’ 시가 적혀있었다. 식사를 하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어렵게 사진 한 장을 박고 바로 하산하기로 했다.
오던 길을 되돌아서서 철제계단을 내려 청량폭포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이곳부터도 내리막길이 가파르고 미끄러웠다. 둥근 나무로 발판을 만들어 놓았기에 더욱 위태로웠다. 아주 조심스럽게 살살 기며 때로는 옆의 난간을, 더러는 가는 밧줄을 잡고 힘겹게 내려섰다. 햇빛이 따사롭게 비추어 푸른 하늘이 눈이 부셨다. 바람도 없어 땀이 계속 배어 나왔다.
양지쪽의 눈이 녹는지 조금 질적 거리는 곳을 피해 발을 옮기다 그만 보기 좋게 뒤로 나가자빠지고 말았다. 배낭이 뒤를 받쳐 주었기에 큰 부상은 없었으나 황의순 대원이 아이젠 없는 꼴을 했다며 웃음을 날렸다. 나도 다행이라며 바로 일어났으나 너무 교만하지 않았나 싶었다.
쓰러져 가는 농가를 벗어나 계곡을 지나자 콘크리트 포장길이 나왔다. 바로 아래 차도가 보이고 오후의 해가 높은 산허리에 걸려 주춤 거리고 있다. 우리가 청령폭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시 15분이다. 채 1시간도 안 걸려 하산을 완료했다. 모두 안전하게 산행을 마무리하게 되었다며 자화자찬을 하고 송년회를 위해 바로 버스를 출발시켰다.
올 때의 도로사정을 감안하여 2시도 안 돼 출발한 버스는 원주에 도착하니 4시 전이었다. 일찍 서두르자는 의견에 따라 관설동 판부농협 뒤에 있는 ‘호가 춘천닭갈비‘ 집으로 향했다. 최진철 선배의 부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송년회 장소로 딱이라며 모두 만족해하는 표정이었다. 얼큰한 닭갈비를 안주삼아 청량산 산행의 정기를 받은 몸에 맥주의 흔쾌한 기운이 감돌아 건배를 외치며 즐거워했다.
송년의 의미가 새해를 알려주니 인생의 참맛을 술잔에 담았다.
첫댓글 언제나 좋으글귀 추억을 되살리기에 만족합니다..감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