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 골 연가”
첩첩 산골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늠 바위 고개 넘어가는 길목에 졸졸 샘물이 흐릅니다.
세상 떼 하나 물들지 않은 곳,
서출 동류 수 흐르는 물에 두 더듬이가 산다하여 가재 골입니다.
그 미물은 맑고 깨끗한 생명수에만 사는 청정 생명체입니다.
낮 동안 돌 틈 사이 몸 숨기다가 달밤이면 엉금엉금 기어 나오는
야행성 생명체로서 뻥 뚫린 눈, 갓 머리로 헤엄을 치는 게 아닌 가요.
언제일지 모를 한참 전부터 살아 냈다하여
그곳은 계산이 될 수 없는 세월에 익은 겁니다.
그 곳, 둥지 튼 중년 부부 이야기가 있다고 해 들춰봅니다.
아주 오랜 전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거기, 애당초 한 처녀가 살았다고 하지요.
수줍음 많은 처녀는
벗은 듯 입은 듯 치맛자락에 겨우 몸 감추며 살았다 해요.
어쩌면 가재처럼 낮 가림으로 밤에만 다니는 야행성으로
성장하여 왔는지 모를 일이지요.
보세요.
처녀의 가름한 몸매는 몸 빼도 아니고
허름한 치맛자락을 걸치듯 상체는 거의 드러내 듯
세월에 이끌려서 바삐 살아 온 듯 보이니까요.
저 홀로 에덴동산에 사는 것 같이 살아 온 듯 보이니까요.
처녀는
어느 덧 세월에 익어 짝을 만나고
그들은 곧 둘이 하나 되어
봄 꽃 마중도 하며 여름 더위는 뽕나무 가지 그늘로 덮다가
가을 들국화 향기에 물들이며
찬 겨울 순백의 마음을 섞으며 연못가를 지켜내다가
노을 진 색소폰 음률에 젖기도 했다곤 합니다.
사랑이 익어 갈 쯤 더불어 새 생명 잉태하듯
거기 옆에는 번듯한 삶의 모습이 드러나는 게 아닐까요.
저 불룩한 배를 보세요!
이렇게 살아내는 부부는 가재를 닮은 사랑이 영글어서
세월에 깎기다가 나날이 미소 가득 꿈을 먹고
매해 소망의 빛을 강구하며 살았다 하지요.
참 아름답고 넉넉한 삶을 자연과 더불어 살아 낸다고 볼 수 있지요.
보시라, 그 어린 처녀는 밤낮 없이 정성과 열정으로,
아니 계절 구분도 없이 두레박으로 도랑물을 퍼 담아 머리에 이고
끊임없이 연못에 부었다 해요.
아침 일찍부터 해 거름까지 쉼 없이 퍼 날랐다고 하니까요.
어쩌면 하루도 빠짐없이 소여물
구정물 퍼다 붓는 것과 같이 하였답니다.
졸졸 샘물은 그리하여 연못이 되고
연못은 가꾸고 보존하는 정성에 감복하여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생명이 살아 낸답니다.
때문에 작은 연못은 가뭄이 들 건 장마가 지건
어떤 자연불변에도 아량 곳 하지 않고 항상 그대로의 생명수가 고이는
숨 쉬는 연못이 되었다지요.
피라미가 헤엄치고 가재가 둥지를 틀고 살아 낸다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가 어디쯤일까,
강원 평창 하고도 한참을 더 간 꽃밭 골 쉼터 위
작은 정원은 일찍부터 중년의 부부가 꽃을 심고
나무를 가꾸면서 계절을 따라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바라보다가
은은하게 울리는 색소폰 음률에 섞여
넉넉한 삶을 가꾸고 살아 낸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누구든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어 하는 곳,
한번 오면 또 다시 찾고 싶어 하는 곳,
바로 여기가 가재 골입니다.
참 아름답지요!
언제든 와 보세요!
아름다운 전설 속 행복한 삶이 숨 쉬는
소박한 정원을 그려낼 수 있으니까요^^